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끝난지 2년이 지났지만 리비아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리비아에서 근무하던 한석우(39)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19일(현지시간) 저녁 괴한들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전이 공식 종료된 뒤에도 정정불안과 치안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가 납치했을까
외교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한 관장은 시내의 무역관에서 퇴근하다가 오후 6시쯤 괴한들에 납치됐다. 외교부는 괴한 4명 가량이 한 관장을 납치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납치범들의 정체나 납치 목적은 파악되지 않았다. 납치를 감행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나선 조직도 없다.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아직까지 접촉을 시도해온 납치범은 없다고 밝혔다. 한관장은 이란 테헤란 무역관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트리폴리 무역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족은 지중해의 섬 몰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트리폴리에서 혼자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시절 대수로공사 등을 계기로 리비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명박 전대통령 시절인 2010년에도 한국인 2명이 납치된 적 있는데, 이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리비아를 방문해 이른바 ‘상왕외교’로 피랍자들을 빼냈다. 이명박 정부는 카다피가 축출될 때까지 ‘친카다피’ 노선을 유지했고,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카다피 퇴진을 요구할 때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선교활동을 둘러싼 갈등도 없지 않았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대사관에서 일하던 국정원 직원들이 특정 종교와 관련된 행위를 하고 카다피 일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가 추방된 일이 있었다.
이번 한 관장 피랍사건의 경우 알카에다 연계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띤 범행이라기보다는 부족집단과 연계된 군소 무장세력의 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과 리비아 간 뚜렷한 갈등 요인이 없는데다가, 대사관을 노린 납치나 공격이 아니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돈을 노린 지역 무장세력의 범행일 수 있다.
지금 리비아 상황은... ‘비상경계령’ 선포
2011년 카다피가 축출되고 내전은 끝났다. 이듬해 11월에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알리 제이단 총리가 이끄는 민주정부가 꾸려졌다. 하지만 카다피 잔당과 민병대가 난립하고, 부족세력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들이 난립하면서 치안이 몹시 불안정하다. 곳곳에서 지금도 납치와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리비아헤럴드는 한 관장이 납치된 19일, 트리폴리 근교 잔주르에서는 지역의회 의장이 부족세력 간 갈등 와중에 납치됐다고 전했다. 쿠프라에서는 같은 날 14세 소년이 무장세력들 간 교전 와중에 총에 맞아 숨졌다. 트리폴리에서 770km 떨어진 남부 도시 사바에서는 무장조직이 공군기지를 공격해 정부가 비상경계령을 선포했다.
2012년 취임한 알리 제이단 총리.
내전이 공식 종료되자 리비아의 석유자원을 노린 서방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에너지산업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정치적 혼란이 경제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전 때 무기 풀려, 지금도 무장세력 난립
가장 큰 문제는 내전 때 전국에 풀린 무기를 회수하지 못해 곳곳에서 무장세력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 카다피 투쟁에 참가한 무장조직들은 내전이 끝난 뒤에도 무기를 보유한 채 치안을 유린하고 있다. 제이단 총리 자신이 지난해 10월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수도인 트리폴리의 치안조차도 정부가 장악하지 못해 일부 무장세력에게 맡겨놓았다가 생긴 일이었다.
특히 국토의 절반인 동부 지역에는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카다피 축출을 주도했던 동부 벵가지의 부족연합세력은 지난해 11월 아예 자치를 선언했다. 이 일대 유전개발권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 두 달 전에는 트리폴리와 인근 미스라타에서 무장조직이 시민들에게 발포, 시민들이 군벌 조직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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