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서 ‘히잡 규제‘를 둘러싸고 시위가 일어났다. 이슬람과 히잡, 익숙한 논란이지만 이번엔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내각은 ‘학생 교복 규정’ 개정안을 만들었다. 국영통신 APA에 따르면 “세속주의 원칙을 반영하는 통일된 복장 규정”을 위한 것이었다. 학교에 올 때엔 종교적인 복장은 안 된다는 뜻이다. 이달부터는 교사들에게도 이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히잡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히잡 금지령으로 받아들여졌다. 히잡 쓴 여학생이나 교사들은 학교에 못 들어가게 교문 앞에서 막는 일이 벌어졌다. 반발한 학생들의 시위와 수업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종교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에 친정부 매체들은 “일부 세력이 교복 문제를 이념적 대립으로 끌고 간다”고 보도했다.

유라시아 내륙 캅카스 지역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국토 면적 86,600㎢, 인구는 1000만명이 조금 넘는데 무슬림이 97%다. 1991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민선 대통령이 1993년 축출되고 소련 시절 지역 지도자였던 헤이다르 알리예프가 집권했다. 2003년 그가 사망하자 아들 일함 알리예프가 권력을 세습했다. 형식적으로 선거가 있지만 부정으로 얼룩진 권위주의 체제다.
독립 뒤 종교적 전통이 많이 복원됐지만 여전히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근간으로 하는 세속주의를 고수한다. 헌법에 세속국가임을 명문화했고, 국가 교육의 세속주의 원칙도 명시했다. 당국은 이를 근거로 교복 규정이 정당하다 주장한다. 그러나 히잡 문제는 계속된 논란거리다. 2010년대 초반~2012년에도 비슷한 제한조치로 시위가 일어난 적 있다. 하지만 공교육에 종교가 섞여들어가면 세속주의가 깨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알자지라 등은 전한다.
이번에 복장 규정을 강화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이슬람 급진주의나 종교세력을 경계할 만한 급박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권력 유지와 체제 단속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란과 튀르키예 사이에 끼인 입장에서, 종교를 고리로 한 두 강국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여당 전당대회에서 “이념적 도발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면서 “인접국에서 활동하는 아제르바이잔어 매체”를 비판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시아파가 절반이 넘기에, 당국이 이란의 종교적 영향력을 전부터 경계해왔다.
히잡 문제는 튀르키예와 외교 마찰까지 불렀다. 튀르키예도 아제르바이잔과 마찬가지로 현대 공화국 건립 이래 세속주의를 내세운 나라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슬람 정치세력이 커졌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은 집권한 뒤 이슬람을 내세우며 세속주의, 자유주의 진영을 탄압했다. 이슬람 정체성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수단이기도 하다.
에르도안은 9월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무슬림 여성 차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의 보좌관은 아제르바이잔 교복 규정을 가리켜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이스탄불에서는 아제르바이잔 영사관 앞 항의집회가 열렸다. 아제르바이잔은 당연히 반발했다. 집권당이 “비난을 멈추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손상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원래 두 나라는 매우 긴밀한 관계다. 튀르크계 언어·문화 공동체라는 정서적 토대가 있고, 현대통령 아버지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튀르키예와 “한 민족, 두 국가”라고까지 했었다. 군사안보 협력도 많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와 전쟁을 하면서 튀르키예 도움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슈샤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상호 군사 지원을 문서화했다. 무인기 등 무기 공급과 합동 훈련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튀르키예는 에너지가 필요한 나라이고 아제르바이잔은 수출을 해야 하는 나라다.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송유관과 트랜스아나톨리아 가스관(TANAP)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의 카스피해 에너지 자원이 튀르키예와 유럽으로 향한다.
두 나라를 경제 회랑으로 잇는 구상도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나흐치반이라는 지역은 아르메니아를 사이에 두고 본토와 떨어져 있다. 정부는 나흐치반을 연결하는 ‘장게주르 회랑’을 만들어서 역내 경제지대로 띄우려 한다. 이 회랑이 열리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튀르키예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수송로가 완성된다. 아제르바이잔은 이 일대를 단순한 수송로가 아니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국제 에너지 회랑 혹은 ‘녹색 에너지 교량’으로 키우고 싶어한다.
그런데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과도 친한 사이다. 독립 이래 30년 이상 이스라엘과 ‘에너지와 무기의 교환’을 축으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 석유 수요의 40~60%를 공급했고, 무기 수입의 70% 가까이를 이스라엘에 의존했다. 아르메니아와 싸울 때도 이스라엘제 무기 덕을 봤다. 러시아 의존을 줄이는 데에도 보탬이 됐다.
이란은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 정보기관들 거점이 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튀르키예와의 관계에서도 이스라엘 문제가 늘 잠재적 균열 요인이다. 튀르키예는 가자 학살 이후 이스라엘을 맹비난했고 교역도 끊은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올초에도 이스라엘 경제사절단을 맞았다.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설할 때 이슬람권 국가들 대부분이 항의 표시로 총회장을 떠났지만 아제르바이잔 대표는 자리에 남았다. 그후 튀르키예 소셜미디어에서 아제르바이잔을 겨냥한 비난이 급증했다.
히잡 이슈로 아제르바이잔이 튀르키예, 이스라엘 양쪽과 맺어온 불편한 동맹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중동 매체 알모니터는 분석했다. 히잡 하나에 여러 나라의 물밑 경쟁과 복잡한 계산들이 숨어 있는 셈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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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pa.az/political/azerbaycana-qarsi-ideoloji-texribat-cehdleri-bezi-quvveler-mektebli-formasi-behanesi-ile-olkemizin-daxili-islerine-qarisir-tehlil-100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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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jazeera.com/news/2026/10/12/azerbaijans-school-hijab-ban-whats-behind-it-and-whats-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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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monitor.com/originals/2026/10/iran-mum-azerbaijans-school-hijab-ban-israel-ties-test-alliance-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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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c-media.org/azerbaijani-ruling-party-condemns-turkey-for-criticising-hijab-ban
https://www.middleeasteye.net/news/azerbaijan-accuses-turkey-stoking-tensions-over-headscarf-ban
https://www.middleeasteye.net/trending/azerbaijans-hijab-ban-sparks-outrage-turkey-women-recall-past-restrictions
https://meduza.io/en/feature/2026/10/14/schools-in-azerbaijan-are-barring-girls-who-wear-hijabs-from-class-some-of-their-male-classmates-are-refusing-to-attend-in-solidarity
https://wanaen.com/iranian-students-and-clerics-protest-azerbaijans-hijab-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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