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딸기21 2007. 2. 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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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치 이야기인데,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오늘 아침 이 일로 해서 난데없이 제가 기분 나빠지는 그런 일도 있었기 때문에 좀 투덜거리려고요. 

이탈리아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동의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중도-좌파 연정이 아예 무너져버렸습니다. 로마노 프로디 총리 내각이 총사퇴를 한 겁니다. (프로디는 한때 유럽연합 의장을 지낸 좌파 인사랍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이라크 파병을 주도한 우파 내각이 쫓겨난데 이어 프로디 내각마저 사퇴를 했으니, 이탈리아 연정은 거푸 `파병 파동'에 무너지는 꼴이 된 셈입니다.

프로디 정부가 21일 아프간 파병 연장동의안을 상원 표결에 붙였는데, 통과에 필요한 과반인 160표에 2표 모자라는 158표를 얻어서 부결됐대요. 상원의석이 315개인데 집권 좌파연합 157명과 야당연합 156명, 그 밖의 2명으로 나뉘어 있는 모양입니다. 동의안 통과에 실패한 직후에 프로디 총리는 각료들과 협의를 해서 사퇴 결정을 내리고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내각 총사퇴안을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5월17일 프로디 연정이 공식 출범했는데, 그 전 달에 실시됐던 선거에서 우파와 좌파 득표율 차이가 1%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정부를 구성하느라 애를 먹었더랬습니다. 그리하여 프로디 연정에는 이라크, 아프간 파병에 찬성했던 중도파에서 극좌인 공산당까지 다양한 색깔의 정당 9개가 섞이게 됐죠. 프로디 총리의 총사퇴 결정은 이미 연정 내 의견차이가 봉합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22일 각 정당 지도자들을 만나 새 정부 구성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프로디총리가 다시 각 정당의 지지를 얻어 새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있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전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프로디총리는 연정 내 각 정당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이는 정부를 맡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네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힘'을 비롯한 우파 야당들은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어, 정국은 극도의 혼미상태입니다.

이탈리아는 현재 아프간에 주둔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 소속으로 19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해놓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 이라크에도 2700여명을 파병했다가 2005년 반대여론에 밀려 철수를 했지요. 원래 노선대로라면 당연히 프로디 총리 쪽에서 아프간 파병군도 철수를 시켜야 하는데 처음 연정을 구성할 때 중도파들과 반대의 약속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대한 유럽국들 시각이 조금 다른 것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양쪽 다 말도 안되는 전쟁이자 미국의 폭거이겠지만 특히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치전략적인 이유도 있지만 '도덕적'으로라도 (오십보 백보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만) 차이가 있었다는 겁니다. 아프간엔 오사마 빈라덴이 숨어있었다 쳐도(그렇다고 미국이 아프간인들을 죽일 권리는 없지만) 이라크는 9.11 테러 같은 것이랑은 아무 상관없는 나라였으니까요.

그런 측면들 때문에 유럽 좌파들이 아프간전에 별로 대응을 못한 것도 있지만, 프로디 정부 입장에선 아프간에 나토 연합군이 파견됐다는 것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라크에 있는 부대는 미군 & 미군 따까리 나라들 군대(이렇게 말하면 자이툰부대 모욕죄로 잡혀갈까요?)이지만, 아프간은 좀 사정이 달라서 유엔 차원의 평화유지군 형식을 그래도 거쳤고 나토가 대외활동 확대 차원에서 들어가 있는 거거든요.
이달들어 북동부 비첸차의 미군기지 확대에 반대하는 거센 항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이탈리아에선 반미정서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아프간 탈레반의 반격으로 나토군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유럽과 미국 간에는 `대테러전쟁' 협력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고 있고요.
때마침 영국과 덴마크가 21일 이라크 파병부대 철군 계획을 발표했다. 이탈리아가 아프간 주둔군 파병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어쩔수 없이 나토군에 병력을 보내놓고 있는 다른 유럽국들이나 미국과의 관계에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관심은 한국이 어떻게 할것이냐 하는 거겠지요. '좌파'라고 주장하는 & 공격받는 노무현 정부는 파병 연장 거시기 어쩌구 하고, 여당 안에서도 좀더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반대를 합니다. 얼추 이탈리아와 비슷하기도 하네요. 그런데 한국의 어떤 보수언론은요, 이탈리아에서 프로디가 물러난 것을 정말이지 아전인수로 해석을 하더군요. "프로디는 법안 부결되니까 물러났는데 노무현도 '책임정치' 좀 배워라!" 오늘 아침에 이런 소리를 듣고서 어찌나 황당하던지.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한 무지 or 무시는 차치하고, 파병 연장 안되면 국가원수 물러나라? 그것이 책임정치다? 이탈리아에선 이라크 파병했다가 전 총리 물러났고(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아프간 파병 연장한다 했다가 현 총리도 물러나게 됐는데...

