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프랑스의 세대교체

딸기21 2006. 11. 3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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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우파 정치인 니콜라 사르코지(51) 내무장관이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집권당을 대표하는 젊은 정치인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르코지의 출마선언으로, 내년 4월22일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 간 레이스가 본격 점화될 전망이다.

우파 대변하는 젊은 정치인

사르코지는 29일 프랑스 언론들과 회견을 갖고 "내겐 프랑스에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픈 욕망과 에너지, 힘이 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들과 두 가지 단어를 놓고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확신'과 `존중'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인종차별적 발언과 정책으로 숱한 논란을 빚어온 사르코지는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들의 반 이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을 이끌고 있는 사르코지는 `국가적 도전에 강력히 대처하는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무기로 사실상 여당 후보 자리를 기정사실화해놓고 있다. 29일 74세 생일을 맞은 시라크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대해 언급을 않고 있지만 지지율이 30%에 머무르며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어, 3선 도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 대신 여당 내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라크 대통령은 한때 자신의 측근이었다가 노선을 달리해 비판 대열에 선 사르코지를 마땅찮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UMP 내에 사르코지를 넘어설 인기인이 없다는 점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UMP 정치인들 중 사르코지는 지지율 77∼78%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인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은 10%대에 머물고 있고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10%에도 채 못 미친다. UMP는 내년 1월 30만 당원들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루아얄 vs 사르코지, '다른 정당 한 색깔'?

사르코지의 최대 맞수는 야당인 사회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세골렌 루아얄(53)이다. 루아얄은 참신한 언행과 이미지로 젊은층에 어필하고 있다. 이미 사르코지와의 경쟁구도를 예상해온 루아얄은 29일 "프랑스 역사의 새 장(章)을 쓰고 싶다"며 기염을 토했다.
여론조사기관 BVA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들 59%는 내년 대선이 루아얄-사르코지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FP통신은 최근 실시된 조사에서 루아얄이 42%의 지지율로 사르코지의 36%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조사에서는 사르코지가 35%로 루아얄의 29%를 앞섰었다. 루아얄은 사회당 당내 경선 승리를 계기로 붐을 일으키며 정체 상태인 사르코지 지지율을 넘어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좌-우로 갈려있지만 실제 대선전이 시작되면 캠페인 양상은 매우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스의 부활'을 화두로 내걸고 민족주의적 정서를 부추기는 이미지정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전반의 정체된 경제, 고착화된 실업,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약화 등에 맞서 `강한 프랑스의 역할'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 등은 전했다.

유럽의 세대교체 완료

두 사람 중 누가 당선되든, 프랑스는 처음으로 2차 대전 이후 출생한 대통령을 맞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1981년 이래 25년간 프랑수아 미테랑과 시라크 단 두 명의 대통령만이 집권했다. `구세대 정치인'들에 식상한 프랑스 유권자들의 반발은 루아얄, 사르코지 인기의 바탕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1953년생 토니 블레어 총리가 10년째 집권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1954년생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집권했다. 따라서 내년 프랑스 선거는 유럽 주요국 정치인들의 세대교체를 마무리 짓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라고 하면 참신하고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그동안 이라크전 등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그래도 미국에 대고 프랑스식 배짱을 부렸던 것은 `노쇠한' 시라크 대통령이었다. 신자유주의건 무엇이건 ‘이길 수 있다면 받아들여라’ 하는 두 사람 중 하나가 당선되면 어떻게 될까? 시라크 대통령이 그동안 수행해왔던 `미국의 카운터파트(맞상대)'로서 유럽의 중심 역할을 프랑스가 어떻게 수행해나갈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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