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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그냥 돌이라고 말하려다'

(바람구두님 홈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냥 돌이라고 말하려다 신대철 "산책 좀 합시다" 고비 노인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다, 사막에서 무슨 산책을? 사막에도 갈등이? 하고 말하려다 나는 흔쾌히 따라나선다, 걸어서 한시간 삼십분, 낮을 대로 낮아진 구릉들 흐르다 문득 사라진 곳에 검푸른 바위들 반들거린다. "운석입니다, 별똥별이지요,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여길 산책하고 나면 살아가는 일이 신비롭습니다, 여기선 무엇이든지 들립니다" 무엇을 들었지요? 하고 물으려다 구릉 사이 분지형 바위들을 가리키며 성소 같군요 했다, 내 얕은 탐석체험에 의하면 이 바위들은 경도 5도쯤 되는 변성암이고, 그의 신비체험에 의하면 생의 비의가 서린 바위 이상의 장소이리라, 그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혼자 얼마나 많은 ..

딸기네 책방 2003.06.18

아프리카 초원도 '민영화' 한다?

아프리카 초원지대의 자연공원들이 민간에 넘어가게 됐습니다. 지역개발과 환경의 효과적 보전이라는 명분하에 진행되는 대규모 민영화 사업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BBC방송은 16일 잠비아, 말라위, 우간다, 케냐,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6개국의 국립 자연공원들이 민영화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독일 출신의 백만장자 사업가 파울 반 블리싱겐이 추진하고 있는 이 공원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지구상 최대의 야생동물 군락지인 아프리카 남부의 초원.밀림지역은 초대형 ‘사파리 벨트’로 바뀌게 될 전망입니다. 형식은 장기임대를 통해 공원 관리를 위탁한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민영화계획이나 다름없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반 블리싱겐은 이미 남아공 북부의 마라켈레 국립공원을 위탁운..

외인구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37라운드까지 모두 마쳤으니 이제 팀마다 딱 한 경기씩 남았다.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무적함대' 레알마드리드, 그리고 2위는 레알 소시에다드다. 레알 소시에다드라는 팀은 여간한 축구팬이 아니고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프리메라 리가가 쎄다고는 하지만 이 팀은 그 엄청난 리그의 '그저 그런 팀들'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적어도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37라운드, 소시에다드와 셀타비고의 경기가 셀타비고 홈에서 열렸다. TV 카메라는 계속해서 원정 온 소시에다드 응원팀의 모습을 비춘다. 자기네 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선수들 못잖게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 클로즈업된 얼굴들은 너무나 진지하다. 축구에 목숨걸었나 싶을 정도로, 경기에 몰두해 있다...

에어버스, 보잉을 제치다

저는 항공산업에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비행기 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실은 제가 몇해 전 잠깐 공항을 출입한 적이 있거든요. 이른바 '나와바리'가 공항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영종도 신공항 생기기 전이라, 김포공항에 일주일에 두세번씩 들렀더랬죠. 각설하고, 항공시장 이야기입니다. 항공기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만년 2위' 에어버스가 결국 보잉을 제쳤습니다.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업계 부동의 1위가 만년 2위에 추월당한 그런 스토리가 아니라, '미국 대 유럽'의 싸움에서 유럽이 이긴 것인 동시에, 군수산업과 민간산업의 경쟁 구도로 진행돼온 싸움에서 민간 쪽이 우세를 보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항공기제작 컨소시엄인 에어버스는 15일 연간 항공기 수주 건수에서 사상 처..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책 표지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써 있고, 느낌표까지 찍혀 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 정도는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이제야, 큰맘먹고 읽었다. 1976년에 발표됐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내가 본 것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고, 그동안 재미나게 읽었던 매트 리들리의 이 모두 이 책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정작 도킨스의 '획기적 이론'(발표 당시)은 아주 낯익게 다가와버렸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은 수긍이 가고,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이 참 재미있는데, 정작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뜬금없다 싶었다. 동식물(개체)은 '이기적인' 유전..

