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일본 제재 풀리기 기다리는 북 원산항 표정  

딸기21 2014. 7.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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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모래밭 곳곳에 숯불구이를 해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이버들이 자맥질을 해 조개를 찾아와서, 그 자리에서 날 것으로 먹거나 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북한 원산 바닷가의 여름날 풍경이다.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하겠다고 밝힌 3일, AP통신은 일본행 배가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원산의 풍경을 전했다. 원산항 부두에는 한때 북·일 간 경제교류의 상징이던 만경봉92호가 닻을 올릴 날을 기다리며 정박해 있다. 축구장 크기의 만경봉호는 과거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날랐다. 하지만 일본의 제재로 왕래가 막힌 이후로는 이 배가 보이지 않았다. 일본은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을 금지했으며, 일본의 대북 수출입도 모두 중단됐다. 


지난달 22일, 북한 원산의 바닷가에 소풍 나온 주민들이 앉아 있다. 건너편에 만경봉92호의 모습이 보인다. 원산/AP연합뉴스


한때 원산항의 상징처럼 위용을 자랑했던 만경봉호는 한동안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AP는 “만경봉호의 귀환은 일본과의 교역이 재개돼 빨리 현금이 들어오기를 북한 측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라졌다 나타난 만경봉호가 출항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북 당국의 공식 설명은 전혀 없다. AP는 주민들도 이 배에 대해 “언급조차 꺼리는 것같았다”고 보도했다. 북일 왕래가 중단된 뒤 만경봉호는 북한 동북부의 라선에서 중국을 오가며 금강산을 방문하려는 중국 관광객들을 수송하는 데 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북측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일부 풀어주기로 했다. 북한은 납치문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 4일부터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회는 서태하 국방위원회 안전담당 참사 겸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맡으며 30명 규모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일 이를 언급하며 “납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사에 북한 국방위원회와 국가안전보위부가 나선 것을 보며, 전에 없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베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일본의 독자적 조치를 일부 해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2일 원산 항구에 만경봉92호가 정박해 있다. 일본은 3일 대북 제재를 일부 풀어줄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만경봉호 입항 금지 조치는 해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산/AP연합뉴스


일본은 지난 5월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측과 교섭하면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납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등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일본은 북한이 재조사에 착수하는 시점에 양측간 인적 왕래와 송금 등을 허용함으로써 그간 독자적으로 취해왔던 대북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 아베의 ‘일부 해제’ 조치는 이 약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만경봉호가 다시 원산을 떠나 일본을 오갈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왕래를 허용할 것임을 시사했으나, 북한의 현금 수입원인 만경봉호는 입항 허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북일 정부간 협상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3일 만경봉호가 일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앞으로 실무 협의를 좀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제재 해제 범위를 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