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 파미르 고원에 다녀왔다.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걸쳐 있는 세계 최고 산군(山群) 중 하나로, 톈산·카라코람·쿤룬·힌두쿠시·히말라야 등 주요 산맥들의 교차점이다. 19세기 영국 탐험가들은 이곳을 ’세계의 지붕(Roof of the World)’이라고 불렀다.
대부분 타지키스탄의 고르노바다흐샨 지역에 속하며, 일부는 아프가니스탄 땅이다. 파키스탄·키르기스스탄·중국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주요 봉우리로는 이스모일 소모니봉(7,495m, 구 공산주의봉), 이븐 시나봉(7,134m, 구 레닌봉), 코르제네프스카야봉(7,105m) 등이 있다. 가장 높은 곳은 중국령 콩구르 타그(7,649m). 파미르 면적의 약 10%(12,500㎢)가 빙하로 덮여 있다. 남북극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긴 반치-야흐 빙하(77km)가 이곳에 위치한다. 연간 강수량 약 130mm에 불과한 건조한 고산 기후. 겨울은 길고 혹독하며 여름은 짧고 서늘하다.


오랜 실크로드 교역로
기원전 138년 장건(張騫)의 방문, 7세기 불교 순례자들의 통과, 마르코 폴로의 여행 등이 기록되어 있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 각축장이었다. 20세기에는 타지키스탄 내전, 중소 국경 분쟁, 미국·러시아·인도의 군사 기지 설치, 자원 개발 등이 벌어진 지정학적 요충지였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파미르 하이웨이(M41)는 총 연장 1,200km로, 우즈베키스탄 테르미즈에서 출발해 타지키스탄 두샨베·호로그·무르가브를 거쳐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 종점을 이룬다.
실크로드의 일부로 수천 년간 활용된 루트였는데, 19세기 말 영국과 경쟁을 벌일 때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군사 도로를 건설했다. 소련 시대인 1937년 현재의 파미르 하이웨이 형태를 갖추었고, 1941년 스탈린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2000년대에는 중국,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와도 연결됐다.
험준한 파미르 산맥을 통과하는 유일한 연속 노선이고 타지키스탄 고르노바다흐샨 자치주의 주요 보급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제 도로(최고 고도 4,655m, 악바이탈 고개)로 알려져 있다.
고르노바다흐샨 자치주(GBAO)
파미르의 자치지역 GBAO는 타지키스탄 국토 면적의 약 45%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 2019년 약 23만 명이다. 최대 도시는 호로그(인구 약 3만 명).
17~19세기에는 반자치 소국들이 이 지역을 통치했다. 19세기 말 러시아가 서부 파미르를 식민화하면서 영국과 경계를 획정했다. 소련 시기인 1925년 타지키스탄과 별개의 자치공화국으로 설립됐다가 1929년 타지크 내 자치주로 격하됐다. 그래도 소련 시대에는 국경 전략 요충지로서 교육·인프라 면에서 우대를 받았다고 한다.
타지키스탄이 1991년 독립할 때 지역 정부가 독자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으나 이후 철회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반정부 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5월에는 지역 청년운동가가 고문·살해되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정부군이 발포해 40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시위대가 지역 불안을 조장하려 했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 인권단체는 이를 ‘민족 청소’로 규정했다.
공식 언어는 타지크어와 러시아어이나, 여러 파미르어 계통 언어가 사용된다. 중앙정부가 표준 타지크어를 동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파미르인들은 언어·종교적으로 점점 더 주변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파미르 정체성이 강화되는 추세다.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판지 강을 경계로 쭉 아프간과 접경하고 있다. 강 건너로 아프간이 보인다. 금 채굴장이 있다. 이쪽은 포장도로이고, 저쪽은 흙길이다. 이쪽은 컬러이고, 저쪽은 모래 빛깔이다.
아프간과 이어지는 곳 중 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곳이 와한 회랑(Wakhan Corridor)이다. 아프가니스탄 북동쪽 끝에서 동쪽으로 뻗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연결된다. 북쪽으로는 타지키스탄 고르노바다흐샨 자치주,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접경한다. 네 나라가 만나는 지대이다.
이것도 19세기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 경쟁의 산물이다. 1893년 ‘듀랜드 라인’ 협정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영국령 인도 국경이 그어졌고, 러시아와 영국 간 완충지대로서 와한 회랑이 형성됐다.
