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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알 마쇼우크의 '사랑의 성'

사멜과 타리크와 나는 티그리스 강변을 따라 알 마쇼우크로 향했다. 바그다드의 티그리스는 마치 서울의 한강변처럼 양 옆으로 제방을 쌓아 보는 재미가 없는데, 사마라 부근의 티그리스는 초지 사이를 자연 그대로 흐르고 있어 아주 멋졌다. 수천년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낳았던 바로 그 강. 물 위로 새들이 많이 날았다. 알 마쇼우크는 뜻풀이를 하면 이다. 오래전에 사막의 왕이 베두인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왕비가 될 아가씨는 황량한 초원에 살게된 것을 몹시 슬퍼했단다. 왕은 왕비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성을 새로 짓고, 티그리스 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아 왕비가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알 마쇼우크에서 티그리스 강까지는 너무 멀어보였는데, 옛날에는 강이 바로 앞으로 흘렀다는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이라크]사담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사담 후세인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수막. 실제 그 말대로, 이라크는 후세인의 나라였다. 바그다드는 '눈만 돌리면' 후세인의 얼굴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세인의 동상과 초상으로 덮여 있었다. 큰 건물의 벽면에는 어김없이 초대형 후세인 초상화가 걸려 있고 관공서 담장, 호텔의 로비, 시내 중심가의 광장 할 것 없이 모든 곳에 그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특히 15일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리에는 관공서에서 나눠준 후세인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승합차들은 앞뒤로 '후세인 만세'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달고 거리를 달렸다. 각종 기념일이면 혁명광장에서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시내 중심에는 높이..

[이라크]알리바바의 도시에서 사담의 도시로

첫눈에 들어온 바그다드는 여느 나라의 대도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경비초소를 지나 바그다드 외곽의 만수르에 들어서자 팔레스타인과의 친선관계를 상징하는 기념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시내 중심가인 사둔거리에는 허름한 간판을 내건 극장들이 늘어서 있었고, HDTV와 DVD 플레이어 등 고급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도 보였다. 도심을 흐르는 티그리스 강가의 레스토랑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야경을 즐기는 시민들로 새벽 1-2시까지 북적거렸다. 사둔 광장의 분수대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물 속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쟁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번 더 들여다보면 경제난의 기색이 역력했다. 근사한 외양의 대형건물들과 잘 정비..

[스크랩] 마음이 전하는 말들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털어놓게 하고, 또 어떤 때는 사막의 해돋이에 동요되어 소리 죽여 흐느끼게 했다. 보물 얘기를 할 때면 거세게 뛰다가도, 그의 눈이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을 때면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가 연금술사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길을 갈 때조차도 마음은 결코 고요히 있는 법이 없었다. 그는 사막의 길을 가는 내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가시고,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느..

딸기네 책방 2002.10.06

[스크랩] 엘뤼아르의 '시론'

시는 실제적인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말이 많은 내 친구들에게 숲속에 태양이 침대 속에서 몸을 맡긴 여자의 아랫배와 같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내 모든 욕망을 이해합니다. 비오는 날 수정이 언제나 사랑의 무료함 속에서 소리를 울린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사랑의 시간을 지연합니다. 내 침대의 많은 가지 위에서 결코 동의를 표시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집을 짓는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나의 불안을 함께 나눕니다. 움푹 파인 샘물의 밑바닥에서 푸른 풀잎을 살포시 열며 강물의 열쇠가 돌아간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여전히 내 말을 믿고 더욱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모든 나의 거리와 끝없는 거리와 같은 나의 이 조국을 솔직히 노래한다면 당신들은 이제 내 말을..

딸기네 책방 2002.10.06

아이 귀여워, 귀여워~

누구냐면, 바로 얘. 호아킨 산체스. 1981년생, 아주 싱싱한 애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에서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월컵 열심히 봤던 사람들은 다 알걸. MBC ESPN이 축구중계를 밤 11시로 늦춰버리는 바람에 지난주에는 챔편스 리그 경기도 거의 못 봤는데, 어제는 이러다 축구결핍증 걸리는 거 아닌가 싶어 졸린 걸 참고 꿋꿋하게 봤다. 게다가 어제 경기는 내가 좋아하는 발렌시아와 귀염둥이 호아킨이 있는 베티스간의 경기였기 때문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발렌시아는 사실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쟁쟁한 톱스타들로 구성된 팀은 아니지만 선구들이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럼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안 빠른가? 물론 걔들도 빠르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걔들은 스타일+재주+..

