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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지도자 엘시시, 대선 출마 시사... 아랍의 봄 3년만에 군부정권 회귀하나

딸기21 2014. 1.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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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본심을 드러낸 것일까요.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 군부의 수장,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59)이 쿠데타 뒤 처음으로 ‘대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몰아낸 ‘아랍의 봄’ 3년만에 이집트는 다시 군부정권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참으로 멀고도 험합니다.

 

이집트 국영 MENA통신은 11일 엘시시 국방장관이 군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내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국민들의 뜻과 나의 군대의 지지에 의한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엘시시는 지난해 7월 무슬림형제단의 수장이던 이슬람주의자 무르시를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킨 뒤 과도정부의 실세로 군림해왔지요.


군부의 막강한 지지와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은 엘시시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인지는 이집트 정국을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엘시시는 이날 발언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를 못박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집트는 오는 14~15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합니다. 엘시시는 국영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 연설에서 국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중동전문가 사메르 셰하타는 알자지라방송에 “결국은 엘시시가 대선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투표 참가율을 ‘국민적 지지’의 잣대로 삼아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11년 1월 25일 민주화혁명이 시작되고 무바라크가 쫓겨난 이래로 이집트에서는 정정불안이 계속돼왔지요. 전국 단위 투표만 해도 2011년 과도헌법 국민투표, 하원 선거, 2012년의 상원 선거와 대선, 헌법 국민투표 등 5번이나 치러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헌법은 늘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랍의 봄 직후에 만들어진 과도헌법은 군부가 주도한 것으로, 국민투표에서 77%의 찬성율로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집권한 무르시의 이슬람 정권은 이를 뒤집어 대통령에게 엄청난 권한을 주는 이른바 ‘파라오 헌법’을 다시 만들어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역풍을 불렀고, 지난해 무르시 퇴진 시위와 군부 쿠데타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에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개헌안은 여러 정파가 함께 만드는 틀을 취했습니다.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아므르 무사가 제헌위원회인 ‘50인 위원회’를 이끌었고, 좌파인 사회민주당과 강경이슬람주의를 내건 ‘살라피’ 정당인 누르당 등이 참여했습니다. 


개헌안은 국민투표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엘시시에겐 거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예순이 채 안 된 엘시시는 무바라크 정권시절 장교에 불과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재 부역의 ‘원죄’가 없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군부의 위상은 여전히 높습니다.



국가기관은 군부가 장악했고 최대 반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불법단체로 전락했습니다. 지난해의 쿠데타 이후 6개월간 군부(에 장악된 과도정부)는 체계적으로, 꼼꼼히, 무슬림형제단을 무력화했습니다. 지도부를 체포하거나 수배령을 내리고, 형제단 산하 조직들의 자산을 몰수하고, 결국에는 불법화했습니다. 



군부에 맞설 잠재력이 있는 진영은 크게 둘로 갈라집니다. 그 중 이슬람진영은 분열돼 있습니다. 또 다른 축은 아랍의 봄과 무르시 축출을 모두 주도했던 민주화·자유주의 진영인데 이들 역시 구심점 없이 갈리어 있습니다.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해온 모하마드 엘바라데이는 무르시 지지자들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 국면에서 무능력을 드러냈고 지금은 존재감이 사라졌습니다. 


새 헌법 제정 뒤 6개월 내에 치러질 대선에서 엘시시가 집권하면 이집트는 ‘신권위주의로의 회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치분석가 하나아 에베이드는 현지 일간 알아흐람 인터뷰에서 “승자가 반대편을 제압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뒤이은 반격으로 전복되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군부가 주도하는 새 헌법에 대한 지지가 80%대에 이르고 안정희구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젊은층 사이에서는 군부·헌법안 지지도가 60% 이하로 떨어집니다.


영국 BBC방송은 “이집트인들 사이에서 권위주의의 부활에 대한 두려움과 엘시시에 대한 컬트(종교적 숭배)에 가까운 지지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정치세력들이 경합하고 선택받는 민주적 과정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남의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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