지금은 중국과 접경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이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중국은 아프간 쪽에서 사람들이 넘어올까 걱정해 국경을 따라 펜스를 설치했다. 타지키스탄도 아프간 접경지대를 따라 쭉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철조망을 실은 트럭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여기도 기후변화
IPCC는 중앙아시아 전체의 기온 상승폭이 세계 평균보다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미르 산악 지대에서도 205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해발 4,000m 이상 고지대에서 기온 상승이 가장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해발 2,500m 이상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수량은 줄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1940~1950년대 대비 10% 이상 감소한 사례도 있다.
빙하 손실이 큰 문제다. 50~60년간 톈산과 파미르 빙하의 14~30%가 줄었다. 21세기 초까지 동부 파미르의 대부분 빙하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2022년 이후 캉시와 빙하에서 뚜렷한 질량 손실이 관측되기 시작했고 2025년에는 기록적 손실로 정점을 찍었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간에는 수자원 갈등이 있었다. 2024년 수자원 공유에 합의해 분쟁을 일단락지었지만, 물 사정이 나빠지면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
타지키스탄은 어떤 나라
인구 1,090만 명의 내륙국으로, 수도는 두샨베(인구 120만 명)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산악 지형이다.
역사는 길다. 이 지역의 문화는 기원전 4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케메네스~쿠샨 시대(기원전 500년~기원후 4세기)에는 기원전 500년경 아케메네스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정복됐다.
기원 전후로 실크로드를 통해 한나라와 소그디아나 간 교역이 번성했다. 1세기에는 쿠샨 제국이 지배권을 장악해 4세기까지 통치했으며, 이 시기 불교·조로아스터교·마니교·네스토리우스 기독교가 공존했다. 이후 8세기에는 아랍인들이 이슬람을 전파했다.
819년부터 999년까지는 이란계 사만 왕조가 사마르칸트·부하라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를 지배하며 페르시아 문화와 이슬람을 확산시켰다. 오늘날의 타지키스탄에서는 892년 이스마일 사마니가 왕조를 통일하고 독립했다. 두샨베에는 그의 거대한 동상이 있으며, 화폐 이름도 사마니(소모니)에서 따왔다. 그러나 999년에는 투르크계 카라한 칸국의 지배를 받았고, 13세기에는 몽골 제국이 중앙아시아를 휩쓸었으며, 이어서 티무르 왕조가 이 지역까지 지배했다.
19세기에는 러시아가 면화 공급원 확보를 목적으로 중앙아시아 전역을 점진적으로 병합했다. 1917년 소련 혁명 이후 바스마치 게릴라가 4년간 볼셰비키에 저항했으나 패배했다. 1924년 타지크 자치 소비에트 공화국이 수립되었고, 역사적 타지크 도시들(부하라, 사마르칸트 등)은 영토에서 제외된 채 두샨베가 수도로 지정되었다. 1929년 연방 공화국으로 격상됐다.
소련은 페르시아어와의 단절을 위해 타지크어를 별개 언어로 규정하고 알파벳을 라틴(1928)·키릴(1940) 문자로 강제 교체했다. 스탈린 숙청으로 공산당원 약 1만 명이 축출되었고, 2차 세계대전에는 약 26만 명이 참전해 최대 12만 명이 전사했다.
독립 이후 정치 상황
1991년 9월 9일 독립을 선언했으나 곧바로 내전이 발발했다. 아프가니스탄·이란·파키스탄·우즈베키스탄·러시아 등이 각 파벌을 지원했다. 러시아는 친정부 세력을 지지하며 독립국가연합(CIS) 군을 타지크-아프간 국경에 배치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미국·터키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관여했다. 사망자 10만 명 이상, 난민 120만 명이 발생했다. 내전 중 러시아계 주민 40만 명 가운데 2만여 명만 남고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로 탈출했다.
1997년 유엔 중재로 내전은 끝났지만, 1992년부터 지금까지 라흐몬이 집권하고 있다. 시민 자유는 제한적이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장기집권과 억압통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상황은
세계은행 분류 상 ‘저중위소득 국가’다. 지난 10년간 타지키스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1%를 상회했다. 빈곤율은 2010년 55%에서 2025년 약 14.8%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송금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이 부족하며, 채무 위기 위험도 높다. 2025년 해외 송금이 GDP의 약 46%를 차지했다. 경제 전반이 러시아의 경기 변동과 정책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내륙 산악국으로 물류 비용과 운송 난이도가 높다.
천연자원 면에서는 금·은 등 광물 채굴과 알루미늄 생산이 수출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이 금을 다 가져간다고 사이드에게 들었다.
젊은 인구가 많아 경제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역동적인 민간 부문이 중요한데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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