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과연 부시가 바뀔까?

딸기21 2007. 1. 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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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지구촌의 최대 화두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상이변들이다. 추워야할 곳에선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온화했던 곳에는 한파와 폭설이 몰아치는 기상 재해들이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이미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파고를 타고 있으나, 아직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기후변화는 인간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남아있다. 유엔 차원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의 외침은 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철벽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이 문제를 대하는 부시행정부의 태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과학자와 전문가 수천명이 모여 결성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다음달초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명시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입장 변화와 교토의정서의 미래, 지구환경정책에 미칠 파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변화 최후통첩'


뉴욕타임스는 21일 IPCC가 다음달 2일 프랑스 파리 총회에 내놓을 최종보고서 초안을 입수,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90% 이상'이라는 데에 과학자들이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구환경 경고문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보고서에서 "1950년대 이후 기온 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한 인간의 책임이 90% 이상"임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초안에는 또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기온이 6.3℃ 상승하고 해수면은 최고 58㎝가 올라가 대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3℃ 올라가면 아시아에서는 연간 700만 명 이상이 홍수 위기에 직면하고 1억 명 이상이 새롭게 식량난을 겪게 된다고 경고한다. 4℃ 이상 상승하면 전세계 인구 절반에 가까운 30억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북극해 얼음의 35%가 녹아 해수면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바닷물 산성화 속도가 빨라져 산호초를 비롯한 많은 수생 식물이 멸종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 부시행정부는 그동안 지구온난화 현상이 실재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많다면서 기상이변은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도 거부하고, 일본 한국 호주 등과 `반(反) 지구온난화' 연대를 만들기까지 했다. 미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팀들과 몇몇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며 기상이변은 인간의 환경파괴와 관련이 없다는 논지들을 계속 펼쳐왔다. 지난 2001년 발표된 IPCC 보고서는 미국 측 반발로 인해 "환경변화의 66∼90%는 인간의 책임일 수 있다"는 언급에서 그쳤다. 이번 보고서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최종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은 전했다.


미 환경정책 "바뀐다""안바뀐다"


관심의 초점은, 미국의 환경정책이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친기업 정책에서 친환경 정책으로 선회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지난해 초 "미국인들은 석유에 중독돼있다"고 말했던 부시대통령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올초 부시대통령과 만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영국 언론들과 회견하면서 "부시대통령의 환경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도 "부시행정부가 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여 교토의정서 복귀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백악관 관리들은 "달라진 것 없다(no turn)"며 곧바로 이를 부인했으나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이상 변화를 거부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17일 하원에 기후변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원은 공화당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그동안 혜택만 누려왔던 에너지기업들을 규제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

`지구 환경의 적(敵)'으로 불려왔던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조차도 미국 내 분위기 변화를 의식한 듯,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친환경 에너지기술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앞서 유럽 북부와 서부지역에서는 지난주 이례적인 허리케인급 폭풍우 `키릴' 때문에 최소 47명이 사망했다. 독일 보험업협회는 이번 폭풍우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이 10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미 중서부 폭설 사망자도 30여명에 이르렀다. 건조하고 따뜻한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에는 며칠 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눈이 내렸다. 춥기로 유명한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黑龍江)성은 50년만의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고, 러시아의 모스크바도 얼음이 늦게 얼어 붉은 광장 아이스링크 개장 일정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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