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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회복력 시대>

딸기21 2026. 10. 13. 18:11

회복력 시대 The Age of Resilience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민음사. 10/13


리프킨의 책은 젤 유명한 <엔트로피> 빼고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몽상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통찰력있는 몽상가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키워드 장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키워드를 잘 포착하는 게 결국 통찰력 아닐까. 읽을 때는 늘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10년 쯤 지나고 나서 보면 ‘아,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이런 측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이 책도 그렇다. 지난번 읽은 <공감의 시대>와 이어지는 책인 듯. 넘 낙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리프킨이 바보도 아니고, 이 책의 현재형 문장들은 희망사항과 방향성을 얘기한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인간 능력의 향상에는 한계가 없다."
콩도르세의 이 보증 선언은 그 뒤 진보의 시대라고 불리는 인류의 행보에 존재론적 토대가 되었다.
… 진보의 시대는 사실상 이미 끝났고 적절한 사후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는 질문은 결국 다가오는 대혼란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그리고 곳곳에서 회복력(resillience)이라는 단어가 상황을 정의하는 새로운 후렴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11

진보의 시대 전체를 이끈 시간적 지향의 근본은 효율성 이다.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회복력 시대에 시간의 안무는 적응성에 발을 맞춘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변환은 자연계에 대한 분리와 착취에서 지구를 움직이는 수많은 환경적 힘과 함께 되돌아가는 쪽으로 인간 종을 안내하는 재진입 카드로서, 점 점 더 예측할 수 없는 행성에서 인간의 작용을 재배치한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 프로세스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민첩한 첨단기술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 지식 공유로, 제로섬게임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세계화에서 세방 화(glocalization)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부정적인 외부 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난다. 21세기 후반부 이후 회복력 시대로 더욱 깊이 접어들면서 산업 시대의 심장인 '금융자본'이 ‘생태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에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12-13

효율성이 일시적 가치라면 회복력은 특정한 조건이다. 효율성을 높이 면 종종 회복력이 약화되는 것이 사실인데, 이를 해소할 수단이 되는 시간적 가치는 효율성이 아니라 적응성이다.
효율성의 핵심은 마찰, 즉 경제활동의 속도와 최적화를 늦출 수 있는 중복과 반복을 제거하는 데 있다. 하지만 회복력의 핵심은 적어도 본질적으로는 중복성과 다양성이다.
-29

시각적 기술이 발전했지만, 특히 문학작품 같은 텍스트 읽기는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위축되었으며 이는 필경 비판적 사고의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린필드는 대부분의 시각 매체는 비판적 사고에 매우 중요한 숙고나 분석이나 상상을 허용하지 않는 실시간 매체라고 지적했다.
2019년 5월 《세계 정신의학(World Pspchiainy)》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극도로 좋은 기관이라서 사용 방식에 따라 재배선될 수 있다. 연구원들은 충동 조절 및 의사 결정과 관련된 뇌 영역인 안와전두피질 내 회백질이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사실도 발견했 다." … 연구원들은 또한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인터넷의 장기간 이용이 "산만한 상황에서 목표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전두엽 영역의 회백질 감소"와 관계있다고 보고했다.
-124-125

Al의 최고봉은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알려진 모르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모르는 것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를 아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AI의 최대 성과다. 예측 분석은 종종 잠재적 참가자들을 과거의 선호와 성향에 기초한 생태계에 가둠으로써 그들의 주체성을 위축시킨다.
"인공두뇌의 분류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우리는 온라인
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데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범주의 의미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고 있다."
-128-129

선제공격은 무언가에 대한 반응이 되기 전에 실제 보복 대응을 일으키는 조건을 창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의 위험을 미리 제압한다는 미명하에 예방하고자 하던 바로 그 위험을 창출해 지금 여기에서 혼돈의 씨앗을 뿌린다.
선제적 거버넌스는 분석가들이 '미래 진단법(futuring)'이라고 부르는 것, 즉 일반적으로 도시의 선제 개입을 중심으로 조직된 새로운 유형의 '예측형 거버넌스'라는 기치 아래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일반 대중이 현재의 기회를 증진하는 것보다 미래의 위험을 선제하는 데 신뢰를 더 많이 품게 되었다는 사실은 감정적, 사회적 사고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런 거버넌스 변화의 정치적 영향이 민주적 법체계의 핵심을 파고드는 골치 아픈 문제를 제기한다.
“선제 전략의 보편화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포함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법리 건전성 책무 중 일부에 도전이 될 수 있다.”
선제는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확장된 잠금 상태로 유지하고 특정 인구가 자기 나름의 의제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 권한 강탈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133-134

(그리고 최근 읽은 화이트헤드 이야기가 길게 나온다!)

