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25

17. 발칸의 주자로 나선 세르비아

17. 13-14세기 세르비아의 흥기 11세기 중반, 오늘날의 몬테네그로에 해당되는 제타 Zeta 지역('동유럽의 독립국가들' 참고)의 세르비아인들이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미약하나마 독립을 쟁취해 냈습니다. 그리고 1077년 그들을 이끌던 지배자 미하일로 Mihailo (1051-81년 재위)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서방과 동방 기독교의 싸움 속에 '밀당'에 성공한 제타, 훗날의 세르비아가 거둔 작은 승리였습니다. 당시 로마 교황청은 1054년 ‘대분열’ 이후 동방의 정교 세계에 발 디딜 곳을 찾으려 애쓰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타의 세르비아 왕국은 산악지대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비잔틴 제국의 다른 발칸 영토들로부터는 격리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세르비아라는 나라가 영향력 있..

15. 갈라진 교회, 찢어진 발칸

15. 12세기 말의 발칸 반도 (한 달 넘게 딴짓하고 있다가 다시 동유럽 얘기하려니 좀 뻘쭘하네요 ^^;;) '혼란' 아닐 때가 거의 없어보이는 발칸, 11세기에 이르자 더 큰 파도가 몰아칩니다. 이른바 '대분열'이 일어난 것이죠. 하나로 통일돼 있던 유럽 교회는 1054년에 서방의 로마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로 갈라졌습니다. 이 분열에는 여러 측면이 있었습니다. 수백 년에 걸친 로마 교황과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 총대주교 간의 종교적 권위 다툼이 겉으로 드러난 종교적인 요인이지만 실상은 비잔틴 제국과 신성로마제국 사이에서 계속되어온 싸움의 결과였습니다. 즉 세속 권력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의 절정이 교회의 대분열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싸움의 전장 격인 '기독교 세계'는 말로만 존재할 뿐 실재하지..

단죄 받지 않은 밀로셰비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šević. 1941-2006). 죽은 지 벌써 6년이 지났군요...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옛 유고연방 말기에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죠. 유고슬라비아 연방 내 세르비아 공화국 출신입니다. 이 유고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동유럽 얘기하면서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하나의 민족국가로 묶여본 일이 없는 집단들을 억지로 묶어놓았던 나라라서 이후의 분열상이 너무나도 끔찍한 학살로 이어지게 되지요. 유고의 비극에 대해서는 조 사코의 시사만화 를 초초강추 하고요. 다시 밀로셰비치로 돌아가서-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세 차례 유고연방 내의 공화국 중 하나였던 세르비아 대통령을 지냈고,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스러져 가던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유고슬라비..

3. 문화권으로 본 동유럽

3. 문화권으로 본 동유럽 동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이 지역을 움직인 문화권들을 이해해야겠지요. 문화는 여러 사회들과 그 사회들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문명 안에는 수많은 사회들이 있고, 그들 각각의 문화가 있겠지요. 문명 안에서 이 사회들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요인으로는 종교적 신념 혹은 보편적인 철학(때로는 이 두 가지의 결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폴그레이브 동유럽사의 저자들은 지금 동유럽에서 세 가지 문명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가톨릭/신교로 구성된 서유럽 문명, 또 하나는 정교의 영향을 받아온 동유럽 문명, 나머지 하나는 이슬람 문명입니다. 쉽게 이해하려면, 지질학에 나오는 판구조론을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문명에는 지정학적 핵심부가 있습니다. ..

