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이어 며칠 전 벌어진 케냐 나이로비 테러사건 등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 사이, 엄청난 유혈 사태를 빚은 이집트 군부는 ‘조용히’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무력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당국이 형제단 지도부를 일제히 검거하고 세속주의자들로 새 헌법을 구성할 위원회를 띄운 데 이어, 이번에는 법원이 형제단 활동을 금지시켰다.
일간 알아흐람 등 이집트 언론들은 23일 카이로 긴급재판소가 형제단 활동을 전면 금지시키고 자산 몰수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또 어떤 기관도 형제단 산하에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또 내각에 형제단으로부터 몰수한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명령했다. 형제단은 이슬람 종교조직으로 출발했지만 산하에 구호기구를 비롯해 여러 조직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 기구들을 통해 자산을 운용해왔다.
이번 판결로 형제단은 내년 초 치러질 총선에 나설 길이 막혔을 뿐만 아니라, 자금줄도 모두 끊기게 됐다. 법원이 이번에 조직 해산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형제단의 완전 해체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판결은 세속주의 정당인 타감무당이 “형제단은 테러리스트 집단”이라며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소송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이집트의 여러 법원에 형제단을 상대로 한 소송이 계류돼 있고, 행정법원은 아예 이 단체의 해산안을 검토하고 있다.
형제단 간부 이브라힘 모네이르는 알자지라방송에 출연해 “이번 판결은 전체주의적인 결정”이라고 맹비난하며 “당신들(이집트 정부)이 패배자이고, 신의 가호는 엘시시(국방장관) 측 재판관이 아닌 우리 편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지난 7월 3일 군부 쿠데타로 형제단 소속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으며 이에 반발하는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군 대변인은 22일 “엘시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지만, 엘시시가 결국 정권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카이로 등지에서 엘시시를 대선 후보로 밀자는 캠페인이 벌어져 200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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