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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현실지구‘] 고릴라와 피그미

동아프리카의 내륙국가 우간다. 남쪽의 르완다 국경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브윈디 국립공원에 마운틴고릴라가 산다. 그들을 보기 위해 빼곡한 밀림을 힘겹게 헤치고 다니다가 ‘쿠투’ 패밀리를 만났다. 어미 등에 매달려 가는 새끼 고릴라를 야생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그들을 만나는 과정에는 엄격한 규칙이 따라붙는다. 코로나19가 여기서는 여전히 위협이기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기본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릴라를 위해서다. 고릴라들에게 행여 인간들이 병을 옮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고릴라 트레킹을 하는 관광객은 한 팀에 8명을 넘길 수 없다. 거기에 낫을 든 레인저 가이드, 만일에 대비해 장총을 든 레인저,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추적꾼(tracker) 4명, 그리고..

[2024.6 르완다-우간다] 녕웨 가는 길

아침 먹고 출발. 녕웨 국립공원으로 하루 종일 이동. 구릉마다 빌라촌(?) 집들이 다 멀끔하다. 1인당 실질GDP가 2000달러 좀 넘는데 도로 풍경만 봐서는 워낙 깨끗하고 정돈돼 있어서 그리 가난하게 보이지 않는다. 키갈리 시내를 아직 다 둘러 보지 못했지만 라고스나 아비장에 비하면 정말 작아 보인다. 그런데 구경하기 미안할 정도의 가난은 아직은 못 봤다 정리 정돈에 강박이 있는 사람들인듯. ㅎㅎ 길 섶의 잔디도 어찌나 공들여 깎았는지. 나무랑 화초랑 정말 열심히 심어놨고. 카가메에게 투표하세요 곳곳에 선거 알림… 그런데 딱 저정도까지다. 현수막도 많지 않고. 너무나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를 보니 카가메는 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온 것인가 경이로우면서 살짝 무서운… 하지만 혼란과 난장판보다는 낫지 않나 ..

[2024 르완다-우간다] 여행 시작.

6/27 키갈리 도착. 르완다 내전 30년. 7/15 대선. 폴 카가메 재집권은 정해져 있지만. 오랜만의 아프리카 여행. 무려 15년만이다. 12일간 우리와 함께할 차량. 냉장고도 있고 차량 와이파이도 있고. 담요 겸 쿠션도 있고. 물도 주고 목베개랑 모자도 주고. 심지어 칫솔과 치약도 줌. 우리의 가이드는 고드윈. 아빠는 우간다, 엄마는 르완다 사람이라고. 첫날 숙소는 키갈리 시내의 Chez Lando 호텔. 생각보다 너무 좋아 깜놀. 저녁 식사 포함돼 있었는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사 먹음 ㅋㅋ진짜 깨끗하고 쾌적하고. 시내 중심가(?)너무 깨끗해서 좀 이상함. 비닐봉지 안 쓰는 나라의 위용. 경기장. 르완다는 나라 전체가 구릉지대다. 1000 개의 언덕을 가진 나라. 호텔 르완다로 유명한 밀 ..

[구정은의 ‘현실지구‘]이스라엘에 맞장뜬 섬나라…몰디브로 본 인도양의 세계사

몰디브가 이스라엘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전쟁범죄자로 지탄받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미국 의회가 초청하면서 시끄러운 시점에,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는 이스라엘의 학살에 항의하는 국가적인 결정을 내렸다. 거기에 필요한 법 개정도 빨리 하겠다면서 각료 5명으로 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몰디브 Sun] Maldives decides to ban Israeli passports 2일 각료회의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보낼 대통령 특사를 임명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모금행사도 하기로 했다. ‘팔라디나 에쿠 디베힌(Faladheenaa Eku Dhiveheen)’이라는 전국 집회와 캠페인도 한다. 현지어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몰디브인들’이라는 뜻이다. 몰디브 힘으로 어떻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

[구정은의 ‘현실지구’] 말레이시아는 왜 뉴진스님에게 화가 났을까

서울 조계사 앞 12일 연등회는 축제 분위기였다. ‘관서현 보살’이 나와 “천상천하”를 선창하면 무대 앞에 모인 이들은 “유아독존”을 외쳤다. 아이돌 ‘응원법’ 못잖은 호응이었다. 하일라이트는 마지막에 등장한 뉴진스님. ‘제행무상’ ‘자타불이’가 EDM과 어우러지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깨달을 수 있습니까!” 집회 구호를 연상케하는 말투로 목청껏 호응을 유도하고, 관객들은 “깨닫자!” “깨닫자!”로 화답한다. 현대 한국 ‘불교 씬’에서 가장 ‘신박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소셜미디어에는 비난이 적잖다. “개그맨이 승복 입고 나와 불교를 왜곡시키고 우습게 만든다”는 것이다.말레이시아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됐다. 이달 3일 뉴진스님이 콸라룸푸르의 클럽에서 공연을 한 뒤에 말레이시아 청년불교협회(YBA..

