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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미국의 적들'에게 넘어갔나

딸기21 2006. 11. 2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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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아직도 이라크가 `내전' 상황에 빠져들었음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한 이라크 대부분 지역은 미 점령군이나 이라크 새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한 달 간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는 집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다시 바그다드에서는 연쇄자폭테러로 1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중심부 수니삼각지대와 남부 석유수출항 바스라에 이어 수도 바그다드까지, 사실상 이라크는 무장 세력의 손에 넘어가버린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 무기한 통금


AP통신 등 외신들은 23일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무슬림들이 주로 거주하는 슬럼가에서 차량 자폭테러가 5번 연달아 발생하고 무장세력 간 박격포 공격이 벌어져 161명이 숨지고 25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날 유혈사태는 수니파 무장 세력이 시아파 거주지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박격포 공격을 받은 시아파 무장조직들이 바그다드 시내 수니 사원들에 보복 포격을 가했고, 중요 사원 중 하나인 아부 하니파 모스크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라크 수니파 최고기구인 무슬림학자협회 사무실도 공격을 받았다. 이라크 3대 정치세력인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정치지도자들이 방송 등을 통해 분파주의와 유혈충돌을 피해달라고 하루 종일 호소를 했지만 테러와 폭력은 계속됐다. 이라크 국영TV는 바그다드에 무기한 야간통금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또 바그다드의 공항과 남부 바스라 공항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통제불능 이라크


최근 CNN방송은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서민 주택가인 사드르시티를 장악한 알 마흐디 민병대들의 모습을 담은 르포를 내보냈다. "사드르시티를 다스리는 것은 이라크 정부도, 미국도 아니다. 이곳은 사드르의 도시다." 사드르시티를 비롯한 바그다드는 젊은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세력에게 넘어가, 이들이 주도하는 알 마흐디 민병대가 사실상 도시의 주인이 됐다. 이라크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미군 점령 초기만 해도 친이란계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세력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경계, 이라크 새 정부의 주축인 SCIRI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견제를 하는 동안에 불만으로 가득한 청년들은 테러공격부대의 인력풀이 돼버렸다.

문제는 사드르조차도 현 상황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익명의 사드르 측근은 AP 인터뷰에서 "이제는 우리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폭탄과 총을 가진 젊은이들이 사드르의 포스터를 들고 행진을 하다가 내키는대로 공격을 저지르는 상황에서, 정국을 통제할 수 있는 세력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사드르가 23일 무장 세력들에게 `민족의 단합'을 호소했지만 분파간 충돌은 그치지 않았다.


남부도, 북부도 `무정부 상태'


지난 2월 유서 깊은 사마라의 황금사원이 수니파 공격으로 부서진 이래 이라크 상황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두달 전 워싱턴포스트는 미군 비밀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작년 4월 미군의 대규모 공격으로 `팔루자 대학살'이 벌어졌던 안바르주(州)가 수니 저항세력에게 넘어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군은 군사적으로 이기고 정치적으로 패배했다"며 이라크전쟁을 `패배한 싸움'으로 규정한 이 보고서는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안바르주를 비롯한 바그다드 북쪽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가 수니파 무장 세력에 넘어간데 이어 바그다드는 시아파 무장세력 세상이 됐고, 전후 2년여 동안 치안이 괜찮았던 남부 바스라 지역까지 영국군의 실책 등으로 시아 무장 세력에 넘어간 꼴이 됐다. 북부 키르쿠크 일대에서 쿠르드족 분리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이라크는 분열의 시나리오대로 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