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러시아의 다음 대통령은.

딸기21 2007. 2. 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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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푸틴'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크렘린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제1부총리로 승진시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바노프 신임 제1부총리는 2001년 국방장관에 취임한 뒤로 옛소련의 유산인 거대 군산복합체들의 관리와 무기체계 개선 등의 임무를 맡아왔었다. 이번 승진으로 군사 분야 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경제 분야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푸틴대통령은 TV 방송을 통해 "이바노프에게 더 큰 책임을 맡겨야 한다는 데에 의견일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민간 부문 경제를 조율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국방장관에는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세청장을 전격 발탁했으며 내각 사무처장(장관급)인 세르게이 나리슈킨을 부총리로 승진시켰다. 2005년부터 제1부총리를 맡고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거취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당분간 두 명의 제1부총리가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제 푸틴 정부에는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 밑에 메드베데프와 이바노프 두 명의 제1부총리, 알렉산드르 주코프와 나리슈킨 등 2명의 부총리가 있게 됐다.


이바노프의 승진은 내년 대선을 앞둔 러시아 정국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 주변에서는 푸틴대통령이 3선 연임을 허용토록 개헌을 한 뒤 재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푸틴대통령 자신은 이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킹메이커'로 남고 측근들 간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면 최대 격전은 바로 두 명의 제1부총리, 이바노프와 메드베데프 간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승진한 이바노프는 푸틴대통령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고향은 물론 경력이나 성향에서 푸틴대통령의 판박이라는 말을 듣는다. 1977년 지금의 벨로루시공화국 수도인 민스크의 KGB 첩보원 학교를 거쳐 KGB에서 경력을 쌓았다. 푸틴대통령과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담당 업무도 푸틴대통령과 똑같은 해외정보 분야였다. 냉정한 성격에 다소 거칠고 직접적인 어법을 쓴다는 평을 듣는다. 1998년 푸틴대통령이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되자 국내안보부 차장으로 발탁됐다. 푸틴대통령은 FSB국장을 맡고 있으면서 1999년말 이바노프를 안보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크렘린에 입성시켰다. 이듬해 푸틴대통령이 크렘린 주인이 됐고, 이바노프는 2001년 러시아 최초의 `군 경력 없는 국방장관'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바노프가 수행한 가장 중요한 일은 고르바초프와 옐친 두 대통령 시절 동안 정국을 뒤흔들곤 했던 옛 `붉은 군대'를 크렘린 발밑에 확실하게 복속시킨 것이었다. 이바노프는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언제나 "국방개혁과 무기 현대화계획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 그런 문제를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고 말해왔다. 대권 도전 운운했던 올리가르흐(신흥 재벌)들이 연달아 투옥되거나 국외로 쫓겨난 점을 감안하면, 이바노프는 철저하게 몸을 낮추고 푸틴대통령에게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셈이다.

이바노프가 이른바 실로비키(보안기구 출신 실력자들)의 대표주자라면, 메드베데프는 온건파 실용주의자로 분류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1990년대 시 정부 법률자문으로 일할 당시 푸틴대통령을 알게돼 친분을 쌓았다. 2000년 푸틴대통령 선거본부장을 맡았었다. 크렘린 행정실장을 거쳐 제1부총리에 발탁된 것으로 알수 있듯, 푸틴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2001년부터 러시아 최대 기업인 에너지회사 가즈프롬 이사회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수조원대에 이르는 사회투자프로그램들도 관할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지적이고 개방적인 이미지로 서방측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국제무대 친화력을 과시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메드베데프의 인기가 이바노프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둘 중 누가 푸틴대통령의 후임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승진으로 이바노프는 내년 대선 경쟁에서 메드베데프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최근 러시아 군대가 폭력스캔들과 부패로 곤욕을 치렀던 점을 들며 "푸틴은 이바노프를 짐에서 해방시켜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정치분석가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는 "푸틴이 3선 개헌을 앞두고 시선을 수하들 쪽으로 돌리려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바노프의 승진이 크렘린 내 보수-온건파 경쟁에서 보수파의 강세를 반영하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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