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의 대전략. THE HELL OF GOOD INTENTIONS
스티븐 월트.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4/24

자유주의 패권 전략은 국제정치의 실제 작동 방식을 그릇된 시각에 근거해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실패했다. 다른 사회를 개조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던 반면 미국의 목표를 좌절시킬 수 있는 약한 행위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패권(iberal hegemony)이라는 대전략은 선한 의도를 갖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 하에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확대하고 심화하고자 한다. 국내적 수준에서 자유주의 질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법의 지배, 종교적•사회적 관용, 기본인권 존중과 같은 자유주의 정치 원칙에 따라 통치되는 질서를 일컫는다. 국제적 수준에서 본다면 자유주의 질서는 경제적 개방성(즉, 무역과 투자에 관한 낮은 장벽)이 중요한 특징이며, 그곳에서의 국가 간의 관계는 법과 세계무역기구(WTO)나 비확산조약(NPT)과 같은 제도 또는 NATO와 같은 다자동맹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자유주의 패권은 1) 미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강력해야만 하며, 2) 미국이 전 세계에서 자유주의적 가치의 수호와 확산, 심화를 위해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야 한다는 두 가지 핵심적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88-89
정권교체, 네이션 빌딩을 위한 무모한 작전과 전쟁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자유주의 패권 지지자들로 이뤄진 외교안보 커뮤니티(blob- 한 무리) 때문이라는 주장.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등 특정한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을 벌이지만, 미국이 원할 경우 어디서든 언제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그 자체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는다.
인기 있는 일요일 TV 토크쇼에서 벨트웨이(워싱턴 정가) 주류에서 벗어 나는 시각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며, 오히려 매파 입장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다. NBC의 밋더프레스 Meet the Press 나 ABC의 디스위크This Week 와 같은 프로그램은 대중들의 의식을 고취하거나 광범위한 토론을 조성하기보다는 고위 관리나 여타 저명한 정치인을 집중 조명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190-191
위협을 부풀리는 사람들은 강력하고 공격적인 국가가 갈수록 더 큰 저항에 직면한다는 전형적인 세력균형 논리를 거부하고 그 대신 국가들이 그 위협적인 국가에 "편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부 사건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때마다 위협을 부풀리는 사람들은 이런 결정이 미국의 신뢰성을 파괴할 것이고, 동맹국들의 결의를 훼손시킬 것이며, 미국의 적들이 대담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196-197
<동맹의 기원>에서 주장했던 내용. 편승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
소련이 과대포장되었지만 불가사의한 괴물은 아니었다. 소련이 붕괴하자 적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더 만연하고도 심각해졌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초부터 미국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이라크나 이란과 같은 3류 국가가 미국을 직접 공격할 능력도 전혀 없고 미국의 해외 여타 이익을 공격할 역량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재래식 무기 차원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국가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강경파들은 이란의 재래식 군사력이 보잘것없고 2016년의 국방비가 불과 123억 달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마치 페르시아만 지역을 점령하기 직전의 주요 군사 강국인 것처럼 오랫동안 묘사해왔다. (대조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비는 637억 달러였고, 이스라엘은 178억 달러였으며, 미국은 6,000억 달러 이상이었다.)
-199
위협을 부풀리는 사람들은 적의 역량 과대평가에 덧붙여서 잠재적 적들이 구제불능 수준으로 비이성적이고 억제할 수 없다고 대체로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암시하고 있다.
-201
버나드 루이스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 기명 칼럼난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핵공격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심지어 8월 22일이라고 날짜까지 박아서 경고했다.
-202
버나드 루이스가 저런 주장까지 했었구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이익의 충돌이나 특정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표상하는 가치 그 자체에 대한 깊은 반감에 기인한다는 주장으로 변형되기도 한다.수많은 독자적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전 세계적인 반미감정은 대체로 미국 정책에 대한 반발이지 "미국의 가치"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203
앞부분 읽으면서 좀 불편하고 화나는 표현들도 적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오히려 균형잡힌 시각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위협을 과장하는 또 다른 뻔한 방식은 미국의 이익에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기 위해 적들이 연합체를 결성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는 미국의 최고위직 정부 관계자들과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여러번 반복해서 잡다한 "불량 국가" 집단의 위협에 대해 경고했다. 여기에는 이라크, 쿠바, 이란, 북한, 세르비아, 리비아, 시리아가 포함되었다. 이렇게 골치 아픈 정권 중에서 어떤 나라도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고, 이들은 거의 협력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란과 이라크처럼 일부 경우에는 오히려 철천지 원수였다.
하지만 1992년이 되자 미 하원 테러리즘 태스크포스는 "테헤란, 바그다드, 다마스커스: 새로운 추축국 조약 이라는 제목이 붙은 의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중해로부터 이란까지 뻗어 있는, 이란이 통제하고 있는 전략적 축은 아주 거대한 이슬람권'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며, 다시 이란에 의해 공고해지고 있고, 수단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의 무슬림 국가까지 포함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다양하고 대체로 고립된 국가들을 "불량 국가"라는 제목을 붙여서 뭉쳐놓으면 국제적으로 위험한 사고뭉치들로 구성된 단결된 패거리처럼 보였다.