믈라디치, 헤이그 구치소로

얼마전 붙잡힌 보스니아 학살자 라트코 믈라디치에 대한 뒷얘기들이 나오고 있네요. 유고 내전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화국의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무슬림 남성 및 소년 약 8000명을 무자비하게 죽인 ‘스레브레니차 학살’이라는 것이 있었죠. 학살이 벌어진 날은 1995년 7월11일. 그런데 학살 몇시간 전에, 당시 세르비아계 군 지도자로 ‘학살 책임자’였던 라트코 믈라디치가 스레브레니차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믈라디치가 미소를 띤 채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다독이던 모습은 당시 TV 화면을 통해 방영됐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대학살이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TV에 방영됐던, 믈라디치에게 초콜릿을 받아먹은 소년이 어제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알자지라 '발칸방송' 만든다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동유럽으로 영역을 확장한다고 합니다. 알자지라가 오는 9월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발칸 뉴스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옛 유고 지역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등 6개국으로 나뉘어 있고, 여기에다가 몇해전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까지 합하면 사실상 7개국이 있습니다. 알자지라 입장에선 큰 시장을 하나 더 얻게 되는 거죠. 알자지라의 발칸 방송은 크로아티아 출신 저명 언론인인 요란 밀리치가 맡았는데, AFP 등이랑 인터뷰를 한 것을 보니까 “발칸에서 CNN을 넘어서는 방송이 되겠다”며 포부가 대단합니다. 본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 둔 모양이군요. Al-Jazeera aims to become B..

어제의 오늘/ 1999년 3월 24일 나토군의 코소보 공습

‘지정학적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 반도에서도 코소보는 특히 민족적·종교적으로 복잡하다. 코소보는 동쪽과 북쪽으로는 세르비아에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마케도니아, 서쪽으로는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에 면해 있다. 코소보(Kosovo)는 세르비아어로 ‘검은 새’라는 뜻이다. 1389년 이 곳에 펼쳐진 코소보 폴례, 즉 ‘검은 새들의 들판’에서 오늘날 세르비아인들의 조상들이 막강한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와 싸워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세르비아인들은 이 곳을 민족적 성지로 삼고 역사의 중심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땅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알바니아 민족이다. 내전과 공습으로 1999년 190만명이던 인구가 2007년에는 180만명으로 오히려 줄었는데 그 중 알바니아계가 92%이고 세르비아계는 4%에 불과하다. 나..

세르비아도 EU 가입 신청

‘발칸의 반항아’ 세르비아가 결국 유럽의 품을 택했다. 세르비아가 22일 유럽연합(EU)에 가입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라디오스르비자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EU 순회의장인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에게 가입신청서를 냈다. 타디치 대통령은 “(내전 전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시대의 일은 과거로 지나갔다”며 “내전 이후 10년, 민주주의 10년, 고립에서 벗어난지 10년을 맞아 EU의 멤버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라인펠트 총리도 “세르비아의 가입신청은 역사적인 사건”이라 화답했다. 세르비아에서는 1990년대 말 밀로셰비치 당시 대통령의 주도 아래 내전이 벌어져 인종말살범죄가 저질러졌다. 그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의 공습을..

카라지치 재판 시작

이제는 ‘스레브레니차’의 한이 풀릴까. 옛유고연방 세르비아계 지도자로 지난해 체포된 라도반 카라지치(아래 사진)에 대한 전범재판이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시작된다. 기소된지 14년3개월, 오랜 도피 끝에 검거된지 1년3개월만이다. 보스니아 내전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가 마침내 이뤄질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르게 브라메르츠 ICTY 수석검사는 카라지치에 대한 기소장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재판장은 2001년부터 ICTY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권오곤 부소장이 맡게 됐다. 카라지치는 현재 기소된 옛유고연방 전범들 중 최대 ‘거물’이다. 1992~95년 옛유고연방 내 세르비아공화국 지도자로서, 민병대를 시켜 보스니아계 ..

13년만에 붙잡힌 보스니아 학살자

보스니아 내전 '인종청소'의 주범인 옛 세르비아 정치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63/사진)가 21일(현지시간) 13년간의 도피 끝에 결국 체포됐습니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카라지치가 이날 밤 베오그라드에서 보안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고 발표했는데요. AP통신 등은 카라지치가 현재 세르비아 내 전범재판소로 옮겨져 유전자 감식을 비롯한 신원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카라지치는 베오그라드에 있는 세르비아 재판소에서 조사를 받은 뒤 조만간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라지치 체포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세르비아 정부를 압박해왔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즉시 환영했구요. 을 내는 것이 아마도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