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32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2) 성장과 혼란의 도시들

나이지리아 경제중심도시인 라고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이 거대도시는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상업중심지인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레키 지구에는 정부가 택지를 개발, 고급 주택가를 짓고 있었다. 정원에 수영장이 있는 2층, 3층짜리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고, 대문 앞에는 사설 경비원들이나 집주인의 돈을 받은 현지 경찰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뛰는 물가, 막히는 거리 레키 지구 한쪽에 위치한 샵라이트. 서울의 대형 쇼핑몰들처럼 크진 않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서점, 상점들을 갖춘 쇼핑몰이다. 그 안의 대형마트에서는 값비싼 수입 식료품들을 팔고 있다. 이달 초 가봤을 때 망고주스 1000ml 하나가 1300나이라(약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1) 희망에 들뜬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이다. 지난 15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턴 신시가지의 월드컵 입장권 판매소 앞에는 티켓을 구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운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전날 아침 9시에 와 24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린 끝에 결국 표를 쥐고 기뻐하던 타보(22)는 “역대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남아공에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잔치만 구경했던 가나인 이민자 딘 달라스는 “우리 팀이 곧 온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월드컵 기간에는 여러 경기장에서 아프리카 출전국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박람회가 열린다”며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 전체의 행사”라고 강조..

유혈사태 끊이지 않는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에서 얼마전 또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이달초 중부 플라토주(州) 조스에서 무슬림 유목민들이 기독교도 주민 500명 이상을 살해한 것이다. 분쟁과 학살이 일어날 때에 으레 그렇듯이 희생된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외신 사진으로 전해진 ‘학살의 현장’은 끔찍했다. 곳곳에 널린 시신들을 간신히 수습한 주민들은 황무지같은 붉은 땅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주검들을 한데 모아두었다.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 대통령은 지난해말 심장병 수술을 받은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불신임 위기에 놓여 있다. 차기 집권자로 유력시되는 굿럭 조너선 부통령은 즉시 조스에 보안병력을 투입하고 공격자들을 색출·체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한두번이 아니거니와, 나이지리아 연방정부에 유혈충돌을 금지시킬 힘..

나이지리아 이번엔 유목민들이 정주민 공격

종교간·부족간·지역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나이지리아에서 다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알자지라방송 등은 8일 나이지리아 중부 플라토주(州) 중심도시 조스에서 하우사-풀라니족 유목민들이 기독교도 주민들인 보롬 공동체를 집단 공격, 수백 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심장병 수술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 대통령을 대신하고 있는 굿럭 조너선 부통령은 이날 보안병력을 투입, 공격자들을 색출·체포하라고 지시했다. 나이지리아 최대 부족으로 대부분 무슬림인 하우사-풀라니족 유목민들은 전날 요스 남쪽 교외 도고 나하와 마을에 몰려와 총기를 난사하며 이 곳에 살고 있던 보롬 공동체 주민들을 공격했다. 현지 적십자사는 “주변 다른 기독교도 공동체 두어곳도 공격 목표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내전과 자원, 나이지리아

▶ 앙골라, 차드, 콩고 브라자빌, 수단 내전은 모두 석유 자원을 둘러싼 것이었다. 반군들은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지배하기 위해 싸웠고, 서부 사하라에서는 인산염을, 라이베리아계서는 철광석, 목재, 다이아몬드 그리고 마약통제권을 놓고 싸웠다. ▶ 아마도 카빌라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르완다 후원자에 대한 배신이었을 것이다. 집권한 지 1년밖에 안 되어 카빌라는 공동 적이던 대학살의 주인공 후투 반군과 손을 잡았다. 화가 난 르완다 정부는 자신이 내세웠던 인물을 전복시키기로 결정하고 똬리를 튼 코브라처럼 빠른 속도로 대응했다. 그들은 정글 넘어 2000km나 되는 지역에 구형 소련제 수송기로 군대를 투입했고 킨샤사에서 멀지 않은 키토나와 마타디 지역에 기지를 세웠다. 수일 내로 르완다군은 킨샤..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The Shackled Continent(2004) 로버트 게스트 저/김은수 역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아프리카에 대해 국내에 출간돼 있는 책들을 다 보지는 못했어도, 관심 있는 주제여서 무엇이 나왔는지는 대략 훑어본다. 뭐,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다룬 책은 거의 없으니까. 근래 유행하는 여행기 종류로는 몇 종 나와 있다. 김모 PD의 책은 얼핏 서점에서 훑어보니 눈길을 끌긴 하는데 나처럼 ‘일’로 아프리카 정보를 얻어야 하는 사람들이 골라서 볼 책은 아닌 것 같다. 황학주 선생님의 책들은 사진과 글이 좋지만 역시나 여행기 혹은 에세이 성격이다. 이산출판사에서 나온 존 아일리프의 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제대로 된’ 아프리카..