[스크랩] 권태로운 애륜에게 주는 글

bbs에 몹시 권태로운 글을 남겨놓은 애륜을 위하여. 퍼다놓은 글이 상당히 길다. 그렇지만 진정 권태로운 마음가짐으로, 아주아주 권태롭게 이 긴 글을 끝까지 한 단어 한 단어 읽어보길 바람. 스크롤바 주르륵 내려서 밑에 쪽에 과연 재미난 것이라도 있나 염탐하지 말고, 차근차근 읽어보기를. 먼저 올리는 글은 시인 이상의 '권태' 라는 에세이다. 이 글을 읽는 '방법'이 있다. 뭐냐면, 아주 권태로울 때, 아주 아주 천천히 읽는 거야. 권태롭지 않은 사람이라면, 권태의 나락을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고, 또 한줄 한줄 천,천,히, 읽어내려갈 마음의 여유도 없을 거다. 이 글을 읽을 때에는 그야말로 천천히, '나의 권태를 남의 권태로 죽이러간다'는 심정으로 곱씹어야 한다. 상상의 나..

딸기네 책방 2003.06.15

[스크랩] 마법의 도시, 탕헤르 -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김화영 (옮긴이) | 현대문학 | 2004-04-17 탕헤르에서의 회식 미셸 투르니에, 중에서. 우리들 주위로 백악질의 야산에 층층이 쌓아올려진 도시 탕헤르가 그 수많은 창문에 불을 켰다. 지평선 저쪽에는 지브랄타르 바위 위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오른쪽에는 지중해의 고요한 물 위로 달이 떠올랐다. 왼쪽에는 마지막 석양빛이 잠겨드는 대서양의 거친 물결. 에드몽 샤를로가 알제리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그가 겪은 그 수많은 지진들, 특히 그 자신은 기억도 할 수 없지만, 그의 부모가 정원에서 져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집이 무너져 어린 그의 요람을 덮쳤던 첫번째 지진 이야기를 막 들려주었다. 그는 또한 구름 떼처럼 몰려들던 마지막 메뚜기떼들의 재난도 경험..

딸기네 책방 2003.06.15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거인의 세계관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은이) | 구자현 | 홍수원 (옮긴이) | 중심 | 2003-05-30 이 사람의 글이 너무나 좋습니다. 요새 과학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책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원래는 과학 관련기사를 쓰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인데 어느새 재미가 들린 거죠. 괴상한 과학자 소개라든가, 물렁물렁 과학 따위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과학과 다른 분야의 만남을 다룬 책들을 좋아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가(大家)는 통한다고 할까요. 스스로를 `외로운 여행자'라 불리웠던 20세기 최고의 지성. 사람들은 보통 그를 ‘뇌가 쪼글쪼글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오죽하면 우유 이름이 아인슈타인일까요), 노벨상을 받은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그는 사상가이고 철학자였습니..

우주의 점

우주의 점 | 원제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2002) 재너 레빈 (지은이), 이경아 (옮긴이) | 한승 우주에 대한 얘기인데. 우주론을 위상수학과 연결했다나. 해설에는 그렇게 써있다. 좋아하는 책 '무.영.진공'의 저자인 존 배로 얘기도 나오고, 로저 펜로즈니 스티븐 호킹이니 하는 유명한 과학자들 얘기도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을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못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어머니만은 이해해주세요" 평생 딸이 하는 일을 궁금해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과학자인 딸이 편지를 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편지에서 글재주 많은 딸 재너 레빈은 자기가 하는 연구를 비롯해 현대물리학의 성과와 기본개념들을 설명한다. 재너 레빈이 하는 얘기 중에서 정작 과학 얘기는 하나도 ..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케자와 나츠키 (지은이) | 모토하시 세이이치 (사진) | 달궁 | 2003-05-07 아주 가까운 시절의 일인데도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기억의 조작' 내지는 '강요된 망각'인지도 모를, 그런 일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케자와 나츠키(글)와 모토하시 세이이치(사진)가 전해주는 이라크의 풍경은, 불과 몇달전의 모습인데도 마치 오래 지난 옛날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나의 감상은 그냥 책장을 넘기는 다른 독자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내게는 더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티그리스강에서 배를 띄워놓고 노는 아이들, 고대유적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 시장통 사람들, 아주 일상적인 스케치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어쩌면, 똑같은 풍경이 ..

딸기네 책방 200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