국민은 파병해놓고 또 연장까지 하겠다는 대통령을 쫓아내려 하고 보수 언론들은 대통령을 보호해주려 하고... 해야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은데 이노무 나라에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로군요.

  딸기님 글 보니 정말 우리나라는 해괴하기 짝이 없네요? 하긴 뒤죽박죽인게 정치뿐인가요..몽땅 다 뒤죽박죽이지...전 2002대선때 놈현 찍었었구요. 아주 잠깐 해피했다가 계속 이어지는 실정(?)과 이전 대통령과 구분되는 돌발행위등으로 실망과 통쾌가 교차하다가 어느순간엔 신문을 봐도 뉴스를 들어도 정치얘기만 나오면 채널을 바꾸던지 페이지를 넘기던지해와서 완전 정치에 관한한 무지랭이가 되버렸어요..최근에 유시민이 차기 정권은 99% 한나라당이다 라고 했죠..것두 참 씁쓸하고요..나라가 선진화 될수록 사람들이 보수적이 되가는거 같은데 요즘 애들도 얼마나 이기적인가요? 북한에 대한 인식을 묻는 대학생 설문조사는 정말 어처구니 없던데요~ 왜 퍼주냐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이건 정말 젊은애들 의견 맞나요? 40을 바라보는 나도 그렇게는 생각 안하는데...여러갈래로 세분해서 평가해야겠지만 우리세대의 뜨거운 열정이나 이타애는 요즘젊은친구들에겐 없는것 같습니다 . 애늙은이들 같아요... 2007/02/23    
  전 무신론자예요..여기 종교를 믿고 계시는 다른분들이 있다면 저의 의견에 동의 안하시겠지만 과연 신이 있을까요? 신이 있다면 이세상이 이지경이 될때까지 바라만 보실수 있는건가요? 이렇게 쓰면 사람의 마음으로 신의 뜻을 이해못한다 하실분이 계시겠지요..ㅋㅋ 딸기님 글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가난한 나라들의 여러 이야기들이 많은데 왜 죄는 부자나라가 다 저질르고 형벌은 지지리도 가난한 나라의 가장 불쌍한 국민들만 당할까요? 의문투성이고 열불만 납니다...정말 신이 있을까요???전 못믿겟습니다................. 2007/02/23    
  매우매우 동감합니다. 대선때 저도 놈현 찍었어요. 정몽준이 발광을 해서 놈현이 떨어진다 하니 어찌 안 찍을 수가 있나요, 달려가서 한표를 행사했을 뿐 아니라 두어명 친구들과 문자까지 날려가며 결의 아닌 결의를 모으기도 했답니다. 2007/02/23    
  그 뒤의 일은, 역시나 서현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엄청난 실망감, 이 말 안되는 나라를 보는 괴로움... 놈현이 미운 것은 막말 문화를 퍼뜨린 것과(첨엔 통쾌하다가 지금은 짱나 죽겠슴다) 2007/02/23    
  부동산 정책 개판쳐서 끝장내놓은 것... 그래도 굳이 따진다면 저는, 보수꼴통 언론들 설쳐대며 나라 망치는 것이 더 싫고요. ^^ 2007/02/23    
  죄는 부자나라가 저지르고 형벌은 가난한 나라 힘없는 사람들, 혹은 부자 나라 힘없는 사람들이 받지요. 열받습니다. 2007/02/23    
  아..부자나라의 힘없는 사람들을 빼먹었군요..미국 물난리 났을때...그 흑인밀집지역 어디드라? 암튼 거기...훔훔..딸기님 일케 실시간으루 얘기하는것두 참 재밌네요~ ㅋㅋㅋ 왠지 딸기님이 더 조아져요..베시시~~~ ^------------------^ 2007/02/23    
  전 솔직히 서현님이 더 신기해요. 혹시 옛날에 운동권이셨나요 ^^ 2007/02/23    
  뭐가 신기하다는건지 좀 구체적으로?? ^^;;; 그리구 전 공부 못해서 대학 못갔어요..하하하 그래서 제가 첨에 딸기마을 노크했을때 제가 무식하다구 실토했잖아요~~~하지만 대학을 갔다면 운동권이 됐을 가능성은 꽤 높죠.. 좀 아웃사이더 기질도있고, 똘끼도 좀 있고..ㅋㅋㅋ 근데 운동권이었다면 문제인게 제가 통증에 또 굉장히 약해서 경찰한테 잡혀가서 고문당하면 바로 밀고할 스타일이라 왕따를 당하고 거리의 노숙자로 떠돌았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저같은 사람은 대학 안간것이 개인적으론 참 바람직했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캬캬캬~ 2007/02/23    
  그러셨구나. 통증에 약해서 바로 밀고할 스타일... ㅋㅋ 재밌어요 ^^ 2007/03/06    
  아..그도시 이제 생각났다..뉴올리언스.. 그리고 전 정말 아픈걸 너무너무너무 두려워해요..아픈거 정말 싫어요. 채혈하는것두 싫고, 음..제일 싫은건 치과치료랑 산부인과 진료..ㅋㅋ 아시죠? 2007/03/10



