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아라사키 모리테루, 오키나와 현대사

딸기21 2012. 9.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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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현대사 
아라사키 모리테루. 정영신, 미야우치 아키오 옮김. 논형. 8/22




근래 읽은 책들 중 아라사키 모리테루를 언급한 것들이 많아서 궁금하던 차였고, 마침 집에 이 책이 있어서 옳다구나 하면서 집어들었다. 주로 1970~80년대 이후로 오키나와에서 펼쳐진 '운동'들을 조망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항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다. 아열대의 바다와 비밀의 숲 같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생태의 상상력 말이다. 류큐는 무기가 없는 왕국이었다는 식으로 류큐의 과거를 둘러싼 신화(인지 허구인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가 퍼져있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해 있으면서 일본이 아닌 것을 지향한다. 그 '일본이 아닌 것'은 국민국가의 실체를 벗어던진 미래형 공동체를 가리킨다. 실체가 있냐고? 그것이 가능하냐고?

오키나와에는 분명 그런 '탈(脫)'로 향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그것을 달성할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일본 안의 식민지로서 오키나와가 가진 위상, 미국의 태평양 군사전략의 핵심으로서 오키나와가 차지하는 위치 따위를 들이대면 이 작은 섬 사람들은 너무나 약해보인다. 더욱이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오키나와 사람들의 상당수는 개발 바람, 부동산 바람을 타고 이미 기득권 집단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 입고 피 흘리는 오키나와에는 상상력이 있고,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헌법' 같은 작업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에서처럼, 오키나와 밖의 사람들에게도 꿈 꿀 힘을 전해주는 그런 상상력.

왜 오쿠다 히데오는 남쪽으로 튀고 싶었을까.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의 저자들은 어떻게 오키나와에서 생태와 평화의 메시지를 넘어 원초적인 신성함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니시카와 나가오 선생은 왜 아라사키 모리테루를 비롯한 오키나와의 운동가들에게서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서려는 씨앗을 보았을까. 그 밑바탕이 되는 주민들의 투쟁을 담담하게 일지처럼 서술하고 있어서, 무미건조한 와중에 여러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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