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같은 것에는 영 관심이 없는지라. 사실 저같은 사람이 이런 걸 소개하는 글을 쓴다는 게 좀 웃기긴 한데요, 신년특집이라는 미명하에 들어가는 글들 중에서 하나를 맡지 않을수 없어서 이런 걸 맡았답니다. 실리콘밸리 근처에도 안 가봤고 실리콘 한방울 집어넣지도 않았는데(이참에 좀 집어넣을까요) 자료만 찾아보고 쓴 거라서 내용이 없어요. ;;
`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던 반항아들, 제도교육을 박차고 나와 낡은 창고 한켠에 컴퓨터 몇대로 창업. 몇년만에 `대박'으로 나스닥의 총아가 되고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 일으키다'.
미국 첨단기업들을 이끄는 리더들을 둘러싼 신화가 있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의 창업 과정은 그야말로 신화다. 하지만 게이츠와 잡스가 어느날 갑자기 허공에서 떨어졌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대학 중퇴생의 창업신화' 뒤에는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숨어있다.
#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
미국을 휩쓴 정보통신(IT) 산업 붐은 1980년대 후반부터의 일이었지만 실리콘 밸리의 태동은 빌 휴렛과 데이트 패커드가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휴렛패커드(HP)를 창립한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대가 IT 기업들의 집결지가 되어 실리콘밸리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 1971년이고, 벤처 붐이 일어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그만큼 `역사'가 쌓여 있고, 리더를 만드는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기업들이 태어나고 또 사라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해도 25만명. 그들 중에서 극소수만이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창업자 혹은 스타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기업들마다 규모와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특징은 특히 경영진의 연령이 다른 곳들에 비해 낮고 인력 이동이 잦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경영 혹은 리더십 양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구상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1977년 만들어진 `실리콘 밸리 리더십 그룹(SVLG)'이다. 올해 30돌을 맞는 SVLG는 일종의 컨설팅 그룹. MS, 애플, AT&T, 오라클, 시스코시스템 등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활동기반을 가진 기업들 220여개가 회원으로 가입돼 SVLG를 통해 직원들의 리더십을 키운다. 이 곳에서는 정기적으로 회원기업들의 중간간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CEO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킨다.
프로그램들의 테마는 광범위하다. 경제 전반과 IT 업계의 트렌드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교육, 에너지, 환경, 연방정부의 핫이슈들, 대정부 관계 등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1989년 만들어진 아메리칸 리더십포럼(ALF) 등 리더십 연구·교육기관들이 활성화돼 있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다.
# 철저한 교육, 준비된 CEO
예를 들어 지난달 말 SVLG가 실시한 `쿨 커뮤트(Cool Commutes·대안 교통수단) 컨테스트'는 회사 직원들의 출퇴근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기업경영자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이 컨테스트는 참가자들이 자기 회사 직원들의 자가용 출퇴근을 줄이고 카풀이나 자전거, 도보 등의 환경친화적 대안 교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게끔 한다. 재택근무와 전화를 이용해 일하게 하는 텔레워킹(teleworking)을 늘리는 방법 같은 것들도 포함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친환경 경영을 접목시키는 방법을 찾게 된다고 SVLG는 설명한다.
같은 달 열린 `정부와의 관계' 워크샵에서는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 간부의 진행으로 IBM, HP, 구글 등 기업 관계자들과 UC버클리 교수 등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참가자들은 이런 자리에서 주 정부나 연방정부의 입법 과정에 어떤 방법으로 `개입'을 할 것인지, 정부의 규제에는 어떻게 맞설 것인지 등등에 대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노하우들을 나눈다.
오는 26일에는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한 설득 기술을 키우는 워크샵이 예정돼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회사를 경영하는 데에 필요한 집단적인 지혜들이 쌓이면서 차세대 리더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실리콘밸리의 외국인 CEO 붐
1990년대 검색사이트 야후를 만들어 `인터넷 키드(Internet Kid)'의 대표주자로 나섰던 제리 양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온라인 경매회사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미국 정보통신(IT) 업계를 이끌어온 젊은 기업가들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외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의 스타가 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양과 첸은 대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브린은 러시아 이민자 출신이고 오미디아르는 프랑스 태생이다. 비노드 코슬라는 인도 출신이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 중엔 유독 외국계가 많다. 실리콘밸리 기업들간 네트워크인 조인트벤처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실리콘밸리의 과학·기술 직종 고용 인력의 절반이 넘는 55%가 외국 출신 혹은 외국 국적자였다. 이는 미국 전체, 전 직종을 포괄한 외국인력 비율(16%)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얼마전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듀크대학 조사에서는 지난 10년간 IT분야 창업을 주도한 임원 4명 중 1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1995∼2005년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IT 기업 2만8766곳을 대상으로 고위 임원(창업자·사장·최고경영자·최고기술책임자)의 국적과 출생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의 25%가 외국인 혹은 외국 출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국계 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의 고용인원은 2005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45만 명에 이르렀고 매출액이 520억 달러(약48조원)에 달했다. 특히 실리콘밸리만 놓고 보면 10년간 창업된 기업의 절반이 넘는 52%가 외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1999년 버클리대 연구팀 조사 때 25%였던 것과 비교하면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가 그만큼 더 개방적이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외국인 경영자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도인이고 그 다음은 영국 대만 중국 순이었다. 경영진이 아닌 전체 미국 과학기술분야 외국계 인력을 집계한 조인트벤처 조사에서는 인도에 이어 중국, 베트남, 대만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 강세'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인도계의 부상은 눈부시다. 인도계 IT 인력은 1997년 워싱턴에서 `하이테크 업계 인도인 최고경영자협의회(ICEO-HTC)'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80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이 단체는 지금은 3000여명의 경영자들이 소속된 미국의 주요 기업단체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주요 기업 창업자들 외에도 무료 이메일 시스템인 핫메일(hotmail)을 개발한 사비어 바티아, 인텔 펜티엄칩 프로세서 개발을 주도한 비노드 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첨단기술을 이끄는 40명' 중 하나로 꼽혔던 비크람 버마 같은 인물들이 모두 여기에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