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인들은 새 정부를 세웠고,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얻었고,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얻었습니다.
‘친서방이냐 친러시아냐’의 노선 갈등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유혈사태는 정리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직 ‘최종 평점’을 이야기하기엔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도 유럽도 러시아도 모두 한 가지씩 얻고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러-우크라이나 ‘무력충돌 위기’ 일단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의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력 사용승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지 석달만입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보여준 대담한 선의의 표시”라고 보도했습니다. 의회는 푸틴의 요청을 받아들여 25일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20일 평화안을 제시했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군사력 철회 조치가 처음으로 평화안 지지를 밝힌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Alexei Nikolsky/AFP via Getty Images-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asked lawmakers in Russia’s upper house of parliament to rescind approval they granted to use force in Ukraine.
우크라이나 동부의 일부 분리세력은 크렘린의 행보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동부의 친러 민병대는 23일 정부의 휴전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해놓고 24일 다시 우크라이나군 헬기를 격추시켰습니다. 이 공격으로 정부군 11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발을 빼고자 하는 크렘린의 의지가 분명해진만큼, 친러 민병대가 분리투쟁의 동력을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분리주의 민병대 사령관들이 휴전안을 수용하기 위한 기자회견에 대거 동석한 점으로 미뤄 “휴전에 대해 분리주의 진영 내에서 폭넓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정권 바뀌고 땅 빼앗긴 우크라이나
지난 19일 포로셴코 대통령은 외무장관, 중앙은행장, 검찰총장 등을 임명해 새 체제의 틀을 갖췄습니다. 지난 7일 포로셴코가 취임한 뒤 우크라이나 내의 정치적 혼돈은 가라앉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1일 친러시아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을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된 ‘유로마이단(유럽) 시위’.... 그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은 숨가쁘게 전개됐지요.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달아나고, 과도내각이 들어섰고요. 올 3월 1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적인 대립으로 비화됐습니다.
Krisztian Bocsi/Bloomberg- Petro Poroshenko, Ukraine's president.
러시아의 입김에서 다소 벗어나 유럽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됐지만, 7개월간의 혼란 속에 우크라이나가 얻은 손실은 막대합니다. 무엇보다 크림반도를 잃었지요. 이제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에 기지를 둔 러시아 흑해함대의 위협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또 가스밸브를 틀어쥔 러시아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유럽과 미국의 원조에 한층 더 의존해야 합니다. 당장은 러시아의 눈치를 많이 보겠지만 우크라이나는 향후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힘 과시했다가 고립된 러시아
푸틴을 누를 사람은 없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모두 푸틴에게 휘둘렸습니다. 옛소련땅을 서방에 내주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저항은 거셌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전략적 요충 크림반도를 차지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마샤 리프먼은 블룸버그통신에 “푸틴은 계속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분을 가지려 할 것”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뜻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서방이 푸틴의 생각을 바꿀 능력이 없었던 것은 분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 역시 값비싼 대가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와 국제적 고립을 떠안게 됐으니까요.
푸틴의 강성 행보는 장기적으로는 옛소련권 국가들의 반발과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의 맹방인 카자흐스탄조차 ‘옛 영토 통합’을 시사하는 크렘린에 저항감을 드러냈을 정도였지요.
푸틴의 무력시위 속에서도 조지아와 몰도바 등은 끝내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유럽과의 제휴를 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는 26~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EU와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앞으로도 동유럽국가들에게는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자립’이 힘겨운 과제가 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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