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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사상 첫 '기후변화' 판결

딸기21 2007. 4. 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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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이 2일 "온실가스는 대기오염 물질이며 규제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미 대법원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판결을 내놓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판결이 나옴으로써 그동안 지구온난화 문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미국 정부의 환경정책도 방향이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법원은 이날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 정부와 13개 환경단체들이 환경보호국(EPA)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오염물질로 규제 대상이 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판결을 내놓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법원은 온실가스가 2003년 제정된 `청정대기법'에 따라 규제돼야 하는 물질임을 명시하면서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면 전세계적인 배출량 증가 추세를 늦추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환경보호국은 규제를 회피한데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등은 환경보호국이 자동차 배출가스를 규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자체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법안들을 준비해온 이들 주들은 "환경보호국의 반(反) 규제 입장이 주정부의 환경정책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들은 환경보호국이 발전소 등 에너지 사업분야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회피해온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종류의 소송을 내놓은 상태다.
대법원은 판결에 앞서 ▲환경보호국이 제소 대상이 될수 있는지 ▲환경보호국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할 권한이 있는지 ▲환경보호국이 규제를 거부할 권한도 있는지에 대해 검토했다. 대법관들은 심리 결과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환경보호국의 규제 대상이며 따라서 주정부들의 제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환경보호국에 "규제를 거부할 이유나 근거가 있는지 검토해서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판결은 9명의 대법관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의견이 팽팽이 갈린 끝에 나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부시대통령이 뽑은 보수적인 대법관들은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로 부시 행정부 환경정책의 `전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 자체를 거부하며 자동차, 에너지 산업 환경규제를 크게 완화했었다. 백악관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알지 못하게끔 호도하기 위해 과학자들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이른바 `기후변화 스핀(왜곡)' 논란이 의회에서 불거져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와 공화당은 최근 방향을 바꿔 바이오에너지 개발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의회는 더 적극적인 환경대책을 주문하며 기후변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판결에 대해 "환경문제는 경제 전반의 포괄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면서 "특정 산업계에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호국은 "지금까지 우리는 업계의 자발적 협력을 중시해온 것일 뿐"이라며 판결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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