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네덜란드 총선 우익 승리

딸기21 2006. 11. 20.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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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네덜란드에서 총선이 실시된다. 두달전 이웃한 스웨덴 총선에서는 실업률 때문에 사민당 정권이 물러나고 중도우파 정권이 탄생했는데,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역시 최대 이슈는 실업률이다. 스웨덴과 다른 점이라면 이미 3년째 집권하고 있는 중도우파 정권이 실업률 하락과 경제성장 덕에 정권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우파 재집권 예상


▶ 발케넨데 총리... (이 얼굴이 뭔 해리포터냐;;)


18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얀 페터 발케넨데(50)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A)은 이번 총선에서 총 150개 의석 중 41석을 얻어 제1야당인 노동당(36석)을 누르고 최대정당 자리를 지킬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VVD)과 의석수를 합치면 64석으로 과반인 76석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노동당과 사회당, 녹색좌파당 등 좌파연합이 68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발케넨데 총리는 기독연합 등 군소정당과 합쳐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노동당과 `대연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네덜란드 의회는 주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되는 75석의 슈타텐 제네랄(상원)과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150의석의 트위데 카메(하원)로 이뤄져 있다. 하원 다수당 당수가 총리를 맡는데, 1990년대 후반 이래 여러 정당이 연정을 이루는 형태로 정권이 이어져왔다. 현재는 기독민주당이 44석, 노동당이 42석을 차지하고 있다.


해리포터의 ‘경제 마법’


▶ 보스 노동당수... (올리버 칸처럼 생겼다;;)


이번 총선 최대 이슈는 경제, 그중에서도 실업률이다. 우파와 좌파 간 지지율 차이가 그리 높지 않은 상태에서, 우파 연립여당에게는 실업률 하락이 정권을 연장시켜주는 생명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통계국은 지난달 실업률이 5.2%를 기록,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해리 포터'라는 별명을 가진 발케넨데 총리는 집권 이래 과감한 연금개혁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경제성장률도 서유럽 국가들 중에선 높은 편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3%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당에 우군이 되어주고 있다.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 출신의 위터 보스(43)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은 최근 불거져 나온 이라크주둔 네덜란드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 스캔들을 집중공격하고 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2003년 네덜란드 군 정보장교들이 이라크 무타나주에서 포로들을 심문하면서 잠안재우기,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이라크에 1400명을 파병했다가 지난해 전부 철수시켰다. 좌파는 네덜란드군의 행위를 미군의 아부그라이브 형무소 포로 학대와 비교하며 도덕성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관심은 경제와 이민자 문제에만 쏠려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네덜란드 하원 의석분포 / AFP그래픽


반(反)무슬림 자극, 보수층 표얻기


우파 여당은 경제 분야 실적과 함께 반외국인·반무슬림 정서를 부추기면서 유권자들의 보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발케넨데 총리는 18일 연설에서도 "좌파가 집권하면 이민자 통제를 늦출 것"이라며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들을 내놨다. 유럽 곳곳에서 여성 무슬림들의 머리쓰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주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스타일 머리쓰개 착용을 금지시켰다. 앞서 9월에는 외국인 3만여 명을 추방하고 입국희망자들을 수용시설에 억류키로 하는 등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터키, 소말리아, 파키스탄 등으로부터 무슬림들의 이주를 많이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현재는 인구 1600만명 중 무슬림이 100만명(6.25%)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프랑스에 이어 2번째로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다. 그러나 한때 관용과 화합을 중시하는 개방적인 문화였던 이 나라에서 2000년대 이후로는 무슬림에 배타적인 사회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정치적 폭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02년 극우파 정치인 핌 포르투완이 동물애호운동가에게 피살된 것이나 반무슬림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피살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극우파들이 곳곳의 모스크들을 불태우고 무슬림 주민들을 린치하는 사건들이 발생했었다.

올들어서도 지난 7월 집권당 소속 소말리아 출신 여성정치인 아이안 히르시 알리 의원의 시민권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 분란이 일었다. 이 사건 뒤 소수정당인 `D66'이 집권 연정을 이탈하면서 우파연합은 3년 만에 붕괴됐다.


[선거 결과] 집권 우파 승리


네덜란드 총선에서 경제 성장과 실업률 하락에 힘입어 집권 중도우파 정당이 승리를 거뒀다.
AP통신등 외신들은 네덜란드 국영 NOS 방송 등을 인용, 22일 실시된 총선에서 예상대로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이 승리해 제1당이 됐다고 보도했다. 개표가 94% 진행된 상태에서 기민당은 150석 중 41석을 차지했고, 제1야당인 노동당은 32석을 얻는데 그쳤다. 현 의회에서는 기민당이 44석, 노동당이 42석을 점하고 있다. 기민당도 의석이 줄긴 했지만 노동당의 부진 덕에 `상대적인 승리'가 됐다. 네덜란드는 2000년대 들어 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정당들이 이합집산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치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무슬림 이민자들의 사회 동화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아온 기민당은 실업률이 낮아진 덕에 정권을 연장하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경제에 집중됐으며, 실업률이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네덜란드는 서유럽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연간 3%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실업률도 5%대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정권이 뒤바뀐 스웨덴의 경우 실제 실업률이 2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네덜란드는 이민자 물결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고용시장이 매우 안정돼 있는 편이어서 집권당 승리가 예견됐었다. 야당은 이라크 파병 문제와 이민자 대책 등을 들어 정부를 공격했지만 정부는 긴축재정과 연금제도 개혁, 기업친화적 임금억제정책 등 경제개혁 성과들을 내세워 비판을 잠재웠다.
올해 50세의 발케넨데 총리는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정당들의 합종연횡을 이끌어내야 하는 책임을 다시한번 맡게 됐다. 그러나 기민당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 의석이 28석에서 22석으로 줄어든 탓에 연정 구성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기민-자유당 의석을 합치면 63석으로 과반인 76석에 크게 못 미친다. 좌파연합인 노동당-사회당-녹색좌파당도 역시 과반을 차지하지는 못한 상태. 발케넨데 총리는 우선 자유당 이외의 중도돥우파 군소정당들을 끌어들이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좌파연합 중 중도에 가까운 노동당을 끌어들여 대연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노동당과 대연정을 이룰 경우 우파 정부가 내세웠던 기업 세금 감면, 이민자 규제 강화 등의 정책 등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정당 구도로 보아 연정 구성에 길게는 몇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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