딸기네 책방 2010.02.26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두달째 사우디에

세계 8위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랫동안 유고 상태고, 의회는 결국 부통령에게 권한 대행을 요청했다. 한쪽에선 아예 대통령더러 물러나라 한다.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비교적 평화롭게 민주화과정을 걸어온 서아프리카의 대국 나이지리아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라고스 일간지 ‘디스데이’에 따르면 9일 나이지리아 의회는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 대통령(59·사진 오른쪽)을 대신해 굿럭 에벨레 조나단 부통령(53·왼쪽)이 권한을 위임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심장질환의 일종인 심막염에 걸린 야라두아는 지난해 11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간 뒤 제다의 킹파이잘 특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헌법상 정해진 의회 통보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국..

부유한 유학생이 '항공기 테러범'으로

성탄절인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발 미국 디트로이트행 노스웨스트 여객기에서 테러공격 시도가 일어났다. 300명 가까운 이들을 태운 여객기를 폭파하려 한 테러용의자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엘리트 유학생이었다. ‘테러와의 전쟁’도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자란 23살 청년이 테러범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극단주의에 경도된 한 젊은이 앞에서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대테러 조치들은 구멍투성이였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테러용의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는 기내에서 폭발물질을 터뜨리려다가 실패한 뒤 손에 화상을 입고 디트로이트 인근 앤아버의 미시건 주립대학 병원으로 옮겨졌다. AP통신 등은 환자복 차림의 압둘무탈라브가 연방법원 판사의 심문에 유창한 영어로 웃으며 대답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판사는 일단 그를 구금시..

이 나라들이 왜 이러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쪽 끝에 아체 Aceh 라는 자치지역이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인도네시아 정부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분리운동을 벌여 유혈사태가 많이 났었던 곳이지요. 지금은 특별자치주가 만들어져 자치가 실시되고 있는데요. 이 곳의 자치의회가 간통범에게 돌을 던져 처형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항들을 담은 샤리아(이슬람 성법)를 채택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법이 이슬람의 입장에서는 ‘세속법’이고, 꾸란에 바탕을 두고 이슬람 원리대로 만든 법이 샤리아입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아체 특별자치주 의회가 간통범과 동성애자 등에 대한 초강경 처벌규정을 담은 샤리아 법안을 채택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이 법의 대표적인 조항들을 볼까요. ◇ 간통을 저지른 자가 미혼일 경우 태형 ..

석유기업 '추악한 두 얼굴' 드러낸 원주민들의 소송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인권침해를 일으킨 책임을 인정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배상하기로 했습니다.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제3세계 자원을 꺼내가면서 현지 독재정권과 결탁,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셸 사건은 서방 에너지기업의 추악한 두 얼굴과, 이에 맞선 원주민들의 목숨 건 투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네덜란드 에너지기업인 셸은 8일 미국에서 제기된 나이지리아 환경운동가 처형 개입 관련 소송에서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1550만 달러(약 2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BBC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오고니족 원주민 운동가들이 5월27일 미국 뉴욕 연방법원 앞에서 셸의 원주민 탄압에 대해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