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운동을 시작했다. 3주 됐다. 정확히 말하면 주 1회씩, 세 차례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았다.
'아프니까 중년이다'라는 말이 딱 맞다. 허리 아픈 걸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급기야 2년 전부터는 날마다 아파서 일에도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 정도가 됐고, 지난해 11월 병원에 가서 허리에 관을 넣어 염증약을 집어넣는 '시술'을 받았다. 아이 낳고 처음으로(그러니 내 인생 두 번째로) 입원이라는 것도 했다. 1박2일이었지만.
그 뒤로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다. 시술 덕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시술을 받은 뒤에 아무래도 몸에 신경을 더 쓴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신경을 썼냐면... 그 전에는 스트레칭이나 운동 따위 해본 적이 없는데 허리 치료를 한 뒤에는 이삼일에 한번은 1분 정도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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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이 저질 몸뚱이가 나아질 리는 없고. 그래서 큰 맘 먹고(=큰 돈 들여) 집 앞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했다. 태은 왈 "언니는 운동을 할 리가 없으니 그냥 돈 들여 PT 하는 게 나아" 그렇다. 난 정말 그런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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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가서... 운동을 했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재활치료를 '당했다'고 보는 편이 적합하다. 평상에 누운 채로 트레이너쌤이 꾹꾹 누르면 비명을 지르고, 팔다리를 누르거나 들어 올리거나 하면 시키는대로 하면서 헉헉거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몇 번 하면서 그 '다섯 세트 할 거예요' '두 세트 남았어요' 하는 말에 마음 속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따라하다가 또 헉헉거리고...
개인트레이닝 받는 동안 아무 때나 피트니스센터 찾아가서 혼자 운동해도 되는데, 딱 한 번 가봤다. 운동도 해본 놈이 하는 건가. 러닝머신 20분 살짝 걸어야지, 하면서 청바지 입은 그대로 했는데.... 이게 땀이 나네? 담날 트레이너님이 "어제 처음 들러서 혼자 하신 거죠? 청바지 입고 하시던데..." 라며 살짝 비웃음.
어제는 나무 봉 -_-을 어깨에 둘러메고 스트레칭을 했는데, 트레이너님 가로되 "다른 분들한테는 스트레칭이지만 고객님한테는 운동이 될 거예요." 그랬다. 정말 그랬다. 힘들었다. 나로선 일단 운동을 한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자 투자이며 삶의 전환점??이다. 운동이라니... 운동이라니... 내가... 운동이라니... 그 흔한 츄리닝 하나 없는 내가.
암튼 꼴랑 세 번 했는데... 이것도 플라시보 효과인가? 아픈 데가 좀 줄어들었어! 러닝은 해봤으니 담엔 '스피닝'에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 주민센터 겸 청소년수련관 지하에 수영장이 있고, 거기 작은 도서관도 있다. 봄에는 수영도 하고, 한강변 산책도 하고, 박물관과 공원에도 가고, 동네 도서관에도 가고........ 싶다. 주말 계획을 휴대전화에 넣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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