프로디의 부활 (3.5)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 동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뒤 내각 총사퇴 결정을 내렸던 로마노 프로디(67.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상하 양원에서 재신임을 얻어 총리직을 계속하게 됐다고 BBC방송 등이 4일 보도했다.
프로디 총리는 지난 2일 실시된 하원 신임투표에서 찬성 342표 대 반대 253표의 큰 표차로 재신임을 받는데 성공했다. 프로디 총리는 며칠 내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새 내각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상원 투표에서는 찬성 162표 대 반대 157표로 아슬아슬하게 재신임을 얻었으나, 하원에선 지지표를 훨씬 많이 얻었다. 프로디 총리의 `정치적 도박'은 훌륭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프로디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합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가 주도한 우파 연합과 팽팽한 승부를 벌였으며 하원에서 겨우 1%의 지지율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상원에선 의석 1석 차이로 다수당이 됐다. 이 때문에 프로디 정부는 번번이 우파에 발목을 잡히거나 좌파 연정 내 복잡한 세력관계 때문에 기우뚱거렸다.
총사퇴-재신임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중도-좌파 세력의 `완전한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함으로써 프로디 총리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프로디 총리는 하원 표결 직후 "훌륭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정부가 더욱 힘있게 정책을 추진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단 프로디 내각 총사퇴 빌미가 됐던 아프간 파병 연장 동의안은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산당을 비롯한 극좌파 등 9개 정당이 한지붕 살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정 식구들을 다독이는 것은 임기 내내 골치거리가 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1석차이..히야..짜릿하구만... 근데 우리나라도 정식 정당으로서 공산당이 한 자리 차지 할 날이 올까요?^^울나라에서 민주화가 지금보다 더 되서 공산당이 출범하기 보다는 시대의 조류땜시 이탈리아의 공산당이 사라지는게 더 빠르진 않을까. 2007/03/06    
  그럴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어쩌면 공산주의는, 인류의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2007/03/06    
  제생각이 그거예요.. 물질이 풍요할수록(이걸 잣대로 선진국이라 하죠?) 이타심은 반비례하나봐요.. 공산주의는...그냥 말그대로 '주의'에 머물것 같아요..인간의 근성이, 본성이 공산주의를 불가능하게 하는건 아닌가 싶고 정말 꿈인거 같아요..꿈 2007/03/06    
  맞아요. 그래도 인간 본성이 또한 그런 꿈을 꾸게 하는 걸 보면, 희망은 있는 것 같아요 ^^ 200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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