화이트헤드는 존재가 '다른 어떤 순간과도 관련이 없고 지속성도 없는' 순간으로 구성된다고 본 뉴턴의 설명에 강하게 반대하며 … “시공간에서 단순히 위치의 속성만"을 보유하는 고립된 물질의 개념은 "자연을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능에서 구조를 분리한다는 기존 개념은 새로운 물리학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무너졌다. 무엇이 하는 일로부터 무엇인가를 분리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순수한 활동이고, 고정된 것은 없다.
사물은 고립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화이트헤드는 새로운 물리학의 관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순간적으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각 순간은 사실문제를 분류하는 방법일 뿐이다. 순간적으로는 대자연도 존재할 수 없다.“
다윈의 진화론이 생물학에 시간의 개념을 도입해 자연을 이해하는 기존 시각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생물학자들은 유기체의 '구조'를 면밀히 조사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계속 기울였다. 생물학적 진화의 시간성에 대해 이렇게 제한적이던 관점은 1866년에 독일의 박물학자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이 생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도입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와 새롭게 부상한 생태학이 시간과 공간을 재창조하고 있었고, 화이트헤드는 이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었다. 그는 자연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감성을 단 한 줄로 요약했다. “변화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자연은 없으며 시간적 지속과 동떨어져 발생하는 변화는 없다.“
-175-177

화이트헤드는 (맥스웰의) 전자기장 이론이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것이 어디에나 항상 존재한다“고 제시하는 측면에서 "순전한 위치가 사물이 시공과 연관되는 기본 방식이라는 개념을 모조리 포기한다는 뜻"이 담긴 것을 알게 되었다(1926년에 펴낸 『과학과 현대 세계(Sirene and the Moden Woria)」). 화이트헤드는 자연의 연관성, 즉 자신이 '사물의 일체감'이라고 부른 것을 확신했다. 화이트헤드의 세계관에서 "각 사건은 다른 모든 사건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다.
-203-204

물은 24시간 내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몸 밖으로 나가길 반복한 다. 우리 몸의 반투과성 개방 시스템이 기본적인 생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지구의 수권으로부터 담수를 체내로 가져왔다가 다시 수권으로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인체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패턴에 더 가깝고, 에너지 자체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그것을 이입하는 폐쇄적 메커니즘이 아니라 에너지를 쓰고 엔트로피성 폐기물을 배출하는 소산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적혈구의 수명은 넉 달 정도다. 30대 후반 성인의 갈비뼈 근육을 이루는 세포의 평균수명은 15.1년이다. 위장을 감싸고 있는 세포는 5일 만에 교체된다. 위장관 결장 선와세포는 3~4일을 주기로 교체된다. 뼈의 파골세포는 2주마다, 장의 파네드세포는 20일마다 교체된다. 기관 세포는 1~2개월, 지방세포는 8년마다 교체되고 골격 세포의 10퍼센트는 매년 새것으로 대체된다. 간세포의 교체 주기는 6개월~1년이다. 평균적인 성인의 간이 300~500일을 주기로 교체된다는 뜻이다. 중추신경계는 평생 바뀌지 않고 유지된다.
골격 뼈 표면층의 약 3퍼센트와 사지 관절에 있는 다공성 뼈의 최대 4분의 1이 12개월마다 교체된다. 사람의 형태를 이루는 골격은 거의 다 10여 년을 주기로 교체되지만, 치아 표면의 에나멜은 평생 지속된다.
원자의 수준에 도달하면 인간을 구성하는 것은 공간에 존재하는 자율적 구조라기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존재하 는 '활동의 패턴'에 더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178-180

