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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패러독스> 미국 중도우파의 '건전한' 시각?

제국의 패러독스 The Paradox of American Power: Why the World's Only Superpower Can't Go It Alone 조지프 S. 나이 (지은이) | 홍수원 (옮긴이) | 세종연구원 | 2002-07-29 | 원제 조지프 나이(Joseph Nye) 만큼 우리나라 언론에 코멘테이터로 자주 등장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미 9.11 테러 1주년 특집을 다루는 여러 신문에서 나이의 이야기가 나왔고 인터뷰까지 다뤄졌다. 지금은 그 유명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학장으로 있지만 클린턴 정권에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것을 포함해 명실상부한 로서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나이의 저서 중에는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과 그 책은 성격이 좀 다르지만 스타..

딸기네 책방 2002.09.05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출근. 일년의 52분의1 밖에 안 되는 기간일지언정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오니 기분이 20% 쯤은 갱신된 것 같다. 빵빵이 집에서 푸른하늘의 노래를 들었다. 글로 올려진 것이지만 어쩐지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사실 나는 그 노래를 모른다.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 지어야하는 것일까 왜 저런 가사를 집어넣는 것일까. 속상하게. 내 대학시절 우스꽝스런 친구가 했던 말. 우리들(보통의 모범적인 사람들) 졸업하고 벌써 몇년 지나 직장 다니고 있을 시기에 이 친구는 신림동의 자취방에서 아마도 술퍼먹고 늦잠자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넌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니"라는 뉘앙스의 질문, 그리고 친구의 대답. "나는 그대로인데 너희가 변한거야" 여수 출신인 이 친구(사실은 이 인간의..

[해남에서 화순으로] 오지여행+답사여행

해남의 산들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노고단의 산 기운이 서쪽으로 치달려 영암의 월출산을 일으키고(해남에서 화순으로 옮겨가는 길에 월출산을 멀리서 바라봤는데 아주 멋있었다) 해남반도에 들어서서 대둔산, 달마산, 두륜산 같은 산들을 세운 뒤 송지면 갈두리(땅끝마을)에서 제주 한라산을 바라보며 바다로 들어가 자취를 감춘단다. 대둔사에서 땅끝마을까지 가는 2시간 가까운 드라이브는 아주 기분좋은 여정이었다. 이라는 말이 주는 뾰족하면서도 삭막한 느낌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들판과 아담한 산들. 가는 길에 송호해수욕장에 들러 잠깐이나마 몸을 담그기까지 했다. 여름휴가 동안 어쨌든 물놀이 한번은 해본 셈이다. 정작 땅끝마을은 실망스러웠다. 그렇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횟집과 식당들, '별볼일 없는' 바다...

[해남 대흥사] 구경 잘 하고 천벌 받을뻔함.

8월27일. 별볼일 없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대둔사(大屯寺)로 올라갔다. 91년 학과 답사 때 두륜산 대둔사를 '구경' 왔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절 이름이 대흥사(大興寺)였는데 92년에 대둔사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름이 '정리'되지 않은 듯, 와 라는 이름이 표지판마다 혼용돼 있었다. 위치는 한반도 남쪽 끝자락이지만 이름만은 스케일 크다. 백두산의 두(頭)자와 곤륜의 륜(崙)자를 따서 두륜산이다. 원대한 이름과 달리 높이는 703m에 불과하다. 두륜산을 옛날 사람들은 이란 뜻의 으로 불렀는데 여기서 절 이름이 나와서 , 이라고도 했단다. 서산대사 유물이 보관돼 있다는 것이 이 절의 제일 큰 자랑거리인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의 좋다는 어느 곳이건 가면 무슨무슨 8경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

[변산반도] 딸기투어 타임테이블

8/26(월) 11시20분 집에서 출발. 만남의 광장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고 오후 1시 서울 톨게이트 통과. 서해대교를 건너다-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작 건너는 동안에는 다리 난간을 하도 높게 해놔서 바다를 감상할 수 없었다. 91년식 오래된 소나타 클래식(아지님은 오나타라고 부른다)에게 어쩐지 이번 여행은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초장부터 들었다. 덜덜덜덜...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지님 손이 수전증처럼 떨릴만큼 차체가 떨렸다. 이게 왜 이럴까. 군산휴게소 못 미쳐서, 갑자기 차가 레코드판 바늘 튀듯이 퐁퐁 튀더니 아까 그 떨림과 시끄럽던 소리가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밟은 것이 틀림없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 뒤편으로 무언가가 옆 차선에 떨어져 있는 것이 거울에 비쳤다. 잠시 뒤 나는 깨달..

