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3년 전 이라크, 지나간 이야기

딸기21 2006. 11. 1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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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냥 지나가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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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수렁에 빠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교착상태에 접어든 이란 핵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논의 삼각 분쟁과 시리아 문제, 아직도 요원한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의 민주화.

`악(惡)에는 힘으로!'를 외치며 일방적 압박만을 계속해온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것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제는 변화할 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지명자를 배출해 미국의 새로운 `이라크 전략 싱크탱크'로 부상한 이라크연구그룹(ISG)은 13일 부시대통령을 면담한 이어 14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화상 토론'을 할 예정이다. ISG는 이 만남들을 토대로 며칠 내 보고서를 낼 계획이어서,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점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시한을 넣을 것인가 하는 점. 민주당 일각에선 6개월 내 철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부시대통령 측은 이라크에서 이대로 빠져나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ISG 내에서는 아직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일 중간선거 패배 이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경질을 전격 발표하면서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라면 누구의 의견이든 듣겠다"고 말했고, 백악관에서는 "이란과도 이라크 문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부시대통령은 아직까지 이라크 미군 철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철수 준비가 어떤 식으로든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13일 ISG가 2008년 말까지 이라크 미군 수를 3만5000∼5만 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라크에 대한 대규모 국제원조계획을 마련하고 경제재건단을 파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동정책 변화의 가능성과 방향을 가늠케 해줄 잣대가 될 이 보고서는 이란, 시리아 문제에서도 변화를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대 오른 미 중동정책


2001년 9·11 이후 부시행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를 상대로 두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란·시리아 고립 작전을 펼쳤다.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로 아랍국들을 자극했다. 이라크전 뒤 부시대통령이 나서서 `중동 민주화'를 주창해 놓고 정작 이집트와 사우디의 친미독재정권은 용인, 무슬림 청년들의 불만을 키웠다. 맘에 들지 않는 나라들은 비난하고 고립시키고 무력사용을 위협하고 때로는 군사공격을 퍼붓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총체적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이라크·아프간 전황은 갈수록 미군과 동맹국들에 불리해지고 있으며, 중동·이슬람권 전역에서 반미 정서가 높아졌다. 중동에서 과거 `교통정리' 역할을 해주던 사우디와 이집트는 내부 혼란 때문에 맹주 자리를 잃었다. 미국은 작년 이집트 대선 때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5선을 용인, `중동민주화 구상'의 허상을 드러냈다.

그 사이에 반미 정서를 비집고 이란, 시리아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원조를 끊자 이들이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란과 시리아가 고립되기는 커녕, 이들 나라에서 레바논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가 형성됐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과는 이란 핵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가 됐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의 오랜 동맹국들과도 사이가 벌어졌다. 외교전문가 조지프 나이가 지적한대로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치명적으로 붕괴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방향 대전환 불가피


따라서 이라크 주둔군 철수는 물론이고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중동민주화'를 핵으로 한 부시대통령의 초강경 중동정책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첫째는 이란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부시대통령과 발걸음을 같이 해왔던 블레어 총리마저 13일 외교 정책에 관해 연설하면서 "이란, 시리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ISG도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 정국 안정을 돕게끔 미 정부가 고위급 특사를 양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의 이마드 무스타파 미국 주재대사는 13일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이란 핵문제에서 출구를 찾으려면 이란 내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우디와 이집트 민주화에 대해서도 미국이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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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이 울어줬으면, 할 때가 있다.
사실 자주 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내겐 그런 이야기 '하나'가 있다.

바로 이라크다. 저렇게 '점잖게' 글을 쓰는 것으로는 내 마음속 답답함과 분노를 해소할 수 없으니깐.


며칠전 지인을 만났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은 예전 내가 어느 잡지에 쓴 이라크에 대한 글을 보고 울었다고 했다. 내 마음이 너무 잘 전해져와서 울었단다. 내 슬픔과 분노가 다가와서.


난 이야기만 들어도 울 것 같다. 며칠 뒤에 우연히 집 서랍에서 그 때 이라크의 사진을 발견했다.

나는 너무나 낙관적이고, 선천적 무관심성 둔감증에 걸린 사람이라 온통 세상이 핑크빛이다. 누구 말마따나 "분홍빛 코끼리가 내 주위에" 항상 돌아다닌다.
그런데 내게 이라크는, 생각할 수록 아픈 부분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의 낙관적 세계관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저히 나를 그냥 분홍빛 코끼리들 속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없게 하는.


생각해본일 있으신가요? 당신이 지금 나의 글을 읽고 있지요. 당장 내가 사흘 뒤 죽을 지 모른다고 한다면, 당신은 포연이 쏟아질 서울에 나를 놓아두고 외국으로 떠날 사람이라면, 그저 무심하게 내 글을 읽고만 있을 수 있나요? 설령 당신이 나와 한번 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내 생명에 무관심하게 남아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이 나의 글을 읽은 이상, '딸기'라는 말을 들으면, 아마도 포연 속에 그 사람이 죽었을지 살았을지 자꾸만 궁금해지고 마음이 아파질 겁니다.


그렇게 3년, 아니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일주일 동안 그저 한번씩 스쳐지나간' 사람들을 그냥 잊을 수가 없다. 신부님은 살아계실까? 내가 20달러 못 주고 떠나와 무지 욕했을 청년은 살아 있을까? 나를 욕할 시간도 없이 설마 죽지는 않았을까? 시장통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여자아이는? 나는 나를 안내해줬던 에삼과 유수프 신부님, 그 아이, 나를 태워주고 1달러 짜리를 감지덕지 받아들던 아저씨의 사진을 앨범에 꽂아놨다.
쓸데없이 감상적인 것 아니냐고? 자신있게 말하건대, 누구든 나를 아는 이라면 '쟤 감상적이야' 란 말은 꿈에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는 그런데 내 마음속 정말 아픈 '감상'이다. 잊지 말자고, 떠나온 도시가 불타는 모습을 브라운관으로 지켜보면서 다짐했었다.


나는 이라크가 망가진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오고, 미국이 '이란 침공'을 버젓이 떠들어대는 걸 보면 또 잠이 안 온다. 하도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서 심장이 벌컥거린다. 내가 이런데, 그저 남인 내가 이런데, 거기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할까.


옛날에 자기들도 운동권이었다면서, 386입네 하는 작자들, 어르신입네 하는 자들이 "국익을 위해 이라크 파병해야" 어쩌구 하는 걸 보면서 "아가리 닥쳐" 해주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기껏 내가 세상의 죄악에 일조하지 않을 방법 정도만을 찾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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