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다시 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되면서 논란거리가 된 인물이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입니다.
토니 블레어... 한때는 참 '쌔끈'해 보이는 인물이었죠. 하지만 나중에는 총리 자리에서 하도 질기게 안 물러나서, '테플론(질긴 화학섬유) 토니'라는 말까지 들었던.... 아직까지 계속 이슈메이커가 되는 걸 보면 참 질기긴 하네요.
이라크전 뒤 영국에서는 블레어가 전쟁에 파병하기 위해 이라크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일각에선 블레어를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지요. 그러다가 최근 이라크가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자 블레어 책임론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라크 혼란이 내 탓이냐?
지난 22일 블레어는 “사담 후세인을 몰아낸 것이 이번 혼란을 초래했다고 볼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블레어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23일 이라크전 반대운동을 벌였던 조지 갤러웨이 전 의원과 이란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리처드 달튼 등이 “유엔은 블레어를 중동특사에서 당장 해임하라”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서명한 서한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백악관, 국무부 등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부시처럼 조용히 있을 일이지
이라크 혼란을 빚은 ‘원죄’가 더 큰 부시보다 블레어가 더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블레어가 계속 중동에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레어는 2007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중재하기 위한 유엔 중동특사에 임명됐습니다. 하지만 블레어가 중동의 평화를 위해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특사가 된 뒤 그의 행보는 평화중재자라기보다는 브로커에 가깝습니다. 일례로 그는 2009년 1월 14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가자침공 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습니다. 압둘라 국왕을 만나 가자 문제를 논의하고 이틀 뒤, 그는 파월에게 사우디 갑부 알왈리드 왕자를 소개시켜주며 ‘사업’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습니다.
블레어는 2011년 ‘토니블레어 어소시에이츠(TBA)’라는 컨설팅회사를 세우고 런던에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그 해 1년간 블레어가 중동 관련 계약으로 벌어들인 돈이 700만파운드(약 12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레어 부인 셰리 부스 블레어 변호사도 남편이 총리 시절 거액 강연에 거액 변론으로 비아냥을 듣더니... 전직 총리 부부가 돈을 쓸어모으려고 작정을 했나보죠. -_-
블레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쿠웨이트에서 미국 금융회사 JP모건, 스위스 취리히파이낸셜서비스 등을 위한 로비활동을 벌였지요. 그는 특히 UAE의 중심인 아부다비 지배자 셰이크 무함마드 자예드 알 나히얀 왕세자와 돈독한 사이라고 합니다. 블레어는 최근 몇년 새 아부다비에서 열린 여러 국제행사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대테러전과 이권 로비의 '회전문'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블레어가 곧 아부다비에도 사무실을 열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동 비즈니스의 막후 브로커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미 블레어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UAE와 이집트 새 군부정권 간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블레어는 과거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국 석유회사 BP가 유전개발권을 따내게 해 준 전력도 있습니다. 블레어와 카다피 가문의 관계는 참 말도 많았지요.
블레어 논란을 계기로, 대테러전에 관여했던 주요 인물들의 이권 결탁 문제도 다시 좀 살펴볼까요.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막후 ‘지휘자’였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이라크 재건계약의 가장 큰 몫을 따낸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를 지냈으며 심지어 부통령이 된 뒤에도 회사측으로부터 거액을 지급받았습니다.
List of Companies and names profiting from the ‘War on Terror’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셰브런텍사코의 고문이 돼 구설에 올랐습니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특사를 지낸 노르웨이 외교관 카이 아이데와, 부특사였던 미국 외교관 피터 갤브레이스는 2009년 나란히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를 상대하는 노르웨이 석유기업의 로비스트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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