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32

아프리카의 '폭동'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며칠 전 대선이 치러졌죠. 그런데 그 뒤 유혈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대선이 실시된 것은 지난 16일. 그 이후 벌어진 폭동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구호단체들은 “폭동 과정에서 죽은 많은 사람들이 소각되거나 우물에 버려지고 있어 피해자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고 전합니다. 상황이 몹시 심각한 듯하네요. 나이지리아 적십자사는 북부 14개주에서 선거 뒤 유혈사태로 피신한 난민들이 4만명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북부 중심도시들에 통금령을 내리고 군경을 배치해 상황을 진정시키는 중입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나이지리아 원래 대통령이 우마르 무사 야라두아였는데 지난해 병으로 급서했죠. 그래서 굿럭 조너선(아래 사진) 부통령이 권력을 일..

2010 중동·아프리카

이라크전이 공식 종료됐습니다. 이란 핵문제는 별 돌출 없이 한 해 동안 지리한 공방이 반복됐습니다. 이스라엘의 여러 가지 만행과 말썽이 또다시 문제가 됐습니다. 아프리카는 의미심장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 복잡다단한 지역에 대한 초간략 정리랍니다. 먼저 중동 정세. 이라크 미군 철수, 전쟁 종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이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공식 종료됐습니다. 미군은 이미 올초부터 단계별 철수를 시작해 8월 말에는 전투부대들이 거의 모두 이라크를 떠났습니다. 시리아 접경지대 등 ‘요주의 지역’을 남기고 바그다드 시내의 캠프들은 폐쇄됐습니다. 한때 16만명에 이르던 미군들은 9월..

[코트디부아르]아프리카의 슬럼가 풍경

벌써 다녀온 지 석달이 지났는데, 이래저래 시간도 없고... 못 올렸던 사진들 지금부터라도 좀 풀려고요.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 부근, 예전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수도였던 벵제르빌 마을의 풍경입니다. 대도시 바로 옆의 전형적인 슬럼지역입니다. (아비장 내에도 물론 대형 슬럼가가 있고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망고나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어요. 맛도 있고... 시골마을 배고픈 사람들에겐 음식도 되고, 팔 거리들도 되고... 슬럼에 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첫째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아사망률이 높은 곳일수록 아기를 많이 낳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부모들의 무의식적인 선택이기도 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미개발된 지역일수록 농업에 의존하다보니 아이를 많이 낳는 까닭도 있겠..

'독재자들 재산환수' 힘겨운 싸움

찰스 테일러는 라이베리아 출신 군벌로,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한 뒤 원광석과 목재 등을 팔아 돈을 불렸다. 그걸로 다시 무기를 사서 내전을 일으켜 전국을 장악한 뒤 1997년 대통령이 됐다. 이웃한 시에라리온에까지 무기를 들여보내고 광산지대 무장세력들을 부추겨, 서아프리카를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터로 만들었다. 2003년 영국군 등 다국적 지원군이 들어가 내전을 끝내고 무장해제를 시킨 뒤에 테일러는 쫓겨났다. 체포된 테일러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감옥에 수감된 채 유엔 산하 시에라리온특별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교도소 경비 등을 포함, 재판비용으로만 다달이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이 돈은 대부분 미국이 내고 있다. 라이베리아는 내전으로 초토화된데다 국가재정이 거의 무너져..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월드컵 B조

