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64

아이티, 그리고 '평화유지군'

가난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늘 마음이 답답하지요. 가난한 사람들이 아프다면, 특히 어린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면 보고 듣는 사람의 괴로움도 더 커지는 법이고요. 안타깝게도 가난한 이들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특히 그 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가난하고 아픈 어린이들’ 이야기는 지구촌 어디에서나 끊이지 않습니다.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일단 확산세는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진이 일어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복구되지 않는 아이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유엔 아이티 인도주의조정관 니겔 피셔의 말을 인용해 “다국적 의료진이 아이티 콜레라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는 데에 성공했다”고 ..

칠레 광부들은 어떻게 지낼까

매몰된 칠레 광부 33명을 구출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광산에서 매몰된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해 갱도를 뚫는 천공작업이 30일 예정대로 시작됐다. 당국은 수직의 터널을 뚫어 광부들을 끌어올리는 계획과 함께, 만일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라우렌세 홀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이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한 천공작업을 30일 시작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매몰된지 25일만이다. 기술진은 세계 최대의 굴착기로 알려진 호주제 유압굴착기 ‘스트라타(지층) 950’을 산호세 광산 입구에 조립하는 작업을 이미 끝냈다. 구출은 언제나? 문제는 언제 구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생존..

멕시코만 '기름기둥' 여전

미국 멕시코만 BP 유정에서 쏟아져나온 기름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광범위한 지역에 ‘기름 기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부터 사고 해역을 열흘간 정밀조사한 미국·호주 과학자들은 19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조사결과를 싣고 “해수면 1㎞ 아래에 폭 2㎞, 길이 35㎞, 200 높이에 걸쳐 기름 기둥들이 형성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름 기둥은 모두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 해저 시추공에서 나온 탄화수소 덩어리들로 이뤄져 있다. 조사팀을 이끈 크리스토퍼 레디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의 인터뷰에서 “아직 이 기름 기둥들이 얼마나 유독한지,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면서 “다행히도 기름 기둥들은 놀랄 만큼 안정된 상태여서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말..

'조종사 푸틴'

카리스마와 쇼맨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번엔 항공기 조종사로 변신을 했습니다. 직접 소방용 항공기 조종석에 들어가 부조종사로 하늘을 날며 산불 진화작업에 나선 것이죠. 2년 뒤 대선 재출마설이 파다한 푸틴이 다시 한번 민심 다스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행기 조종간을 잡고 있는 푸틴. 사진=리아노보스티 푸틴은 10일 러시아제 Be-200 수륙양용 산불진화용 비행기를 타고 화마에 휩싸인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 지방 시찰에 나섰습니다. 승객석에 타고 있던 푸틴은 비행 도중 조종실 문을 열고 들어가, 부조종사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조절판 레버를 잡고 버튼을 눌러, 물 24톤을 산불 지역에 투하했습니다. 푸틴이 조종사를 돌아보며 “괜찮았느냐”고 ..

파키스탄 홍수피해 400만명

파키스탄을 강타한 100년만에 최악의 홍수로 피해를 입은 주민 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곡창지대이자 인구가 밀집한 남부까지 폭우에 휩쓸리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지원국(UNOCHA)은 5일 “어떤 형태로든 이번 홍수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400만명이 넘는다”면서 파키스탄이 대재난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숫자는 16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에 파견된 구호요원 마누엘 베슬러는 “홍수가 맨 처음 시작된 북서부 카이바르-팍툰콰주에서만 집계된 수치이기 때문에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일간 더네이션은 수천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여름 열대계절풍인 몬순이 이상 폭우를 불러오면서 일어난 이번 홍..

기후 재앙의 집결판, 남아시아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북서부 중심도시 페샤와르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연결되는 산지의 밍고라, 디르, 칼람 일대는 사흘간 쏟아진 몬순(열대성 폭우)으로 복구되기 힘들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더네이션 등 현지언론들은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이 수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BBC방송은 ‘거대한 호수로 변한’ 페샤와르 르포를 전했다. 특히 이 일대는 험난한 산악지대여서 계곡에 몰려 사는 주민들이 많았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절벽길이나 다리가 끊어지면 그대로 고립돼 ‘섬’으로 변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년에 한번씩 불어오는 몬순은 이 지역 주민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지만 이번에는 퍼붓는 비가 삶의 터전을 초토화시키는 재앙..

파키스탄 물난리

파키스탄 북서부에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군과 파키스탄 정부군의 ‘탈레반 제거작전’으로 초토화됐던 ‘카이바르 팍툰콰(북서변경주)’ 일대에 물난리가 나서 800명 이상이 숨졌다. 파키스탄 일간 ‘더네이션’은 잇단 폭우와 홍수로 북서변경주 일대에서 800명이 물에 빠져 숨졌으며 강물에 휩쓸려 내려간 실종자들도 계속 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북서변경주는 파키스탄 북서부의 산악지대로 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경하고 있다. 몬순(열대 계절풍)이 몰고 온 폭우 때문에 대부분 산악지대인 북서변경주 곳곳의 계곡에 물이 들어찼고, 대도시인 페샤와르도 물바다로 변했다. 아프간으로 가는 길목인 카이바르 패스 일대는 도로 58곳이 침수돼 사실상 교통이 두절됐다.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유명한 ‘카..

숱한 비화를 낳은 탕산대지진

1976년 7월,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 주변의 한 우물에서는 하루에 세번씩 우물의 물이 갑자기 솟구쳤다 가라앉았다. 또 다른 우물에서는 그 달 들어서 가스가 세 차례 새어나와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지진의 전조였다. 탕산은 물론이고 베이징, 톈진, 보하이, 장자커우 등지에서 이상 징후가 속속 탐지되고 있었다. 국가지진국에서 일하던 왕청민(汪成民)은 탕산 주변 지각작용을 분석해 “7월22일부터 8월5일 사이에 큰 지진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자거우쾅(馬家溝曠) 지진대의 지진전문가 마시룽(馬希融)과 겅칭궈(耿慶國), 탕산시 지진사무실의 양유천(楊友宸) 등도 상부에 지진 가능성을 보고했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보름도 더 전에, 이미 이렇게 ‘경보’는 나와 있었다. 하지만 문화대..

기름 먹는 '초대형 방제선' 멕시코만으로

해저 탐사로봇, 심해 잠수정, 거대한 철제 캡(뚜껑), 진흙 실린더…. 멕시코만 해저유정 기름유출 재앙을 막아 보려 온갖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온 미국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이번 ‘무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이다. AP통신은 30일 미 당국이 축구장 3.5배 길이에 1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선박을 불러다 기름 걷어들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고래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배는 길이 340m, 높이는 60m에 이른다. 배는 한국에서 제작됐고 선주는 대만의 선사 TMT다. 선적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원유와 철광석 등을 대량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멕시코만 사태가 난 뒤 TMT의 노부 쑤 최고경영자가 오일스키머(물 위에 뜬 기름을 분리·흡수하는 설비)로 개조하도록 지..

BP 새 '구원투수'에 멕시코만 수습 맡겨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을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의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미국인들에게 단단히 밉보인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 대신 ‘미국인 이사’를 내세워 사태수습을 맡기기로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BP의 칼 헨릭 스반베리 회장이 ‘미국민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미국인 관리담당이사 로버트 더들리(55·사진)에게 멕시코만 사태 총책임을 맡기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추궁을 이리저리 피하고 보상계획 등에 대해서도 확답을 회피, 지탄받았던 헤이워드 CEO는 사태 수습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워드는 이날 가족과 함께 영국 와이트 섬에서 열린 요트경기에 참석해 자기 소유 요트의 경기장면을 구경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