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일기 48

장자일기/ 자고의 고민

16. 섭공 자고가 사신으로 제나라에 갈 때 공자에게 말했습니다. "왕께서 제게 준 임무가 막중합니다. 제나라에서 사신은 정중하게 대접하지만 일은 빨리 처리해주지 않습니다. 보통사람에게도 재촉할 수 없는데, 제후에게 어떻게 하겠습니까? 심히 두렵습니다. 일찍이 선생께서는 제게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성공을 바라지 않고 하는 일은 드물다. 성공하지 못하면 반드시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할 것이고, 성공하면 음양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을 사람은 덕을 가진 사람 뿐이라' 하셨지요. 17. 저는 요리를 간단히 해서 별 맛 없는 음식을 먹습니다. 그래서 요리할 때 부엌에서 덥다며 시원하게 해 달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왕명을 받고, 저녁에 얼음물을 들..

장자일기/ 심재(心齋)할 때

13. 안회가 말했습니다. "제가 심재를 실천하기 전에는 안회라는 제 자신이 실재처럼 존재하지만, 심재를 실천하여 제 자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 이것을 '비움(虛)'이라 하는 것입니까?" "바로 그렇다. 내가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위나라에 들어가 그 새장에서 노닐 때, 이름 같은 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받아 주거든 소리내고, 받아주지 않거든 잠잠하라. 문도 없고 나갈 구멍도 없거든 '하나'로 집을 삼고, 부득이한 일에만 거하라. 그러면 그런 대로 성공할 것이다. 14. 걷지 않고 자취를 안 남기기는 쉽지만, 걸으면서 자취를 안 남기기는 어려운 일. 사람을 위해 일할 때는 속이기 쉬우나, 하늘을 위해 일할 때는 속이기 어려운 일. 날개로 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날개..

장자일기/ 참된 준비- 마음 굶김(心齋)

11. 안회가 말했습니다. "저로서는 이제 더 생각해 낼 도리가 없습니다. 부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공자가 말했습니다. "재(齋)하라. 너에게 말한다만, [마음을 그냥] 가지면서 한다면 쉽게 될 수 있겠느냐? 쉽게 된다고 하는 자는 저 맑은 하늘이 마땅하다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저는 가난하여 여러 달 동안 술을 못 마시고 양념한 음식도 못 먹었습니다. 이 경우 '재'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은 제사 때의 재(祭祀之齋)지 마음의 재(心齋)가 아니다." 전편에서 공자는 안회가 하겠다는 것, 안회가 못된 임금에 맞서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모조리 안된다며 뜯어말리고 깔아뭉갠다.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도저도 하지 말고 자신을 닦으라는데, 나는 바르지 못한 일을 하고 또 시키는..

장자일기/ 정치적 준비 태세

7. 안회가 말했습니다. "단정하고 겸허하며, 근면하고 오로지 하나에 전념하면 되겠습니까?" "안 되지. 그런다고 어찌될 것 같으냐? 위 나라 임금은 본래 기운이 넘치고 잘난 체를 하며, 한결같지 못한 사람이다. 아무도 그 비위를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한다. 이른바 '나날이 덕을 닦는 일'도 못하는데, 하물며 큰 덕을 이야기한들 무엇하겠느냐? 고집이 세어 꺾을 수가 없다. 겉으로는 네 말을 듣는 척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거들떠볼 가치조차 없다고 여길텐데 무슨 일이 되겠느냐?" 우리 회사 사정과 똑같다 -_- 8. "그러면 제가 속으로는 곧은 마음을 지니고 겉으로는 굽실거리고, 또 제 의견을 말하더라도 반드시 옛사람에 빗대어 하겠습니다..

장자일기/ 노자의 죽음

노자의 죽음 9. 노자가 죽었을 때 진실(秦失)이 문상하러 갔는데, 곡을 세 번만 하고는 나와 버렸습니다. 제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분의 친구분이 아니십니까?" "친구지." "그런데 지금처럼 그런 식으로 문상하셔도 되는 것입니까?" "되지. 처음엔 나도 여기 모인 사람들이 노자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으이. 아까 문상하러 들어가 보니 늙은이들은 마치 자식을 잃은 것처럼 곡을 하고, 젊은이들은 마치 어머니를 잃은 것처럼 흐느끼고 있더군. 이처럼 모인 사람들이 떠들고 우는 것은 노자가 원하는 바가 아닐 걸세. 이렇게 하면 하늘을 피하는 것이요, 사물의 본성을 배반함이요, 받은 바를 잊어버리는 것일세. 옛날 사람들은 이를 일러 '하늘을 피하려는데 대한 벌'이라고 했지. 어쩌다가 ..