조지 W. 부시도 2002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유명한 "악의 축"이라는 표현으로 이란과 이라크, 북한을 싸잡아 말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와 연계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되면서 다른 매파 인사들이 "이슬람 파시즘"의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종류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공통된 구상과 통일된 전략이 있다고 암시했다.
‘축'과 같은 용어처럼 이런 표현은 이렇게 다양한 단체 간에 고도로 잘 짜인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암시하며 이들을 수사적으로 나치 독일과 연계시키게 된다.
204-205
미국이 베트남에서 1975년에 철수한 이래 의미심장한 도미노 패는 하나도 넘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14년 후에 붕괴한 쪽은 소련이었다. 그러나 도미노 이론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그리고 이란과의 핵합의를 둘러싼 논란에서 마치 불사조처럼 되살아났다. 미국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 미국의 신뢰성이 의문시될 것이며, 미국의 적들이 대담해질 것이고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 낙담할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듣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 개입을 꺼리고 이란과 핵합의를 추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더 공세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8
민주당 이데올로그들도 함께 비판하기는 하지만, 바퀴벌레처럼 죽지 않는 네오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많이 나온다.
미국 외교정책과 관련해서 “두 번째 기회"와 ”실패해도 승진하기“ 분야에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가장 뛰어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강경파 평론가, 언론인, 싱크탱크 분석가, 정부 관계자들의 막강한 네트워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힘이 세계 문제에서 긍정적 요소가 된다는 포괄적인 비전을 개발해서 제시하고 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247
책임지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실명으로 기나길게 비판. 언론인 윌리엄 크리스톨, 폴 월포위츠, 엘리엇 에이브럼스 등등.
에이브럼스는 이란 콘트라 사건에 대해 의회에서 위증하고 정보를 은폐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1992년 12월에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사면해줬고, 나중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NSC 중동 담당 고위직으로 복귀했다. 그런 후에 에이브럼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하마스의 라이벌인 파타소속 모하메드 다흘란에 의한 가자 지구에서의 무장 쿠데타를 부추겼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경솔한 계략은 완전히 역풍을 초래했다. 하마스는 이 계략을 눈치채고 먼저 공격해 파타를 가자 지구에서 축출했다. 하마스를 제거하기는커녕 에이브럼스의 음모로 하마스가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248
외교안보 커뮤니티의 전형적인 일원이었지만 “이라크전을 비롯한 미국의 전반적인 대중동정책의 방향성에 환멸”을 느끼고 2013년에는 『테헤란으로 가는 길: 왜 미국은 이슬람 공화국을 받아들여야 하는가Going to Teheran:Why America Must Accept the Islamic Republic』 라는 책을 출간한 플린트 레버렛과 힐러리 맨 레버렛 부부는 대조적인 사례.
『테헤란으로 가는 길』은 미국이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폐기하고 이란에 관심을 보이면서 손을 내밀라고 권고했다. 레버렛 부부는 선거부정이 있었다거나 많은 이란인들이 신정체제 정부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선거결과 그 자체는 선거 전에 광범위 하게 실시되었던 예비선거 결과와 일관되며 아흐메디네자드가 선거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득표율 차이가 줄어들었을지언정 여전히 승리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레버렛 부부는 이란이 절대로 핵농축 능력 을 완전히 해체하는 데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이 붕괴되기 직전이 아니라는 그들의 주장도 옳았던 것으로 증명되었다.
-270-271
공화당이고 민주당이고, 클린턴-부시-오바마 정부 모두 외교안보 커뮤니티에 포획돼 다른 나라를 민주국가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그들과 한 통속이 아니었던 까닭에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 외국 일에 손 떼고 미국인들끼리나 잘 살자는 민심을. 앞쪽에서 월트는 내내 이렇게 주장한다. 아니 이 책은 1기 때 쓰인 것이고 지금 2기 트럼프 정권은 이란과 전쟁하며 전임자들보다 더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불만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다가 드뎌 6장, ‘트럼프가 미국 외교정책을 고치는 데에 실패한 이유’까지 왔다. 미국을 제대로 돌릴 기회를 트럼프가 어떻게 날려먹었는지를 설명한다. 비판들이 넘 신랄해서 재미있다. 주변에 얘기 안 되는 인간들만 포진해 있다 보니 발탁된 인사들은 물의를 빚고 1년은 커녕 몇주 혹은 몇달 만에 줄줄이 갈렸고 또 ‘그놈들’에게 말려든 것이 하나의 이유.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질이 안 돼먹었다는 것….이라고 월트는 말한다.