오는 12일 한국-그리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경기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의 경기가 시작된다. 우승을 바라보는 자타공인 축구강국 아르헨티나는 전력 못잖게 훌리건들의 광적인 난동도 세계최강급이다. 악명 높은 아르헨티나 훌리건들은 대거 남아공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 뒤에는 아르헨티나 정치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종교·부족에 따라 갈라져 있지만 4년에 한번씩 월드컵 때에는 일치단결하는 축구 매니아 국가로 유명하다.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는 유로2004 우승국으로서 당시의 영광을 재현해보려 애쓰고 있지만, 재정난 때문에 축구 지원이 줄어들어 애를 먹고 있다.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B조 국가들의 ‘월드컵 사회학’을 들여다본다.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9) 세계와 접속하는 대륙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 라고스는 살아있었다. 지난달 초 바닷가 마리나 로드에서 바라본 아파파 항구. 거대한 선박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항구를 에워싼 거대한 석유탱크엔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TOTAL)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인 하니웰 제분공장의 밀가루 사일로들도 보였다. 울타리 너머로 어마어마한 양의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고, 입구에는 컨테이너 차량과 레미콘과 탱크로리들이 줄을 이어 정체가 극심했다. 서아프리카의 경제 동맥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과 함께 아프리카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아파파의 모습이었다. 짐을 내린 뒤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 차량들 밑에선 하역노동자들이 차체를 그늘삼아 쉬고 있었다. 또 다른 항구인 틴캔 아일랜드로 이어지는 길에는 세븐업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7) 민주화로의 갈림길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1960년대 건국 이후 군부 쿠데타와 군사독재를 경험했다. 가장 최근인 1980년 독립한 짐바브웨는 30년간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 기니와 모리타니에서는 군사쿠데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디 아민의 폭정을 끝낸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몇해 전부터 ‘종신집권 개헌’을 하며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토고에서는 40년 철권통치를 했던 에야데마 냐싱베의 아들 포레 냐싱베가 세습 집권했다.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성적표는 경제만큼이나 형편없어 보인다. 그러나 뉴스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독재체제를 끝내고 민주화로 나아가는 나라들이 더 많다. 문제는 이런 나라에서도 지역 갈등과 종족 갈등, 종교간 충돌, 부패와 경제 퇴행 등 심..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5) 아프리카는 거대한 슬럼

고층건물이 솟아오르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 라고스. 바닷가를 따라 난 허버트 매컬레이 고가도로 위로 일본제, 유럽제 자동차들이 달린다. 그 아래에는 라고스 주민들이 아데콜리 빌리지라 부르는 수상촌(水上村)이 있다. 세상 어디에서나, 뭍에서 몸 누일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 정착하는 곳이 물 위다.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일지 모르지만 거기 사는 이들에겐 열악한 생존의 현장이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밑바닥 10억’… 도시의 그늘서 사투 말이 좋아 ‘마을’이지 아데콜리는 ‘주거지’라고 하기 힘든 곳이었다. 얕은 바다에 띄운 나룻배에선 여성들과 아이들이 고기잡이를 하고 있고, 사이사이 좁은 부지에는 온통 목재 가공공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습기와 열기와 톱밥이 뒤섞여 숨이 막혀..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4) 석유와 카카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최대 카카오 생산·수출국이다. 아비장에서 서쪽으로 바닷가를 끼고 달리다 보면 보이는 것은 모두 플랜테이션 농장들이어서, 대체 이 나라 사람들 먹을 것은 어디서 키우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시속 80km로 3시간을 달리는 사이 도로 양옆에는 팜(야자), 코코넛, 고무, 카카오 농장들이 계속 스쳐지나갔다. 그 중 한 카카오 농장에 들렀다. 수확철이 아니어서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국적 기업들의 하청업체나 현지 대지주들이 운영하는 팜 농장과 달리 카카오 농장은 대개 가족농 형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농사철에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아동노동’이라는 악명을 얻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카카오 수출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7~9월 한 차례 수확을 한 뒤 11월부터 1월까지 본..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3) 독립 50년, '성찰의 시기'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 교외 코코디에 있는 아비장 국립대학교를 지난달 찾았다. 서아프리카의 중심 대학 중의 하나로 주변국들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 이 대학은 유럽의 대학도시들처럼 넓은 부지에 소도시같이 꾸며져 있었다.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에선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 모여든 학생들이 삼삼오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올해는 1960년 ‘아프리카 독립의 봄’ 이후 50년이 되는 해다. 아비장 대학 학생들을 만나 ‘독립 50주년’의 의미와 아프리카의 장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독립을 이루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통계학과 학생 레옹은 “우리가 쓰는 물건 대부분이 프랑스 것이고, 몇 안 되는 기업들도 프랑스 기술에 의존한다”며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