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한지 10일로 100일이 된다. 지난 석달여 동안 반 총장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 분쟁지역을 발로 뛰며 사흘이 머다하고 각국 정상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세계 최고 외교관다운 중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초기 이라크 사담후세인 대통령 처형에 대한 `말 실수' 등으로 다소 냉소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던 반 총장이 지금은 분쟁 중재와 유엔 개혁 등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완을 인정받고 있다고 외신들이 9일 전했다.
반기문과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반 총장은 9일 오전 10시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분쟁지역 무장해제를 관할하는 무장해제위원회 위원들과 면담한다. 2시간 뒤에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사찰을 맡았었던 이라크사찰위원회(WNMOVIC)의 데메트리우스 페리코스 집행위원장을 만난다. 오후에는 캄보디아와 멕시코 대표들과 연달아 회동을 가진 뒤 조지 미첼 미국 상원의원과 회동할 계획이다. 이후엔 르완다 내전 당시의 기록을 전시한 사진전에 참석을 하게 된다고 유엔 사무총장실은 밝혔다. 이렇게 하루 4∼5개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은 반 총장에겐 일상에 불과하다.
반 총장은 취임 직후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 지역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최대 과제라고 선언했었다. 반 총장은 콩고민주공화국(DRC), 콩고,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 방문을 첫 출장지로 택해 분쟁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입증해 보였다. 최근에는 이라크를 깜짝 방문, 바그다드 그린존(국제지구)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당시 주변 건물에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 외신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과 다르푸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반 총장은 지난 1월 유럽-아프리카 순방 때 레바논 재건 지원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지난달 말 중동 순방을 통해 다자간 협상 논의를 활성화시켰다.
이라크보다 더 심각한 대량살상 위기를 맞고 있는 수단에서는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을 만나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다. 수단 문제를 백안시해왔던 미국도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11일부터 수단 등지에 보내기로 하는 등 방향을 선회했다. 강대국들이 다르푸르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반 총장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유엔을 개혁하기 위한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조치들도 있었다. 직원들 사이에 경쟁을 강화하고 `유엔 철밥통'을 없애기 위해 뉴욕 본부 일자리를 대거 개방한 것은 대표적인 예. 뉴욕타임스는 최근 "반 총장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방만하고 관료적인 유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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