[이라크]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요르단의 암만에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까지는 총 950km. 거의 대부분 사막으로 이뤄진 이 길을, GMC밴을 렌트해 달려가기로 했다. 밴의 운전사는 이라크 국경이 가까워오자 가게에 들러 바그다드의 가족에게 가져갈 물건들을 잔뜩 사들였다. 콜라와 초콜릿 따위를 하나 가득 실은 차는 요르단-이라크의 접경인 케라메에 도착했다. 허름한 단층건물로 된 입국심사장에 들어서 맨 처음 부닥친 것은 에이즈 검사였다. 에이즈를 '동성애자들의 죄악의 결과물'로 간주하는 이슬람권에서도 유독 이라크는 입국시 에이즈 검사를 위한 채혈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해 세계에이즈 총회에서 이슬람권은 총회결의안에 동성애가 지탄받아야 할 도덕적 죄악임을 명시하자고 주장했었다. 북유럽 등의 거센 반발로 결이안에 그런 문구가 들어가..

그놈의 아시안게임

...때문에 축구를 못 보고 있습니다. 치사한 MBC, 아시안게임 중계한다고 챔편스 리그 중계 빼먹고...수백억 주고 사온 미 MLB 중계한다고 축구 중계 빼먹고...왜 공중파랑 케이블에서 똑같은 걸 보여주냐고...전파낭비에, 시청자들과의 약속 위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슴다. 스타스포츠는 최소한 3주전부터 편성표가 나오는데 MBC ESPN은 매주 월요일이 돼야만 그 주의 편성표가 나옵니다. 웃기는 짬뽕. 나쁜 넘들. 확 불이라도 질러버릴까 보다...(원래 축구는 사람의 감정을 과격하게 만드는 법이죠^^;;) 와나캣님이 축구 중계 스케줄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오는 저녁 8시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하일라이트 30분 방송해줍니다. 아마 광고 빼고 뭐 빼고 하면 20분이나 될까말까겠지만. 담주 월욜에는 저녁 7..

지단의 검은 옷

어제 레알마드리드-바야돌리드 경기를 봤다. (생각해보면 좀 우습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선수가 스페인에서 뛰고, 나는 그것을 홍콩 TV를 통해 보면서 영어로 해설을 듣는다) 마드리드가 흰 유니폼 대신 검은 유니폼을 입었다. 아디다스 줄무늬 가운데 축구공이 그려진(축구공 그림은 아무래도 부조화스러워 보이지만) 마드리드 본연의 대신. 역시 마드리드는 을 입어야 제맛이 난다. 그치만 검은 옷 입은 지단은 아주 멋있었다. 아무리 마드리드라 하더라도 선수 하나 빠지니까 어쩔 수 없었다. 경기 결과를 알고 봤는데, 그저께 스코어만 확인하고서 궁금해했었다. 무적함대 마드리드가 그닥 뛰어날 것 없는 바야돌리드를 만나 1:1 무승부로 끝냈다는 것이 의아하게 생각됐었다. 처음에 라인업을 보니 엘게라가 없었다. 이에로와 함..

[스크랩] 살렘의 왕 멜키세덱

조그만 도시인 타리파의 경사지에는 예전에 무어인들이 건설한 오래된 요새가 있었다. 그 요새의 성벽 위에 앉으면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고, 바다 건너 아프리카 땅도 시야에 들어왔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은 그날 오후 요새의 성벽 위에 앉아 불어오는 레반터(동풍)를 맞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양 여섯 마리가 주인이 바뀐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끊임없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먹이와 물 뿐이었다. 멜키세덱은 부두를 떠나는 작은 배 한 척을 보았다. 그 젊은 양치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브라함에게서 십일조를 받은 후에도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일이었다. 신들은 욕망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신들에게는 자아의 신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살..

딸기네 책방 200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