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네 다락방 166

장자일기/ 여희의 후회

여희의 후회 26. 삶을 즐거워하는 것이 미혹 아닐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어려서 집을 잃고 돌아갈 줄 모름과 같은 것 아닐까? 미녀 여희(麗姬)는 애(艾)라는 곳 변경지기 딸이었네. 진(晋)나라로 데려갈 때 여희는 너무 울어서 눈물에 옷깃이 흠뻑 젖었지. 그러나 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과 아름다운 잠자리를 같이 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되자, 울던 일을 후회하였다네. 죽은 사람들도 전에 자기들이 삶에 집착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난 어릴 때 '계집 姬'라고 배운 것 같은데 요사이 컴퓨터에는 '아가씨 희'라고 나오네. 그렇구나 '놈 者'도 '사람 자'가 되었고. 구작자와 장오자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규중칠우쟁론기 같은 책에 교두각시 세요각시 하는 이름들이 나오는 것처럼 사물을 의인화시켜 우화를 만든 것..

장자일기/ 이해득실에 무관

이해 득실에 무관 24. 설결이 말했다. ‘스승께서는 이로움과 해로움에 무관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至人은 이로움이니 해로움이니 하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습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至人은 신령스럽다. 큰 늪지가 타올라도 뜨거운 줄을 모르고, 황하와 한수가 얼어붙어도 추운 줄을 모르고, 사나운 벼락이 산을 쪼개고 바람이 불어 바다를 뒤흔들어도 놀라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구름을 타고 해와 달에 올라 四海 밖에 노닐지. 그에게는 삶과 죽음마저 상관이 없는데, 하물며 이로움이니 해로움이니 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聖人의 경지 25. 瞿鵲子(겁 많은 까치 선생)가 長梧子(키다리 오동나무 선생)에게 물었다. ‘내가 큰 스승 [공자님]께 들었네만, 성인은 세상 일에 종사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거나 손해를..

장자일기/ 사람과 미꾸라지

사람과 미꾸라지 23. 자네에게 묻겠네. 사람이 습지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고 반신불수가 되겠지. 미꾸라지도 그럴까? 사람이 나무 위에서 산다면 겁이 나서 떨 수밖에 없을 것일세. 원숭이도 그럴까? 이 셋 중에서 어느 쪽이 거처(居處)에 대해 바르게 안 것일까?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올빼미는 쥐를 좋다고 먹지.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맛을 바르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원숭이는 비슷한 원숭이와 짝을 맺고, 순록은 사슴과 사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놀지 않는가. 모장(毛嬙)이나 여희(麗姬)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보자마자 물 속 깊이 들어가 숨고, 새는 보자마자 높이 날아가버리고, 사슴은 보자마자 급히 도망가 버린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장자일기/ 요 임금과 세 나라

요 임금과 세 나라 21. 엣날에 요 임금이 순 임금을 보고 말했다. ‘내가 종(宗), 회(膾), 서오(胥敖) 세 나라를 치려 하오. 내가 왕위에 오른 후 [이 나라들이] 마음에 걸려 꺼림칙하니 웬일이오.’ 순 임금이 대답했다. ‘이 세 나라의 왕들은 아직도 잡풀이 우거진 미개지에 살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꺼림칙해 하십니까? 전에 해 열 개가 한꺼번에 나와서 온 세상을 비춘 적이 있습니다만 임금님의 덕을 비춘다면 어찌 해 같은 데 비길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요순이 나와 이상하다 했는데, 워낙 이 문장이 여기 있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고 한다. 요 임금이 순 임금의 말을 듣고 미개지에 살던 세 나라를 너그러이 용납해주고 해같은 은덕을 비춰주었다면 잘 된 일이겠지만. 앎과 모름 22. 설결(이빨 없..

장자일기/ 道에는 경계도 이름도 없다

道에는 경계도 이름도 없다 19. 사실 도에는 경계가 없고 말(言)에는 실재가 없다. 말 때문에 분별이 생겨나는데 이 분별에 대해 말해 보기로 하자. 왼쪽(左)과 오른쪽(右), 논의(倫)와 논증(義), 분석(分)과 변론(辯), 앞다툼(競)과 맞겨룸(爭) 등이 있는데 이를 일러 여덟 가지 속성이라 하지. 성인들은 우주 밖에 있는 [초월적인] 것에 대해 존재 정도는 이야기하지만, 논의하려 하지는 않는다. 성인들은 세상 안에 있는 [내재적인]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는 하지만 논증하려 하지는 않는다. 또 역사적인 기록과 선왕들의 역대기에 대해 논증하기는 하지만 변론하려 하지 않는다. 분석하려 해도 분석할 수 없는 것이 있고, 변론하려 해도 변론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왜 그럴까? 성인들은 [도를] 마음속..

장자일기/ 털끝과 태산

털끝과 태산 18. 세상에 가을철 짐승 털끝보다 더 큰 것은 없으니 태산도 그지없이 작다. 갓나서 죽은 아기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으니 팽조도 일찍 요절한 사람, 하늘과 땅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모든 것이 나와 하나가 되었구나. 모든 것이 원래 하나인데 달리 무엇을 더 말하겠느냐? 그러나 내가 모든 것은 하나라고 했으니, (내가 한 말의 대상이 생긴 셈이라) 어찌 아무것도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나라는 것과 내가 방금 말한 ‘하나’가 합하여 둘이 되었고, 이 둘과 본래의 하나가 합하여 셋이 된다. 이처럼 계속 뻗어가면 아무리 셈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 끝을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이니 보통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하겠나? 없음에서 있음으로 나아가도 이처럼 금방 셋이 되는데, 하물며 있..

장자일기/ ‘있음’과 ‘없음’

‘있음’과 ‘없음’ 16. 이제 말 한 마디 해보자. 이 말이 ‘이것’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같든지 다르든지 그것들과 한가지임이 분명하므로, 사실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한번 말해보자. 17. ‘시작’이 있으면 아직 ‘시작하기 이전’이 있게 마련이다. 또 ‘아직 시작하기 이전의 이전’이 있게 마련이다. ‘있음(有)’이 있으면 ‘없음(無)’이 있게 마련이다. 또 ‘있음 이전의 그 없음’이 아직 있기 이전이 있어야 한다. 또 없음이 아직 있기 이전이 아직 있기 이전, 그것이 아직 있기 이전의 없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데 갑자기 있음과 없음의 구별이 생긴다. 있음과 없음 중에 어느 쪽이 정말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내가 뭔가 말했지만 이렇게 말한 것이 정말로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