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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 에스코바르, <플루리버스>

플루리버스 - 자치와 공동성의 세계 디자인하기 Autonomía y diseño: la realización de lo comunal (2016년)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지은이), 박정원, 엄경용 (옮긴이) 알렙 오랜만에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은 책. 콜롬비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학자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실험들을 예시로 들면서 '여러 세계가 있는 세계(Pluriverse)'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논의이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학술적이랄까. 젠더 분석을 포함한 이반 일리치의 근대 문화 비판, 라나지트 구하 등이 얘기한 '기록되지 않는 역사', 서발턴 논의, 반세계화포럼의 '더 나은 세계' 담론,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반다나 시바와 아룬다티 로이, 사스키아 사센의 축출 자본주의 등..

딸기네 책방 2022.09.08

[구정은의 '수상한 GPS'] 누가 파키스탄에 홍수를 일으켰나

파키스탄에서 큰 홍수가 났다. 6월부터 계속된 물난리로 지금까지 1200명 가량 숨졌는데 그 중 400명 가까이가 아이들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3300만명, 2억 4000만 인구 가운데 15%가까이가 영향을 받았다. 가라앉거나 부서진 집이 100만 채가 넘고, 30만명 이상이 지금 천막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가축도 100만 마리 이상 죽었다고 한다. 경제적 손실은 100억달러,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홍수”라면서 8월 2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파키스탄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몬순으로 196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아라비아해와 면한 신드 주와 발루치스탄 주의 피해가 특히 컸는..

삼각지-남영동-용리단-이태원 식당 카페

삼각지 고가차도 부근 시후쿠- 고가도로 아래 구석탱이에 있는데다 넘 작아 보여서 자리 없는 줄 알고 안 갔는데 알고 보니 안쪽에 자리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있었음. 유케동(육회), 규동, 믹스동, 차슈면, 쿠로마요라멘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음. 다음에 가면 탄탄면도 먹어보고, 꼭 음식 사진을 찍어보겠음. 밀도메인- 베르디움 1층 조그만 빵집. 청년들이 하는데 빵 겁나 맛있음. 달달이는 없고 주로 식량(?)용 빵들. 오전에 가서 갓구운 거 사다 먹은 뒤 빵에 대한 나의 세계관이 바뀌었음. 몽탄- 고기가 좀 느끼. 기름기가 많음. 내 취향은 아님. 맛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대기하고 먹을 일인지. 숯불나라가 더 좋음. 또한 몽탄은 알바와 직원들을 막 대한다고 함 용산 양꼬치- 양 통다리구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안..

[구정은의 '수상한 GPS'] 쁘라윳 직무정지... 태국 '암흑의 8년' 끝날까

태국 헌법재판소가 24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가 반대 세력에 밀려나게 되자 그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켰다. 계엄령을 선포한 뒤 권력을 잡아 총리직에 올랐고, 2019년 총선으로 집권을 연장했다. 그 이태 전인 2017년 군부 쿠데타 정권은 개헌을 했는데 그 헌법에 따르면 총리의 임기는 아무리 길어도 8년을 넘길 수 없다. 야권에서는 2014년 총리가 된 뒤부터 계산하면 올해 8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거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권은 개정된 헌법에 따라 2019년 3월 총선을 거쳐 6월에 총리가 됐으니, 그 때부터 계산해 202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총리의 임기가 언제 끝나는지 결정을 ..

[바람과 물] 크루즈와 비행기, 코로나 시대의 여행

오랜만의 여행길. 2년여 만의 외국 방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아직은 항공편도 여행자들도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처럼 식량을 수입하는 지역에서는 ‘빵값 폭동’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나는 여행을 떠났다. 2년 동안 발이 묶여 있었던 터였기에, 오랜 베프와의 여행을 앞두고 마치 비행기 처음 타는 사람처럼 한껏 꿈에 부풀었다. 무얼 볼까 어디서 묵을까 의논하느라 톡방은 연일 부산스러웠다. 마침내 시작된 여행. 늘 그렇듯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즐겁다. 세계가 이렇게 닫혀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전염병이 갑자기 세상을 휩쓸었고, 수많은 나라들이 방역 봉쇄로 사람들의 이동을 ..

