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과 러시아 모스크바 사이를 오갔던 영국항공(BA) 여객기들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영국 보안당국은 최근 방사능물질로 독살된 러시아 정보기관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사건과 관련된 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항공기들은 리트비넨코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유럽 내 주요도시들을 계속 운항해온 것으로 확인돼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BBC방송은 29일 영국 보안당국이 BA의 보잉 767 여객기 2대에서 방사능물질을 확인했고, 추가로 1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3대는 지난 3주 동안 모스크바를 비롯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뒤셀도르프, 오스트리아 비엔나, 그리스 아테네 등 유럽 주요도시들을 오가는 항공편 220편에 사용돼 승객 3만3000명을 실어 날랐다.
존 레이드 내무장관은 29일 대테러 관련 비상회의기구인 코브라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BA는 웹사이트에 항공편명을 모두 밝히고 탑승객들이 보도록 했으며 자체적으로 이들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들에게 연락해 신체적 이상 징후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리트비넨코 독살에 쓰인 것으로 드러난 방사능물질 폴로늄210은 치명적인 물질이지만 먹거나 주사하지 않으면 인체에 들어갈 확률이 높지 않다. 보안당국과 BA는 승객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만일에 대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트비넨코는 옛 소련 정보기관 KGB 대령 출신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현대통령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다 영국으로 망명했다. 최근 러시아의 체첸 탄압을 비판했다가 괴한들에 살해된 여성언론인 안나 폴리콥트스카야 사건을 거론했다가 런던에서 독살됐다.
크렘린 측은 폴리콥트스카야 사건과 리트비넨코 사건 두 가지 모두 개입하지 않았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 영국 정부는 러시아에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요구하고 나서, 양국간 외교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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