회복력은 (인류 공동체의 것이든 여타 생태 공동체의 것이든) 홀링이 초기 이론을 개진한 이후 시스템이 거대한 파괴에 충분히 대응하고 최초의 평형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으로 잘못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자연과 사회, 우주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주체는 결코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상호작용 자체가 아무리 미미해도 역학을 바꾸기 때문이다.
회복력은 정확한 현상의 재정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복력은 세상 속 '존재의 상태' 가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방식으로 봐야 한다. 결국 적응성은 시간의 작용이다. 회복으로 가는 길은 뒤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회복력은 때로 취약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취약하다는 것이 반드시 위험에 처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것에 대해 개방적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기도 한다. 취약하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안전지대를 벗어나거나 미지의 것을 경험하고 삶의 관계와 패턴을 더 다양하게 해 자신의 주체성을 풍부하게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렇게 회복력은 단순한 통제력 회복이 아니라 뿌리내릴 수 있는 새로운 장소의 구축에 대한 개방성이다.
-219-220

모든 인프라 패러다임의 변혁은 사회집단의 존립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구성 요소의 결합을 수반한다. 그 세 가지는 바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 에너지와 동력의 새로운 원천, 새로운 운송•물류 방식이다.
1) 디지털화한 광대역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은
2) 태양광 및 풍력 전기로 구동되는 디지털화한 대륙별 전력 인터넷과 수렴되고 있다.
이 두 가지 디지털화 인터넷은
3) 전력 인터넷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으로 동력을 공급받는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구성된 디지털화한 이동성 및 물류 인터넷과 수렴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인터넷은 갈수록 더 데이터와 분석의 지속적인 흐름을 공유하며 지역과 대륙, 글로벌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무공해(제로 배출) 자율 차량의 움직임과 녹색 전기의 생성과 저장 및 분배, 커뮤니케이션을 동기화하는 유려한 알고리즘을 생성할 것이다.
-239-241

지구의 생물지리 지역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처음으로 분류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지구의 생물지리구는 오스트랄라시아, 아프리카열대구, 신북구, 오세아니아(대양주), 남극구, 인도말라야(동양구), 신열대구, 구북구 등 여덟 가지다.
이와 달리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생태 지역의 일부를 관리하면서 인류학적으로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소속감과 애착, 정체성, 참여 의식 등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277-278

진보의 시대를 가로질러 확고하게 유지되던 자유는 부정적 자유였다. 즉 배타적 권리와 자급자족의 권리,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으며 혼자 만의 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으며 최근까지도 그렇게 유지되었다.
디지털로 연결된 인류에게 자유란 자율성과 배타성이 아니라 접근성과 포용성이다. 접근성과 포용성의 자유는 '동료 시민 정치‘의 정치적 근간이다.
-290-291

동료 시민 정치의 탄생은 진화이며 혁명이다. 이것은 다양 한 기치 아래 번성한 시민사회단체(CSO) 시대의 도래를 대변한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기존 언론과 정부, 비즈니스 분야에서 시민사회를 언급할 때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기구(NPO)라는 다소 경멸적인 표현을 쓴다.
2019년까지 미국에서 소매와 식품 서비스 업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고용 부문이 이른바 '비영리기구'였다. 이는 제조업계와 같은 위치였다. 시민사회단체를 잘못 설명한 또 다른 예는 그들이 시장이나 정부, 민간 자선단체의 선의에 기대야만 존재할 수 있으며 자생적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미국 비영리단체의 수익 중 민간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3퍼센트와 9퍼센트에 그친다. 비영리 수익의 50퍼센트는 민간 부문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에서, 23퍼센트는 정부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2019년 현재 미국 국세청에 등록된 비영리기구의 기여는 1조 달러를 넘었다. 이는 미국 GDP의 5.6퍼센트에 해당한다.
-298

동료 시민 정치의 사례들
1) 주민 참여형 예산 제도
2) 시민의회(프랑스, 영국)
3) 지역학교위원회(시카고)
4) 지역사회 치안 의회(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