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의 책은 언제나 오래된 듯한, 그러나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반 일리치. 허택 옮김. 사월의책)는 특히 그렇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이 책을 읽는다면 욕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또한 동조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다. 토박이 문화에서는 장소, 시간, 도구, 일, 말투와 몸짓, 감각 등을 남자와 결부시키거나 여자와 결부시켜 구분했다. 이러한 연관관계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사회적 젠더를 이룬다. 나는 이것을 토박이 젠더(vernacular gender)라고 부르겠다. 왜냐하면 이 연관관계는 토박이 방언이 그러하듯이 같은 전통을 가진 사람들(라틴어로 gens 곧 핏줄)에게만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처럼 ‘젠더’라는 말을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