꽃보다 남자와 꽃미남 이야기

★ 나오는대로 주절거리는 꽃미남 이야기. 의 상품성은 정말 대단하다. 유치찬란을 넘어 유치절정휘황찬란으로까지 달려간 만화이지만, 재미와 흡입력은 어느 만화보다 낫다. 부잣집 도련님과 가난한 아가씨의 만남. '상투'의 꼭대기까지 쳐올라간 구도이지만 부자도 그냥 부자가 아니라 세계 몇째 갈만한 재벌, 아가씨도 그냥 가난한 아가씨가 아니라 지긋지긋 속물적인(동정의 여지가 없는) 부모 밑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가난한 아가씨, 왕따도 그냥 왕따가 아니라 승용차에 사람을 매달아놓고 운동장에 질질 끌고 다니는 무지막지한 폭력이고 보면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만화의 최대강점은 F4, 즉 '네 명의 남자'가 나온다는데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명이 아닌 네!명!이라는 점에 있다. 일본 만화매거진 시스템..

라 발랄 비타, 2단계.

1. 촉촉한 인생 부문 -째즈: 째즈라는 장르를 통째 좋아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아프로쿠반 째즈로 범위를 제한키로 결정. 그리고 켈틱 음악은 계속 '추구'해볼 생각이다. -음악감상노트: '청재킷을 입은 노트' 7페이지까지 작성 완료. -악기 연주: 오늘 드디어 기타를 샀다. 오베이션(은 유명한 브랜드이고, 내가 산 것은 그걸 흉내낸)형의 기타인데, 나뭇잎 무늬로 된 것. 여기서는 '나뭇잎 무늬'라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중앙에 시커먼 구멍 뚫린 것 말고, 나뭇잎 부분에 새까만(이 어감상의 차이에 주목하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 실은 내가 예전에 쳤던 기타가 바로 이렇게 생긴 거였다. 이제 기타를 '연주'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이 난제다. 우선 기타를 잘 못 치고, 더욱이 손가락으로 ..

미카엘 엔데, '기관차 대여행'

어렸을 때 봤던 가 다시 출간됐다는 복음을 이제 접했다. 오늘 알라딘에서 '용케 생각난 김에' 미카엘 엔데의 책들을 찾아보니 길벗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돼 있었다. 엔데는 나 로 아주 유명하지만 이상하게도 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운이 좋아서였는지, 엔데의 첫 작품인 를 먼저 읽었다. 1부는 원제 그대로 였고, 2부는 이었는데 모두 두 권씩으로 돼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몇번을 들춰가며 보고, 삽화를 들여다보고, 머리와 가슴과 손과 간과 내장에까지 꼭꼭 간직해놨다. 그 뒤로 도 보고 , 도 봤는데 모두 아주 재미있었지만 만큼은 못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것의 줄거리를 보니, 제목에서부터 의역을 해서인지 내가 생각했던 느낌이 나지를 않았다. '알퐁소 12시15분전 임..

딸기네 책방 2002.08.14

마틴 브룩스, '초파리'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 An Experimental Life 마틴 브룩스 (지은이), 이충호 (옮긴이) | 이마고 를 읽은 뒤 인도라는 주제를 좀 더 읽어볼까 하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는 두꺼운 를 포기(!)하고 다시 유전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며칠새 유전자에 관한 책 2권(와 )을 읽었는데 둘 다 내용이 제법 있는 책들이다. 그렇지만 전자는 주제의식에 비해 재미가 없었으므로 생략하고 에 대해서만 소개를 하자면. 유전자라는 말, 과학전공자들끼리만 소곤소곤하는 단어가 아님은 분명하다. 신문에건 어디에건 툭하면 등장하는 '흔한 단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앞에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원제는 Fly: an experimental life인데 우리나라 번역본에..

마하트마 간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간디.

마하트마 간디 -Rediscovering Gandhi 요게시 차다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한길사 .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책을 읽는 사이사이, '읽고 나면 글로 남기고 싶은 감상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지막장을 덮고 난 지금 오히려 내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내가 최근 세운 계획 중의 하나는 이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해본다는 것도 들어있었다. 850쪽이 넘는 긴 전기를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사실 의무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었다. 지난해 인도史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간디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할 거리들이 별로 없었다.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단편적인 몇가지 어..

딸기네 책방 200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