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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터키 방문 시작

딸기21 2006. 11. 2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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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 터키 수도 앙카라 공항에 도착해 3박4일간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터키 내 정교(동방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 화해를 굳건히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지난 9월 `독일 강연'으로 인한 가톨릭-이슬람 갈등을 교황이 어떤 식으로 추스릴지에 더 관심이 쏠렸다. 교황은 예상대로 `종교간 대화와 화해'를 역설했으나 일정은 처음부터 어색하게 시작됐다.


교황은 이날 오전 알리탈리아 항공편으로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을 출발, 앙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교황은 동승한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이 정치적 목적을 둔 것은 아니라면서 "대화와 평화를 향한 노력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순례"라고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교황은 "문명 간, 기독교와 이슬람 간 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특히 콘스탄티노플 정교회와의 대화를 포함해 서로간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이슬람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와 달리 정교 총대주교인 H H 바르톨로뮤1세와의 면담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정교 대성당인 그레고리우스 성당에서의 공동 성찬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로마가톨릭과 정교는 로마제국이 동로마와 서로마로 갈라진 이래 1000년 이상 분쟁을 벌여오다가 1999년 요한바오로2세가 정교 기도회에 참가하면서 화해를 시작했다.




터키에 도착해 손을 흔드는 교황


당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담에 가야 한다며 교황과의 약속을 거절했던 레제프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국제적인 여론을 의식, 계획을 바꿔 공항에 교황을 맞으러 나왔다. 에르도간 총리는 교황이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해줄 것을 희망했고, 교황은 "터키가 EU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화답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20분도 채 안돼 공항에서 그대로 마무리됐다. 교황은 공항을 나와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케말 아타튀르크의 영묘(靈廟)에 헌화를 했다. 교황은 터키 정부측 인사들을 만나 "터키 국민은 호의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치하한뒤 "터키는 항상 문명들을 잇는 다리, 만남과 대화의 장소가 돼왔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황이 터키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세계평화에 관심이 많았던 바오로6세와 요한바오로2세가 각기 1967년과 1979년 서방과 동방을 잇는 다리 격인 이스탄불을 찾았었다. 그러나 교황을 맞는 터키측 경비는 이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삼엄했다. 공항에서 앙카라 도심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경찰 1만5000명이 깔렸고, 만약에 대비해 주변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교황 방문일을 맞아 앙카라 시내에서 소규모 반대집회가 열렸으나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이스탄불에서는 이날도 시위가 계속됐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먹구름 속에 교황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터키 정부 관리들과 함께 최고위 이슬람 성직자인 알리 바르도코글루 이슬람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도 "종교 간 차이를 존중하고 서로 더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르도코글루 위원장은 두달 전 독일방문 때 이슬람과 폭력을 연결시켜 물의를 빚은 교황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이슬람이 칼로써 전도를 했다는 (기독교측의) 주장과 점점 커져가는 이슬람 공포증 때문에 세계 무슬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교황은 이날 저녁 앙카라에서 묵고 다음날 성모마리아의 집이 있는 지중해연안 에페스(에베수스)를 방문한 뒤 이스탄불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