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네 다락방

장자일기/ 세상 밖에서 노니는 세 벗

딸기21 2010. 11. 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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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자상호(子桑戶. 뽕나무 문 선생), 맹자반(孟子反. 맹 반대 선생), 자금장(子琴張. 거문고 당기기 선생), 셋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사귐이 없는 데서 사귈 수 있고, 서로에게 하지 않는 데서 함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을 노닐고, 무극(無極)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서로 삶을 잊어버리고 끝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9. 얼마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다가 자상호가 죽었습니다. 아직 장례를 치르기 전에 공자가 이 말을 듣고 제자 자공을 보내 일을 돕도록 했습니다. [자공이 가 보니] 한 사람은 노래를 짓고 또 한 사람은 거문고를 타면서, 목소리를 합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 상호여. 아, 상호여. 
그대 이제 참됨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 사람으로 잇구나. 아."
자공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습니다. "감히 물어보겠습니다. 주검을 앞에 놓고 이렇게 노래부르는 것이 예(禮)입니까?"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이 이가 어찌 예의 뜻을 안단 말인가?"

30. 자공이 돌아가 공자에게 아뢰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입니까? 바른 행동은 전혀 없고, 자기들의 외모도 잊어버린 채 주검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으니, 이런 사람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입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세상 밖에서 노니는 사람들. 나는 세상 안에서 노닐 뿐. 밖과 안은 서로 만날 수 없는 법. 내가 너를 보내 문상하게 했으니, 내 생각이 좁았구나.

31. 그 사람들은 조물자와 함께하여 하늘과 땅의 일기(一氣)에서 노니는 사람들. 그들에게 삶이란 마치 군살이 붙거나 혹이 달린 것과 마찬가지요, 죽음은 부스럼을 없애버리거나 종기를 터뜨린 것과 같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이 어찌 삶과 죽음의 우열을 따지겠는가? 여러 가지 물질을 잠시 빌려 몸을 이루는 것. 간이니 쓸개 같은 것도 잊고 귀니 눈이니 하는 것도 놓아둔 채, 끝과 시작을 계속 반복할 뿐. 그 시작과 마지막을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을 잊고 티끌과 먼지 밖에서 유유히 다니고, '함이 없는(無委) 함'에 자유로이 노닌다. 이런 사람들이니 어찌 구차스럽게 세속의 예 따위를 따라가면서 뭇사람의 눈에 띄려 하겠는가?"

32. 자공이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세계에 의지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하늘의 벌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너와 함께 세속에 머물 것이다."
자공이 물었습니다. "그 세계가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고, 사람은 도(道)에서 살지. 물에서 사는 것들은 연못을 파 주면 거기서 영양분을 받아 살아갈 수 있고, 도에서 사는 사람들은 일을 저지르지 않고 가만 두면 삶이 안정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르기를 '물고기는 강과 호수에서 서로 잊고, 사람은 도에서 서로 잊는다'고 했다."
"그 이상스런 사람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스러운 사람'이란 보통 사람과 비교해서 이상할 뿐, 하늘과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하늘의 소인이 사람에게는 군자요, 사람의 군자가 하늘에는 소인이라' 한 것이다."



오랜만에 장자 읽기. 
벌써 6년째 읽고 있다. 두달 뒤면 7년 째에 접어든다.
그 동안 나는 여러 가지를 경험했지만, 자유로워지지는 못했다.
그나마도 요샌 넘 바빠서(바쁨은 물, 나는 고기~~)
장자는 개뿔... (장선생님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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