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부모 살해한 탈레반과 1시간 교전한 아프간 10대 소녀

딸기21 2020. 7. 24. 09:37

페이스북에 올라온 카마르 굴의 모습.

 

카마르 굴은 아프가니스탄 중부 고르 주의 게리베 마을에 사는 16살 소녀다. 부모,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던 집에 지난 17일(현지시간)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새벽 1시쯤이었다. 카마르의 어머니가 문 밖을 내다보니 무장한 남성 40여명이 집을 에워싸고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카마르의 아버지는 게리베의 부족 원로로, 정부를 지지해왔다. 집으로 들이닥친 것은 미국의 침공 뒤 20년 가까이 지나도록 여전히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탈레반 반군이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고 버티던 어머니는 그들의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탈레반들은 집으로 들어와 카마르의 아버지도 사살했다.

 

부모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카마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버지의 AK47 총을 집어들고 반군 3명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12살 남동생 하비불라와 함께, 남매는 1시간 동안 탈레반들과 ‘교전’을 벌였다. 총소리를 들은 마을 주민들과 친정부 민병대원들이 달려오면서 남매는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있고,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무장공격을 진압하면서 동시에 탈레반에 ‘권력 분점’을 약속하는 평화협상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카마프레스에 따르면 교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1일에도 미군은 남부 칸다하르를 공습해 탈레반 36명을 사살했으며 자불에서는 아프간 정부군이 진압작전을 벌여 탈레반 무장조직원 12명이 사망했다.

 

AFP통신 등이 21일 전한 ‘카마르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는 아프간인들의 고통과 투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모의 원수들에게 그 자리에서 보복한 남매는 “그것은 우리의 권리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과 싸운 10대 소녀는 ‘용기와 저항의 상징’이 됐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남매를 수도 카불의 대통령 관저로 불러 만났고, 각료회의에서 카마르의 용감한 행동을 칭찬했다. 고르 주지사의 대변인 아레프 아베르는 카마르와 남동생이 현재 카불의 은신처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는 머릿수건을 쓰고 자동소총을 든 카마르의 사진이 돌았다.

 

2001년 11월 테러범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미국이 아프간 공습을 시작한 지 19년, 탈레반 ‘정권’은 축출됐지만 잔당은 여전히 남아 정부와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전쟁으로 아프간인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