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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쁘라윳 직무정지... 태국 '암흑의 8년' 끝날까

태국 헌법재판소가 24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가 반대 세력에 밀려나게 되자 그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켰다. 계엄령을 선포한 뒤 권력을 잡아 총리직에 올랐고, 2019년 총선으로 집권을 연장했다. 그 이태 전인 2017년 군부 쿠데타 정권은 개헌을 했는데 그 헌법에 따르면 총리의 임기는 아무리 길어도 8년을 넘길 수 없다. 야권에서는 2014년 총리가 된 뒤부터 계산하면 올해 8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거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권은 개정된 헌법에 따라 2019년 3월 총선을 거쳐 6월에 총리가 됐으니, 그 때부터 계산해 202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총리의 임기가 언제 끝나는지 결정을 ..

[바람과 물] 크루즈와 비행기, 코로나 시대의 여행

오랜만의 여행길. 2년여 만의 외국 방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아직은 항공편도 여행자들도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처럼 식량을 수입하는 지역에서는 ‘빵값 폭동’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나는 여행을 떠났다. 2년 동안 발이 묶여 있었던 터였기에, 오랜 베프와의 여행을 앞두고 마치 비행기 처음 타는 사람처럼 한껏 꿈에 부풀었다. 무얼 볼까 어디서 묵을까 의논하느라 톡방은 연일 부산스러웠다. 마침내 시작된 여행. 늘 그렇듯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즐겁다. 세계가 이렇게 닫혀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전염병이 갑자기 세상을 휩쓸었고, 수많은 나라들이 방역 봉쇄로 사람들의 이동을 ..

[2022 베트남] 미선(미썬) 참파 유적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예약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서, 호이안의 가이드가 다낭까지 우리를 데리러 옴. 덕분에 다낭 바닷가의 새벽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수영하는 사람들, 집단체조를 하는 사람들도 보고. 영어 잘 되는 똑똑한 가이드 랍과 만나 호이안으로 가서, 다른 여행객들에 합류. 오늘의 여행지는 미선 Thánh địa Mỹ Sơn (실제 발음은 미싼에 가까운 듯). 9-12세기 참파 왕국의 사원 건물들이다. ‘미선’은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 걸로 보아 美山에서 나온 듯하다. 미선 계곡에 위치한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참파 혹은 참 왕국이 베트남 중부의 주인공이었지만 북쪽에서 내려온 베트남인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이들의 힌두 문화와 산스크리트어를 차용한 ..

[2022 베트남] 다낭, 선월드 바나힐스

다낭의 핵심 관광지가 된 거대한 테마파크, 썬월드 바나힐스. 다리를 건너 입장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을 올라감. 바나힐스까지 클룩으로 왕복 승용차 이동 31,000원. 두 사람이니까 버스 타고 가는 거나 그랩으로 가는 거나 가격이 비슷합니다. 바나힐스 입장권은 2인 93,000원, 꽤 비쌉니다. 그런데 가보면 왜 비싼지 알 수 있어요. 케이블카를 여러번, 오래오래 타야 하거든요. 돌로미티에 이어, 올해 정말 케이블카는 원없이 타보네요 ㅎㅎ 클룩이 좋은 것은 당일 예약이 된다는 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2시간 뒤에 픽업 신청, 입장권도 예매. 돌아오는 차량 시간을 조정해야 했는데 카카오톡으로 바로바로 얘기할 수 있어서 아주 편해씀. 산꼭대기에 프랑스풍 빌리지로 꾸며놓은 테마파크가 있어요. 내세우는 것은..

[2022 베트남] 다낭, 용다리 불쇼 물쇼

새벽에 일어나 공항으로. 비행기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숙소는 다낭 바닷가 K House vs Apartment. 4박에 우리 돈으로 16만원 정도. 작지만 수영장 있고 이쁘고 방은 깨끗하고 아침도 준다! 물에 들어가 몸 식히고,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쌀국수+계란볶음밥+청경채볶음=8000원에 저녁 해결. 저녁의 행선지는 Babylon Garden Spa. KLOOK 통해 당일 예약, 1인 바디마사지 1시간 37만동(약 2만원). 태국보다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설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마사지의 수준이 매우 훌륭함. 손짱 Son Trang 야시장. YouTube 에서만 보던 철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용 다리에서 불쇼를 구경했다. 토요일 밤 9시마다 한다고 함. 다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내..

