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러시아의 언론통제

딸기21 2006. 11. 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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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크렘린의 언론통제가 과거 공산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사 사주들을 구속하거나 쫓아내고 국영기업들이 미디어를 장악하는 일이 몇년째 계속되더니 80년 전통의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紙)도 국영 에너지회사 손으로 넘어갔다.

러시아 국영에너지기업 가즈프롬 계열사인 가즈프롬미디어는 22일 금융산업그룹 인테로스로부터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를 인수하기 위해 가격협상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내년 초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프라우다는 인테로스가 지분 75%를, 노르웨이 출판사 아프레센이 25%를 소유하고 있다. 이 신문은 1925년 공산당 청년조직 기관지로 창간됐다.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 소련 정부 기관지였던 이즈베스티야와 함께 냉전시절 서방에 소련의 입장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발행부수 80만부를 자랑하며 러시아 최대 일간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 미디어업계에서 문어발처럼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가즈프롬미디어가 이 신문까지 집어삼킨 것은,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 통제를 강화하려는 푸틴 정권의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이 3번째 대권에 도전하려면 3연임을 금지한 현행 헌법을 고쳐야 한다. 크렘린은 아직 개헌을 추진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은 푸틴대통령이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언론들에 우선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도구가 바로 가즈프롬미디어다.
이 회사는 2001년 미디어재벌 블라디미르 구신스키가 사기죄로 구속됐다 풀려나 국외로 망명해버린 뒤 구신스키가 운영하던 비판적 언론 NTV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역시 인테로스가 소유하고 있던 이즈베스티야를 매입했다. 전통의 이즈베스티야는 작년부터 뉴스보다 오락거리를 싣는 엔터테인먼트 신문으로 바뀌었다. 지난 9월에는 가즈프롬의 또다른 계열사인 가즈프롬인베스트홀딩이 일간지 코메르산트를 매입했다.

지난달 발표된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 기자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68개국 중 148위였다. 체첸인 탄압을 비판했던 여성언론인 안나 폴리코프스카야가 괴한들에 암살된데 이어, 역시 체첸 주둔 러시아군 만행을 보도했던 언론인 보리스 스토마킨이 지난 20일 체포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모스크바의 시민단체 `글라스노스트 방어기금'의 보리스 티모셴코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인터뷰에서 "앞으로 6개월간 미디어를 둘러싼 정치적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뉴스 뿐 아니라 연예·오락분야에까지 크렘린의 입김이 미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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