장자일기/ 외발 우사(右師)

외발 우사(右師) 7. 공문헌은 우사(오른쪽 장군)를 보자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사람이오? 어찌하여 외발이 되었소? 그것이 하늘이 한 일이오, 사람이 한 일이오?"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하늘이 한 일이지 사람이 한 일이 아니오. 하늘이 나를 낳을 때 외발이 되게 했소. 사람의 모양이란 본래 두 발을 갖추는 것. 이로 보아도 외발임은 하늘이 한 일이지 사람이 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소." 다리가 둘인 것이 사람인데 하나 뿐인 사람이 있다면 그 모양은 하늘이 한 일이다... 이번에도 역시 어렵다. 우사가 어떤 이유로 외발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일을 '하늘이 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때엔 긍정적이고, 어떤 때엔 부정적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경우는 앞으로 (사람의) 미래에..

장자일기/ 포정의 소 각뜨기

3. 포정이라는 훌륭한 요리사가 문혜군을 위하여 소를 잡았습니다. 손을 갖다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을 디디고, 무릎을 굽히고, 그 소리는 설컹설컹. 칼 쓰는 대로 설뚝설뚝. 완벽한 음률, 무곡(舞曲) 에 맞춰 춤추는 것 같고, 악장 에 맞춰 율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4. 문혜군이 말했습니다. "참, 훌륭하도다. 기술(術)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요리사가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귀히 여기는 것은 道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통째인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神으로 대할 뿐,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 기관은 쉬고, 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입니다. 하늘이 낸 결을 따라 큰 틈바..

장자일기/ 養生主 - 신나는 삶

제 3편 양생주 편으로 들어간다. 신나는 일, 세상 활기차게 사는 일, 풍성하게 사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삶에는 끝이 1.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습니다. 아는 것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알려고만 한다면 더더욱 위험할 뿐입니다. 2. 착하다는 일 하더라도 이름이 날 정도로는 하지 말고, 나쁘다는 일 하더라도 벌 받을 정도로는 하지 마십시오. 오직 중도를 따라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그러면 몸을 보전할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어버이를 공양할 수 있고, 주어진 나이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에우이으으... 이게 무슨 신나는 얘기야? 어려운 얘기지. 너무 알려고 하면 다친다.....

장자일기/ 나비의 꿈

엷은 그림자와 본 그림자 31. 망량(罔兩: 엷은 그림자)이 영(景;본 그림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조금 전에는 걸어가더니 지금은 멈추었고, 조금 전에는 앉았더니 지금은 일어섰으니, 왜 그렇게 줏대가 없소?'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가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소? 내가 의존하는 그것 또한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소?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에 의존하는 것 아니겠소? 왜 그런지를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왜 안 그런지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영'은 景이라 써놓고 역자가 '영'이라 독음을 붙여놓았다. 망량은 그림자 둘레에 생기는 엷은 곁그림자라고 하는데, 광원이 둘이 아니어도 곁그림자가 생길 수 있는 것인지? 나비의 꿈 32. 어느날 장주(莊周)가 나비가 된 꿈..

장자일기/ 여희의 후회

여희의 후회 26. 삶을 즐거워하는 것이 미혹 아닐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어려서 집을 잃고 돌아갈 줄 모름과 같은 것 아닐까? 미녀 여희(麗姬)는 애(艾)라는 곳 변경지기 딸이었네. 진(晋)나라로 데려갈 때 여희는 너무 울어서 눈물에 옷깃이 흠뻑 젖었지. 그러나 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과 아름다운 잠자리를 같이 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되자, 울던 일을 후회하였다네. 죽은 사람들도 전에 자기들이 삶에 집착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난 어릴 때 '계집 姬'라고 배운 것 같은데 요사이 컴퓨터에는 '아가씨 희'라고 나오네. 그렇구나 '놈 者'도 '사람 자'가 되었고. 구작자와 장오자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규중칠우쟁론기 같은 책에 교두각시 세요각시 하는 이름들이 나오는 것처럼 사물을 의인화시켜 우화를 만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