[구정은의 '현실지구'] 레바논은 왜 우크라이나 옥수수를 거부했을까

배 한 척이 터키 남쪽에 멈춰섰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선적을 둔 ‘라조니’라는 화물선이다. 배에 실린 것은 옥수수, 힘겨운 국제협상 끝에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곡물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바다에 떠있다. 러시아의 봉쇄로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던 곡물들이 이달 들어 항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옥수수를 실은 배 두 척은 터키로 향했다. 아일랜드, 영국, 이탈리아, 중국으로 향한 선박도 있다. 8월 1일 첫 출항 이후 40만톤 가까운 곡물이 배에 실려나갔다.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러시아군에 봉쇄당한지 다섯 달이 넘어가면서 식량 불안이 커졌다. 유엔은 이 봉쇄를 풀고 세계의 밥상 걱정을 덜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했다. 터키가 중재한 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초르노모르스크 등 3개 항구를 거점으로 곡물 수출을 ..

성냥과 버섯구름

성냥과 버섯구름 오애리, 구정은. 학고재 미국이 세계의 거센 비판과 반대 속에서도 이라크를 침공한 지 어느 새 20년이 돼 간다. 폭격기가 하늘을 날고, 쫓겨난 독재자가 붙잡혀 처형을 당하고, 미군의 점령기를 거쳐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종파와 진영에 따라 나뉜 이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테러를 저질렀고 너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에 7000년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를 간직한 바그다드의 국립 박물관은 약탈을 당했다. 미군이 들어가서 멋대로 유물들을 꺼내 ‘기념품’으로 가져갔고, 켜켜이 쌓인 문명의 두께와 역사의 깊이를 알던 이라크 사람들마저 일부가 유물들을 도둑질했다. 뒤이어 미국 언론을 타고 전해진 소식은, 이라크의 유물 가운데 몇 점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는 ..

[구정은의 '수상한 GPS'] 미국, 이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남미를 흔드는 비행기 한 대

보잉747-300 화물기 한 대가 지난 5월 멕시코에서 자동차 부품을 싣고 출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파라과이의 국경도시에 잠시 들렀다. 그러다가 악천후를 만났고, 원래 기착할 곳은 아니었지만 급유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6월 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세이사 공항에 착륙했다. 그 뒤로 화물기는 계속 그곳에 묶여 있다. 2달 가까이 지난 8월 3일, 미 법무부는 아르헨티나에 이 비행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이란, 이스라엘, 파라과이… 온통 비행기 한 대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게 된 복잡한 사건이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참 기묘한 사건’ ‘미스테리 항공기’라고들 전한다. 문제의 항공기는 원래 이란 항공사가 가지고 있었는데 베네수엘라에 팔았다..

[2022 이탈리아] 포로 로마노, 폐허의 감동

이탈리아 여행은 처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에도 이탈리아 땅을 밟은 적은 있다. 제일 처음 닿았던(이라고밖에는;;) 것은 아마도 2006년. 난민촌 둘러보고 로마에서 비행기 갈아타는 동안 몇 시간이 남아 포로로마노를 봤다. 그때 모처럼 즐거웠고,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유적들은 결국 폐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지금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 일상을 벗어난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폐허에 가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경건함이 결합된, 시공간을 이동해와 스스로 이물질이 된 것 같은 즐거움이랄까. 시간적 격리와, 일상이 사라져버린 공간의 특별한 느낌이 경외감을 주고 때로는 우리를 압도해버린다. 그런 곳들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좋아진다'라는 말로만은 설명하기 참..

지난 봄, 구례와 남원과 게장 정식

4월 1일.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서 계절이 바뀌고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려는. 느닷없이(?) 구례에 벚꽃 보러 가자며 집을 나섰다. 구례, 하면 또 화엄사 아니겠습니까. 화엄사 각황전. 지금껏 본 절 건물들 가운데 최고였다!!! 한국 절 건물 중에서 드물게 높다. 웅장하다. 각황전 옆 홍매화. 그러고 나서 벚꽃길을 가기는 했는데 날이 좀 추웠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가는 길에 남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남원 광한루 앞에서 밥을 먹는 것에 대한 모종의 로망;;도 아니고... 암튼 그런 게 좀 있었다. 뭐 별 건 아니고. 30년도 더 전에, 남원 광한루 앞의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대학 때였으니 비싼 식당이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백반집 아니었을까 싶다. 가격은 기억 안 남. 하지만 꽤 쌌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