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카스트로가 나의 모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하면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공식화하고, 장기집권을 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압도적 지지로 3선에 성공한 뒤 차베스 대통령의 행보에는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아직 서방 자본의 베네수엘라 엑소더스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자본시장이 크게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6년의 새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와 세계가 나아갈 길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뿐"이라면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문구와 동작까지 흉내내가며 "사회주의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맹세했다. 그는 또 "그리스도야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또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3선까지로 돼 있는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고 무제한 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야권은 차베스 대통령이 카스트로 정권처럼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는데, 우려가 현실화될 것임이 분명해진 셈이다.

현 의회는 여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의도대로 개헌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라디오방송을 지원해온 가톨릭 교회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추기경 이름을 거론해가며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이는 `종교와의 전쟁'도 진행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데 모인 좌파들- 왼쪽부터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가운데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오른쪽 에콰도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이틀전 차베스 대통령은 통신, 전력 등 국가기간산업 국유화 조치를 더욱 확대하고 중앙은행을 정부가 통제할 것이라 밝혔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유전 개발 프로젝트 등 석유산업 주요 부문을 서방 기업들에게서 되찾아와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해 미국 등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취임식 뒤 곧바로 중미 니카라과를 방문, 17년만에 재집권한 좌파 산디니스타 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경쟁 후보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60%대의 득표율로 재선됐다. 미국을 향한 독설을 계속해온 차베스 대통령은 세계적인 반미정서 덕에 미국의 카운터파트로 격상돼왔다. 최근 몇년간의 중남미 좌파 집권 도미노 속에 더더욱 자신감을 얻어 `왼쪽으로의 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주변국들에 석유를 지원, 이미 좌파 벨트의 중심으로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카스트로의 후계자를 자처해왔다. 최근에는 라틴아메리카 독립영웅인 시몬 볼리바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메이킹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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