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일본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오는 9월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물러나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벚꽃처럼 피어 벚꽃처럼 지는' 사무라이식 퇴장을 선망해온 인물이라니, 희한하긴 하지만 그것 하나는 맘에 든다 아니할 수 없다;; 여튼 뭔가 자민당내에서 다음번 총리 자리를 놓고 상황이 빨리빨리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아베 관방장관(이라는 녀석 -_-)을 비롯한 당내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총재 선거 일정이 잡히면서 출마 예정자들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경대응 등을 둘러싸고 보수파와 온건파의 세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스이 히데오(臼井日出男) 전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민당 총재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지역별 당 대회 일정을 정하고 9월8일 선거를 고시하기로 결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9월9일 도쿄에서 열릴 첫 당대회가 자민당 총재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오자와 잡으러 간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아베 장관은 오는 27일부터 본격적인 ‘지방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장관이 퇴직 베이비붐세대의 재취업을 위해 추진중인 ‘재(再)챌린지 프로그램’(암튼 얘들 이름붙이는 걸 보면)을 홍보하기 위해 지방을 돌 것이라고 보도했다.
첫 방문지는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의 지역구인 이와테(岩手)현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오자와 대표와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내에서는 아베 장관이 포스트 고이즈미 1순위로 꼽히고 있으나 일본 정가의 최고 지략가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의 명성도 만만찮다. 사실 고이즈미 이름도 외국에 별로 안 알려졌을 때부터 오자와는 유명인사였고, 아베하고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다. 어쨌든 정치력에서는 아직 오자와 대표에게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아베 장관으로서는 ‘호랑이굴’에 들어감으로써 오히려 ‘오자와의 맞상대’로 스스로를 선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베 장관과 오자와 대표는 대북 강경정책을 놓고 이달 내내 설전을 벌였다. 오자와 대표는 아베 장관 등 자민당 보수인사들을 겨냥, “미국의 조종에 말려 강경 입장의 선봉에 섰다가 오히려 고립되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내놨지만 미국은 이면에서 중국과 협상, 일본은 이용만 당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19일 도쿄 주재 외신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정부와 자민당 일각의 ‘적 기지 공격론’에 대해서 “마구잡이 폭언”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내 ‘반 아베파’ 결집될까
나고야(名古屋)를 방문 중이던 아베 장관은 오자와 대표를 향해 “같은 일본인인데 어떻게 그런 저차원적인 발언을 할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 차기 총리’ 구도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미사일 정국’에서 아베 장관을 공개 비판했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가 이끄는 야마사키파는 후쿠다 전 관방장관을 밀며 ‘반(反) 아베세력’을 모으고 있다. 야마사키파는 앞서 18일 총재선거를 겨냥한 ‘정권비전’을 발표, 야스쿠니 신사 A급 전범 분리와 아시아 외교관계 회복 등을 주장했다.
19일 총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상도 현재의 중·일 관계는 “이상한 관계”라면서 아베 장관과의 차별을 뒀다. 심지어 아베 장관의 최대 후원자인 고이즈미 총리마저도 대북 추가제재 발동에 대해 “좀더 상황을 지켜보는게 좋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북 제재는 고이즈미 총리 대신 아베 장관이 주도해왔다. 아베 장관은 이날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와 전화통화를 한 뒤 “다음달 초부터 곧바로 금융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었다.
자민당 내 최대 관심사는 아베 장관과 후쿠다 전 장관 간의 이른바 ‘아베-후쿠다 대결(安福對決)’이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 당내에서 아베 장관의 아성에 도전할 인물로는 후쿠다 전장관이 꼽히고 있으나 정작 그 자신은 오는 28일 열리는 도쿄 지부 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