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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모스, <증여론>

딸기21 2026. 5. 9. 12:41

증여론 
마르셀 모스. 이상률 옮김. 한길사. 5/8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었던 뒤르켐에 이어 이번엔 뒤르켐의 조카인 모스의 책. 여러 인류학 혹은 경제학 책에서 내용을 접했지만 읽어 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부족 사회의 교환-증여 체계에 대한 내용은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1920년대의 학자가 세상에 대해 말하는 뒷부분이 많이 와닿았다.
 

사람들이 계약을 맺지 않으면 안 되며 또한 사람들과 계약을 맺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첫번째 집단 가운데 하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죽은 자들의 영혼과 신이다. 
그것은 신에게서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며 또한 신은 그 값을 보답할 줄 안다는 믿음이다. 이 관념이 셀레베스 섬의 토라자족(Toradja)에서보다 더 전형적으로 표현되는 곳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크루이트는 우리에게 "그 경우 소유자는 '자신의' 재산, 실제로는 '정령의' 재산이지만-에 대하여 어떤 행동을 할 권리를 정령한테서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소유자는 '자기의' 나무를 베기 전에, '자기의’ 토지를 갈기 전에, '자기의’ 집 말뚝을 박기 전에, 신에게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
-82-83

“개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논다. 네가 이 개라는 말을 언급하면,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는 바와 같이 귀중품들도 놀러 온다. 우리가 팔찌를 주면 목걸이가 오며, 그리고 그것들은 (킁킁거리며 냄새맡으면서 오는 개들처럼) 서로 만난다.”
이 표현과 비유는 멋지다. 그것에는 집합감정의 모든 망이 단번에 표시되어 있다. 즉 당사자들간에 있을 수 있는 증오도 바이구아의 고립도 주문에 의해 해소되며, 인간과 귀중품은 마치 개들이 놀고 있다가 사람 목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것처럼 모이는 것이다.
-111

 
정말 멋진 표현이다.

사실 (신용거래의--옮긴이) 출발점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법학자와 경제학자가 흥미롭지 않은 것으로 제쳐놓고 있는 관습의 범주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증여, 특히 그 가장 오래된 형태, 즉 전체적인 급부형태의 복합적인 현상인 증여이다. 증여는 필연적으로 신용 관념(la notion de credit)을 초래한다. …이것이야말로 다비가 이미 연구한 바 있는 문제, 즉 계약에 의해 결합되는 '시간의 두 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하면서도 실제적인 또 하나의 방법이다.
-138

 

노동자의 생활보장이나 실업구제에 대한 비용을 각각의 기업의 일반경비 속에 포함시키고자 한 … 이 모든 도덕과 입법은 혼란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의 복귀에 대응하는 것이다.
국가와 그 하위집단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이다. 사회는 그 사회세포를 다시 찾고자 한다. 사회는 개인이 갖고 있는 권리의식과 그밖의 더 순수한 감정 자선 · '사회 봉사' • 유대의 감정-이 혼합되어 있는 묘한 정신상태 속에서 개인을 찾아 보살핀다. 증여의 주제, 즉 증여 속에 들어 있는 자유와 의무, 후한 인심 그리고 주는 것이 이롭다는 주제가 마치 오랫동안 잊어버린 주요 동기의 부활처럼 우리 사회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 하지 않다. 우리는 그것에서 실천 • 도덕률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혁명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 '고귀한 지출'(depense noble)의 관습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또 그것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255
 
우리는 더 이상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집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시대에 활동하고 있고 또 모든 곳에서 활동 해온 것은 그들이고, 사회이며, 또한 영혼을 지닌, 즉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씨족간의 전체적인 급부체계라고 부르자고 제안하는 체계는 우리가 확인하고 생각해낼 수 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오래 된 경제 •법률 체계를 이룬다. 그것은 증여-교환의 도덕이 출현한 바탕을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를 바라는 유형과 똑같은 것이다.
-258
 
훌륭한 지혜는 인류진화의 과정 내내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의 원칙이었으며 앞으로도 항상 그러한 것이 될 것을 우리 생활의 원칙으로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오리족의 좋은 속담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네가 받은 만큼 주어라. 그러면 모든 일이 매우 잘될 것이다."
-260

 

가치 개념은 이들 사회에서도 작용한다. 매우 큰 잉여물들은 축적된다. 그것들은 비교적 엄청난 사치를 동반하면서도 이익을 노리는 성질이 전혀 없는 순수한 낭비를 위해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환되는 것들 중에는 부의 징표, 즉 일종의 화폐도 있다. 그런데도 매우 부유한 이 경제조직 전체는 종교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다. 화폐는 여전히 주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 며, 씨족이나 개인과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경제활동 예를 들면 시장에는 의례와 신화가 배어들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뒤르켐이 경제 가치 관념의 종교적 기원에 대해서 제기한 문제에 이미 대답한 것이 된다.
-262
 
이들 갖가지 종류의 사회 그 대부분에서 물건을 순환시키는 것은 유용성 이외의 다른 것이다.
모든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관념이 보이는데, 그것은 순전히 자발적이고 순수하게 무상적인 급부의 관념도 아니며, 오로지 유익함하고만 관계가 있는 생산과 교환의 관념도 아니다. 그곳에서 꽃피고 있는 것은 일종의 잡종이다.
-263-264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법률적•경제적 • 종교적인 동시에 심미적• 형태학적이다. 그것들은 개인의 권리, 집단의 권리, 조직화한 도덕, 사방에 퍼져 있는 도덕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법률적이고, 또한 엄격하게 의무적이며, 또는 단순히 칭찬이나 비난만 받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들은 사회계급뿐만 아니라 씨족 • 가족과도 관계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동시에 가정적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진정한 종교 • 주술• 애니미즘 및 널리 퍼져 있는 종교적인 사고방식과 관계되기 때문에 종교적이다. 그것들은 경제적이다. 왜냐하면 가치• 효용(실리-옮긴 이) • 이익 • 사치 • 부• 취득 • 축적 등의 관념과 또 한편으로는 소비 관념, 심지어는 완전히 사치스러운 순수한 지출 관념조차도 도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주제 이상의 것, 제도적인 요소 이상의 것, 복합적인 제도 이상의 것, 심지어는 예를 들면 종교 •법 • 경제 등으로 나뉘는 제도의 체계 이상의 것이다. 우리가 그 기능을 기술하려고 시도한 것은 '전체 , 즉 전체적인 사회체계이다. 
-275-277

 

선과 행복이 무엇인가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그것은 부과된 평화 속에, 공공을 위한 노동과 개인을 위한 노동이 교대로 일어나는 리듬 속에, 또한 축적된 다음 재분배되는 부 속에 그리고 교육이 가르치는 서로 간의 존경과 서로 주고받는 후함 속에 있다.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