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일기 48

장자일기/ 무당 계함과 열자와 그의 스승 호자

5. 정나라에 계함이라는 신통한 무당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 살아 남고 죽게 되는 것, 화나 복을 받는 것,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 등을 다 알 수 있었습니다. 연월일까지 알아맞히는 것이 꼭 귀신같았습니다. 정나라 사람들은 그를 보면 모두 도망을 갔습니다. 열자만은 계함을 만나 보고 심취하여 돌아와서 스승 호자에게 아뢰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선생님의 도(道)가 지극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보니 그보다 더한 도가 있습니다."호자가 말했습니다. "나는 너에게 도의 껍데기만 가르치고 아직 그 알맹이는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는 내가 가르치는 도를 다 터득했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암탉이 많아도 수탉이 없으면 어떤 달걀이 나오겠느냐? 너는 그 (알맹이도 없는) 도를 가지고 세상과 겨루..

장자일기/ 아! 내 스승

36. 의이자(意而子, 의지의 선생)가 허유를 만나러 갔습니다.허유가 말했습니다. "요 임금이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던가?"의이자가 대답했습니다. "요 임금이 제게 말하기를 '너는 반드시 인의를 실천하고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길 찾아왔는가? 요 임금이 벌써 자네 이마에 인의로써 먹물을 새겨 넣고 시비로 자네 코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는데, 자네가 어찌 저 자유분방하고 유동성 많은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그러나 저는 그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그럴 수 없네. 눈먼 자는 얼굴의 아름다움이나 수놓은 옷의 색깔과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 37. 의이자가 말했습니다. "미인 무장(無莊)이 그 아름다움을 잊고, 장사 거량이 그 힘을 잊고, 황제(..

장자일기/ 맹손재

33.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맹손재(孟孫才)는 그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곡은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으로 근심하지도 않았습니다. 상을 치르면서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세 가지가 없었는데도 상을 잘 치렀다는 소문이 노나라에 다 퍼졌습니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은데 이렇게 이름이 날 수 있습니까? 정말 이상합니다." 34. 공자가 말했습니다. "맹손씨는 할 일을 다했다. 보통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더 앞선 사람이다. 사람들은 장례를 간소하게 하고 싶어도 못 했는데 최대한 간소화한 셈이다. 맹손씨는 사는 까닭이 무엇인지, 죽는 까닭이 무엇인지, 또 앞서가야 할 까닭이 무엇인지, 뒤따라야 할 까닭이 무엇인지 모두 잊어버린 사람이다. 그 사람은 변화 과정에서 한 사물처럼 되어, 알지 ..

장자일기/ 세상 밖에서 노니는 세 벗

28. 자상호(子桑戶. 뽕나무 문 선생), 맹자반(孟子反. 맹 반대 선생), 자금장(子琴張. 거문고 당기기 선생), 셋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사귐이 없는 데서 사귈 수 있고, 서로에게 하지 않는 데서 함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을 노닐고, 무극(無極)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서로 삶을 잊어버리고 끝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9. 얼마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다가 자상호가 죽었습니다. 아직 장례를 치르기 전에 공자가 이 말을 듣고 제자 자공을 보내 일을 돕도록 했습니다. [자공이 가 보니] 한 사람은 노래를 짓고 또 한 사람은 거문고를 타면서, 목소리를 합해 노래를 부르고 ..

장자일기/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아프리카 다녀온 것들 정리하고 낼 넘길 원고 준비하고 한동안 밀어두었던 번역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밀린 책 리뷰도 해놔야 하고... 할 일은 많은데 머리 속이 멍~~ 하다. 그냥 놀고만 싶다. 이럴 때 좋은 게 장자를 하염없이 두드리고 있는 것.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22. 자사(제사 선생), 자여(가마 선생), 자려(쟁기 선생), 자래(오심 선생) 네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없음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꽁무니를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음이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사람과 벗하고 싶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3. 자여에게 갑자기 병..

장자일기/ 여우가 가르치는 득도의 단계

여우(女優)가 가르치는 득도의 단계 18. 남백자규가 여우(등 굽은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 아직도 얼굴은 갓난아기와 같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도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도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어찌 될 성이나 싶은 일입니까? 당신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복량의라는 사람은 성인의 재질은 있으나 성인의 도가 없었고,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나 성인의 재질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가 과연 성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19. 아무튼, 성인의 도란 성인의 재질이 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이 역시 더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신중하게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그는 세상을 잊었습니다. 세상을 잊..

장자일기/ 큰 스승

큰 스승 15. 우리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온 것만 가지고도 기뻐합니다. 사람의 모양이 한없이 바뀔 수 있다면 그 기쁨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인은 사물들이 새어나갈 수 없어서 언제나 머물러 있는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닙니다. 일찍 죽어도 좋고, 늙어 죽어도 좋고, 태어나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본받으려 하는데, 하물며 모든 것의 뿌리요, 모든 변화의 근원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道란? 16. 무릇 도가 실재라고 하는 믿을 만한 증거는 있지만, 그것은 함도 없고(無爲) 형체도 없습니다(無形).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가 없습니다. 터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를 근본으로 하고 스스로를 뿌리로 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있기 이전부..

장자일기/ 죽고 사는 것

죽고 사는 것 11. 죽고 사는 것은 운명입니다. 밤낮이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하늘의 이치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모든 사물의 참모습입니다. 사람들은 하늘마저 아버지처럼 여기고 몸 바쳐 사랑하는데, 하물며 하늘보다 더욱 뛰어난 것을 위해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임금마저 자기들보다 낫다 여겨 목숨을 바치는데, 하물며 임금보다 더욱 참된 것을 위해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요거 맘에 든다. "하늘마저 아버지처럼 여기고 몸 바쳐 사랑하는데, 임금마저 자기들보다 낫다 여겨 목숨을 바치는데... " 그려, 그거여. 하늘이 뭐 대수고 임금이 뭐 대수랴. 하나님 타령하고 대통령 따르는 자들아 들어라! 종교에 빠지고 국가와 민족을 숭상하는 자들아 웃기지들 마라! 세상엔 더욱 참..

장자일기/ 성인은

성인은 7. 그러므로 성인은 군대를 움직여 적국을 망하게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잃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로움과 혜택을 만대에 두루 베풀지만, 사람을 특별히 편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사물에 통달하려는 사람은 성인이 아닙니다. 편애하는 사람은 인자(仁者)가 아닙니다. 하늘을 시간으로 구분하는 사람은 현자(賢者)가 아닙니다. 이해(利害)에 걸림이 있는 사람은 군자가 아닙니다. 이름을 위해 참된 자기를 잃어버리는 사람은 선비가 아닙니다. 참된 자기를 잃고 참됨이 없는 사람은 딴 사람을 부리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고불해, 무광, 백이, 숙제, 기자, 서여, 기타, 신도적처럼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을 뿐, 스스로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

장자일기/ 진정한 앎

제 6편 큰 스승(大宗師) 진정한 앎 1. 하늘이 하는 일과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하늘과 함께 살아가고,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그의 '앎이 아는 것'으로 그의 '앎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완합니다. 이리하여 하늘이 내린 수명을 다하여 중도에서 죽는 일이 없는 것. 이것이 앎의 완성입니다. 2. 그러나 여기에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앎은 무엇에 근거해야만 비로소 올바른 앎이 됩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인위적인 것이고, 내가 인위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자연인 것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통 뭔소린지... 아는 건 중요하지만 자기가 아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