[라운드업] OCED, 브릭스, 나토, EU,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2024.5 현재 38개국- 1960년 12월 14일 협약 체결. 1961년 9월 유럽 경제협력기구 창립국들로 구성된 OEEC를 공식 대체하고 미국과 캐나다를 추가.공식 창립 회원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서독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미국 (유고는 옵서버 지위)- 그 후 일본,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가입. - 동유럽 확대: 1990년 전환기 유럽 경제협력 센터 (현재 비회원국 협력 센터)설립.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가입(1996~2000)- 멕시코(1994), 한국(1996), 칠레 슬로베니아 이스라엘 에스토니아(2010). 라트비아(2016), 리투아니아(..

에릭 울프,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에릭 울프. 박광식 옮김 뿌리와이파리. 5/4 홉스봄의 에 서평이 실려 있는 것을 보고, 마침 국내 번역본이 있길래 바로 주문을 했다. 책은 정말 좋다. 그러나 번역이... 번역이... '괴랄'하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거의 모든 문장이 목에 걸려서 읽기가 느무느무 힘들었다. 이 책에서 내놓는 주요 논증 하나는 인류학자들이 연구하는 사회들 대부분이 유럽 팽창의 결과물이지 앞선 진화 단계들의 순수한 응결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산양식 개념의 여러 효용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우리가 이 개념을 이용해 체제 내 관계들은 물론 체제 간 관계들까지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사용해 한 생산양식, 곧 자본주의가 지금의 우위에 오르기까지 다른 생산양식들과 상호작용을 하..

딸기네 책방 2024.05.04

니켈과 기후협약, 2024년 세계 선거와 기후 정치

올해 세계에서 선거를 치르는 나라가 80개국이 넘는다. 특히 유권자 규모가 큰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러시아 등의 선거가 줄줄이 잡혀 있어 연초부터 ‘선거의 해’라며 주목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면 2024년은 ‘민주주의의 해’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뻔한 승리로 끝났고, ‘세계 최대 민주국가’라는 인도에서는 무슬림 차별을 공고히 해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바라티야 자나타(BJP) 당의 집권이 연장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이 이번에도 역시나 반이민 선동을 무기 삼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해가 되기를 기대하기엔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기후대응 측면에서는 어떨까. 과학전문지..

[구정은의 ‘수상한 GPS’] 유권자 10억명, 인도 총선의 ‘1인 투표소’

4월 19일 인도 총선거가 시작됐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인도. 명목 상의 의회인 중국 전인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의회를 갖고 있는 나라다. 인도 총선을 훑어보기 전에, 먼저 작은 마을로 가보자.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는 인도 북쪽 히말라야 산악지대, 중국과 늘 국경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그곳에 Anjaw 라는 지역이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도 완전 동쪽 끝자락인데 중국, 미얀마 국경과 만나는 곳이다. 거기에 말로감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투표소가 하나 있다. 인도 총선이 시작된 4월 19일, 그 투표소는 투표가 완료됐다. 투표율 100%. 유권자가 단 한 명이다. 44세의 소켈라 타양이라는 여성인데 오후 1시에 투표를 마쳤다. 소켈라는 “투표권을 ..

[구정은의 ‘현실지구’] 코끼리와 다이아몬드 사이, 보츠와나의 길

이달 초 동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보츠와나가 독일에 “코끼리 2만 마리를 보내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독일 환경부가 밀렵을 걱정하며 사냥동물 수입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보츠와나의 모크베시 마시시 대통령이 코끼리떼를 독일로 보내겠다고 한 것이었다. 지난 달 영국이 아프리카 야생동물 사냥을 제한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보츠와나의 야생동물 장관은 “코끼리 1만 마리를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 보내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대로 당신들도 동물들과 함께 살아보라. 농담하는 것 아니다.” 마시시 대통령은 독일 매체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럽이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에는 별 관심도 없으면서 코끼리를 신경쓰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도 들린다. 그는 “베를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