[2022 베트남] 미선(미썬) 참파 유적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예약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서, 호이안의 가이드가 다낭까지 우리를 데리러 옴. 덕분에 다낭 바닷가의 새벽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수영하는 사람들, 집단체조를 하는 사람들도 보고. 영어 잘 되는 똑똑한 가이드 랍과 만나 호이안으로 가서, 다른 여행객들에 합류. 오늘의 여행지는 미선 Thánh địa Mỹ Sơn (실제 발음은 미싼에 가까운 듯). 9-12세기 참파 왕국의 사원 건물들이다. ‘미선’은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 걸로 보아 美山에서 나온 듯하다. 미선 계곡에 위치한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참파 혹은 참 왕국이 베트남 중부의 주인공이었지만 북쪽에서 내려온 베트남인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이들의 힌두 문화와 산스크리트어를 차용한 ..

[2022 베트남] 다낭, 선월드 바나힐스

다낭의 핵심 관광지가 된 거대한 테마파크, 썬월드 바나힐스. 다리를 건너 입장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을 올라감. 바나힐스까지 클룩으로 왕복 승용차 이동 31,000원. 두 사람이니까 버스 타고 가는 거나 그랩으로 가는 거나 가격이 비슷합니다. 바나힐스 입장권은 2인 93,000원, 꽤 비쌉니다. 그런데 가보면 왜 비싼지 알 수 있어요. 케이블카를 여러번, 오래오래 타야 하거든요. 돌로미티에 이어, 올해 정말 케이블카는 원없이 타보네요 ㅎㅎ 클룩이 좋은 것은 당일 예약이 된다는 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2시간 뒤에 픽업 신청, 입장권도 예매. 돌아오는 차량 시간을 조정해야 했는데 카카오톡으로 바로바로 얘기할 수 있어서 아주 편해씀. 산꼭대기에 프랑스풍 빌리지로 꾸며놓은 테마파크가 있어요. 내세우는 것은..

[2022 베트남] 다낭, 용다리 불쇼 물쇼

새벽에 일어나 공항으로. 비행기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숙소는 다낭 바닷가 K House vs Apartment. 4박에 우리 돈으로 16만원 정도. 작지만 수영장 있고 이쁘고 방은 깨끗하고 아침도 준다! 물에 들어가 몸 식히고,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쌀국수+계란볶음밥+청경채볶음=8000원에 저녁 해결. 저녁의 행선지는 Babylon Garden Spa. KLOOK 통해 당일 예약, 1인 바디마사지 1시간 37만동(약 2만원). 태국보다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설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마사지의 수준이 매우 훌륭함. 손짱 Son Trang 야시장. YouTube 에서만 보던 철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용 다리에서 불쇼를 구경했다. 토요일 밤 9시마다 한다고 함. 다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내..

[구정은의 '현실지구'] 레바논은 왜 우크라이나 옥수수를 거부했을까

배 한 척이 터키 남쪽에 멈춰섰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선적을 둔 ‘라조니’라는 화물선이다. 배에 실린 것은 옥수수, 힘겨운 국제협상 끝에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곡물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바다에 떠있다. 러시아의 봉쇄로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던 곡물들이 이달 들어 항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옥수수를 실은 배 두 척은 터키로 향했다. 아일랜드, 영국, 이탈리아, 중국으로 향한 선박도 있다. 8월 1일 첫 출항 이후 40만톤 가까운 곡물이 배에 실려나갔다.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러시아군에 봉쇄당한지 다섯 달이 넘어가면서 식량 불안이 커졌다. 유엔은 이 봉쇄를 풀고 세계의 밥상 걱정을 덜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했다. 터키가 중재한 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초르노모르스크 등 3개 항구를 거점으로 곡물 수출을 ..

성냥과 버섯구름

성냥과 버섯구름 오애리, 구정은. 학고재 미국이 세계의 거센 비판과 반대 속에서도 이라크를 침공한 지 어느 새 20년이 돼 간다. 폭격기가 하늘을 날고, 쫓겨난 독재자가 붙잡혀 처형을 당하고, 미군의 점령기를 거쳐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종파와 진영에 따라 나뉜 이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테러를 저질렀고 너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에 7000년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를 간직한 바그다드의 국립 박물관은 약탈을 당했다. 미군이 들어가서 멋대로 유물들을 꺼내 ‘기념품’으로 가져갔고, 켜켜이 쌓인 문명의 두께와 역사의 깊이를 알던 이라크 사람들마저 일부가 유물들을 도둑질했다. 뒤이어 미국 언론을 타고 전해진 소식은, 이라크의 유물 가운데 몇 점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