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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럽 '준회원국' 될까...트럼프가 던진 돌에 세계가 '지각변동'

딸기21 2026. 10. 3. 19:48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지난달 중순 토론토에서 이틀간 캐나다투자정상회의를 열었다. 캐나다 정부와 함께 투자회사들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250여 명의 거물급 금융계 인사들이 모였는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을 합치면 총 120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 투자 전문가 출신인 카니 총리가 최고의 세일즈맨 역할을 맡아 무역전쟁, 관세전쟁 시대에 캐나다는 계속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타리오파워제너레이션, 선코에너지 등 캐나다 에너지회사 최고경영자들이 나섰고 우라늄 공급업체 카메코, 구리·아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테크리소시스, 인공지능 분야의 코히어, 재너두퀀텀테크놀로지스, 방산 분야의 텔레샛과 항공기 제조회사 봄바르디에 등 경영자들이 출동해 캐나다의 역량을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와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노르웨이·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미국 버크셔해서웨이와 블랙록, 블랙스톤 등 투자회사 수장들이 초청을 받았고 호주 매커리 그룹과 여러 연기금들,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관 테마섹 측도 참석했다. 중국 측 투자기관 관계자들도 있었다.

 

카니 총리는 아랍에미리트와 노르웨이 국부펀드 같은 세계적인 큰손을 움직이기 위해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작년 11월 아부다비를 방문해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예드와 회담을 하면서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이끌어냈다. 2조3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달 초 자국 재무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국채 보유 비중을 낮추는 자산 재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최대 보유 자산인 미국 국채 비중을 34%에서 21.9%로 줄일 예정이다. 얼추 8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풀리니, 캐나다를 투자처로 주목하지 않을까 현지 언론들은 기대섞인 관측을 내놨다. CBC방송은 유럽투자은행(EIB)도 캐나다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가 전례 없는 회의까지 만들어 돈줄 잡기에 나선 것은 미국과 사이가 나빠진 영향이 크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 ‘더 독립적이고 더 회복력 있는 경제’를 만들려는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캐나다는 투자계획 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길다는 불만을 사왔다. 게다가 지금까지 캐나다가 ‘미국 시장이 가깝다’는 것으로 투자를 끌어들여왔다. 이제 이 논리가 깨졌다. 그래서 카니 정부는 자원과 기술을 비롯해 "캐나다는 세계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세운다. 

 

캐나다가 요즘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전략을 넘어 ‘유럽연합(EU) 가입설’까지 나왔다. 9월 16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캐나다에 ‘준회원국(associate member)’ 지위를 제안했다. 카니는 이튿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이 제안을 환영하는 연설을 했다.

 

카니 총리는 1차 대전 때 캐나다 군인이 유럽에서 주워온 도토리를 온타리오에 심었던 역사적인 일화로 시작해, 대서양을 넘나든 양측의 오랜 관계를 강조했다. 캐나다와 유럽은 “좋을 때만 동맹(fair-weather allies)”인 사이가 아니며 제로섬 거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의 전략적 역량은 지리가 아니라 기능이 기준이 된다면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나라들이 동맹을 맺고 ‘집단적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전례 없는 준회원국이 될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은 이달 말 열리는 공동 정상회의에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유럽연합 방위기금(SAFE)에도 유럽 밖 국가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유럽의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만나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우주 인프라 개발을 비롯한 여러 공동 계획을 약속했다. 유럽연합에서 떨어져나간 뒤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된 영국도 캐나다와 더욱 가까워질 모양이다. 캐나다 재무장관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는 BBC 인터뷰에서 영국이 캐나다와 유럽 간에 추진 중인 경제 동맹에서 “팀을 이뤄야(team up)” 한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브뤼셀과 스트라스부르를 오가는 일정 중간에 리버풀에서 앤디 버넘 영국 총리를 만나 우의를 과시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로맨스가 진지해져간다”고 했다. ‘유럽과 사랑에 빠진 캐나다’ ‘마크 카니의 유럽 열광(EU fever)’ 등 온갖 표현들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가 유럽연합 준회원국이 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면서 미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하면 유럽연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북쪽 이웃을 내몬 것은 트럼프다. 남쪽 멕시코와 함께 자유무역협정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던 캐나다에 관세 폭탄을 안겼고, 얼마 전에는 “끔찍한 무역 파트너”라 불렀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모욕에 더해, 최근에는 온타리오 호수를 ‘아메리카 호수’라 개명하는 무익한 짓으로 자극을 했다. 

 

8월 관세 협상이 결렬된 이후 두 나라 관계는 보복관세 품목들이 추가되면서 더 나빠졌다. 물론 캐나다가 미국을 등지려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캐나다 재무장관은 “무역 갈등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절제된 대응을 해왔고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다시 협상을 하겠지만, 다만 이참에 교역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경제는 현재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3%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카니 총리의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카니가 트럼프에게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라 캐나다의 주권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라는 국민들에 인식과 애국심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과 구조적으로 통합돼 있는 캐나다가 유럽과 손잡고 ‘탈 미국’에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각국의 생존 전략에 시사하는 게 많다. ‘노’라고 말해야 할 때는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이 될 관계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니가 만든 파장은 이미 여러곳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컨버세이션에는 “캐나다에 이어 호주도 ‘유로비전’을 끌어안을 것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호주는 이미 2015년부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가해왔는데 유럽연합에 못 들어갈 이유가 있느냐는 비유로 시작해, 최근 들어 깊어진 양측 관계를 짚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올 3월 호주를 찾아 자유무역협정(FTA)을 마무리했으며 안보·국방 파트너십(SDP)도 맺었다. 디지털·우주·에너지·식량·바이오 등 미래산업을 키우기 위한 유럽연합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2차 프로그램에 호주는 회원국들과 같은 자격으로 참가한다.

 

멕시코는 지난 5월 EU-멕시코 정상회의에서 포괄협정(MGA)과 잠정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2000년의 무역협정을 대체하는 것인데 EU는 이미 절차를 끝냈고 멕시코도 곧 비준할 예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이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라는, 엄연한 약속을 미국이 마구 흔들자 캐나다뿐 아니라 멕시코도 미국 의존을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올 1월 EU와 FTA 협상을 끝냈다. 20년 끌어온 협상을, ‘트럼프 효과’로 급히 마무리지은 것이다. 유럽정책센터(EPC)는 “무역보다 지정학이 협정을 성사시켰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작년 7월 도쿄에서 열린 일-EU 정상회의에서 ‘경쟁력 동맹(Competitiveness Alliance)’을 출범시켰다. 데이터, 사이버보안, AI, 양자기술, 공급망 회복력 협력을 담았다. 중국 의존을 낮추기 위한 핵심광물·희토류 파트너십도 포함됐다. 

 

트럼프가 세계를 향해서 던진 돌들은 이렇게 지표면을 흔들고 있다. 이것이 지각변동으로 이어질까? 그 흔들림 속에 우리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