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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환갑 선물은 ‘역사학자의 강연’  

딸기21 2014. 7. 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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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7일로 환갑을 맞았다. 집권 기독민주당(CDU)에서는 10년 전 메르켈 총리의 50세 생일 때 학자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행사를 열었다. 이번엔 어떤 학자가 초청 강사가 될지 관심을 모았는데, 그 주인공은 현대사학자 위르겐 오스터함멜(62)로 드러났다. 


dpa통신은 기독민주당 주최로 이날 저녁 메르켈의 생일 축하행사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메르켈과 기독민주당 인사들, 초대손님 등 1000여명은 파티의 핵심인 초청강사로 나선 오스터함멜로부터 ‘역사의 시간적 지평’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는다. 


오스터함멜은 식민주의 연구 등으로 유명한 역사학자로, 영국 런던정경대학과 독일 카셀대 등에서 공부했으며 프라이부르크 대학을 거쳐 현재는 콘스탄츠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에도 <식민주의>, <글로벌화의 역사>와 같은 저서들이 번역 출간돼 있다.



메르켈의 50세 생일 때에는 뇌과학자가 초빙돼 강연을 했다. 동독 태생으로 물리화학자 출신인 메르켈은 당시 ‘깜짝 행사’로 준비된 강연을 들으며 몹시 즐거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생일을 앞두고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이 어떤 축하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을 때에도 메르켈은 “과학 강의를 듣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초 얘기했던 과학 강연은 아니지만, 메르켈이 직접 오스터함멜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마같은 리더십’으로 ‘무터(어머니)’라는 애칭을 얻은 메르켈은 진지하고 실용적·합리적인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내 여론조사에서는 늘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등 10년 넘는 집권기간 내내 인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유머가 없고 패션감각도 없어, 메르켈의 ‘촌스런 스타일’을 풍자하는 만화나 광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알프스 하이킹을 즐기고 바그너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음식 취향은 몹시 단조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르켈은 종종 남편과 함께 바이로이트에서 열리는 바그너 음악제에 참석하는데, 이 때가 아니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남편 요아힘 사우어 역시 과학자로, 대중들 앞에 나서기를 몹시 꺼린다. 


이번 생일파티 역시 학구적이고 허세를 싫어하는 그에게 어울리는 형식이라는 평이다. 로이터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답지 않게 메르켈의 생일파티가 ‘낮은 자세(low key)’로 치러진다고 보도했다. 기독민주당의 한 간부는 “호사스런 면은 하나도 없는 파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은 생일에도 몹시 바빠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나 차기 EU 집행위원 임명 문제를 논의한 뒤 늦게야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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