불행히도 트럼프가 끼친 영향은 거의 다 완전하게 부정적이었다. 트럼프는 자유주의 패권에서 벗어나서 보다 합리적인 전략으로 이동하기 위한 정교한 구상을 주도하는 대신 그다지 뚜렷하게 이득도 챙기지 못한 채 힘들게 얻어낸 영향력을 막강하게 휘두를 수 있는 지위를 포기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는커녕 트럼프는 미국의 쇠퇴를 앞당겼다.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결국 과도한 군사력 의존, 외교에 대한 무관심, 일방주의 성향 등 자유주의 패권에서 가장 안 좋은 특성을 받아들였다. 반면 인권 존중과 개방되고 규범에 기반한 세계경제와 같은 긍정적인 열망은 외면했다.
-280
트럼프는 세계정치를 오로지 승자와 패자만 있는 제로섬 경쟁으로 바라보았지만, 1) 무엇이 미국의 핵심 이익인지, 2) 어떤 지역이 가장 중요한지(그리고 왜 그런지), 혹은 3) 왜 여전히 주권국들이 공동으 로 행동해야 하는 핵심 분야에 대한 효과적인 규칙이 필요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국제 문제에 관한 가장 깊은 신념-예를 들면 국제통상 분야에서의 신중상주의 시각이나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태도 등은 그냥 틀린 생각이었다.
-311
대표적인 몇 가지 실패 사례들.
2017년 7월에는 백악관이 G20 정상회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대만 지도자로 잘못 표기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대통령"으로 틀리게 지칭했다.
TPP 탈퇴는 아시아 핵 심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엄청난 실책이었다.
트럼프와 보좌진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심 각한 문제이자 면밀하게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정확하게 이해했지만, 트럼프의 엄포와 공갈, 유치한 트위터 메시지로는 북한이 강력한 억지력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설득할 가능성이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가 무력을 내세우면서 위협함에 따라 역내 미국 동맹국들만 괜히 불안해졌다. 더욱이 동맹국끼리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무역 문제나 미국이 제공하기로 예전에 동의했던 사드(THAAD)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싸고 한국과 다툰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중동지역 동맹국들이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거나 이란에 대응하는 데 더 많이 기여하도록 권유한다는 목표 자체는 합리적이었지만, 트럼프는 이렇게 복잡한 과제를 서투르게 처리했다. 특히 개혁주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무조건 지지해준 것이 실수였다. 이 젊은 왕세자의 무모한 도박이 트럼프가 구축하려고 했던 연합전선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7월에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자신이 카타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이콧을 부추겼다는 내용을 암시함에 따라 카타르공군기지(Al Udeid) 사용권이 위태로워졌고, 이를 무마하고자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이 어쩔 수 없이 개입해야 했다.
-312-313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대한 견해도 흥미롭다.
이전 대통령들도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승인과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최종적인 평화합의 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생각했지만, 트럼프는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 이 카드를 포기해버렸다. 미국의 조치를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은 헤일리 미국대사가 만약 채택된다면 미국이 자금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음에도 불구하고 135 대 9로 채택되었다.
-314
예루살렘 카드를 이스라엘 압박용 최후의 카드로 갖고 있자는 입장이었구나.
문제의 미국편 9개국이 어디인가 해서 찾아봤더니, 2017년 12월 결의안은 128:9로 채택됐고 35개국 기권(한국은 찬성). 반대한 9개국은 미국, 이스라엘, 과테말라, 온두라스,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팔라우, 토고.
아뉘… 나우루와 토고, 내가 애정하는(?) 두 나라가 ㅠㅠ
트럼프는 결국 옛 네오콘 인사들을 다시 고용했고, “부시, 딕 체니, 네오콘의 공격적 일방주의로의 귀환”(315쪽)에 이르렀다고 월트는 진단.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 상대로 레짐체인지 같지도 않은 레짐체인지를 주장하며 전쟁 일으킨 지금의 트럼프를 놓고 네오콘들이 스멀스멀 주위를 에워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들이 있는데, 이미 1기 때부터 일어난 현상이었던 것. 비록 싸우고 나갔다지만 볼턴이 대표적이고.
그래서 월트가 주장하는 미국 외교의 새로운 대전략은?
다행히도 미국의 전통적 대전략인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이라는 우월한 대안이 여전히 이용 가능하다. 역외균형은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 세계를 개조하는 대신, 세계적 세력균형에서 미국의 위치에 관심을 두면서 다른 나라가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힘을 투사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역외균형은 미국의 사활이 걸린 이익이 직접 위협받 을 때에만 해외에서 힘을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역외균형에 따르면 미군을 보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정도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서반구 그 자체다. 하지만 고립주의자와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327-328
미국은 이 지역을 직접 통제할 필요는 없다. 이 지역이 다른 주요 강국, 특히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쟁국이 장악하지 못하게 하기만 하면 이런 핵심적인 전략 목표 를 달성할 수 있다. 만약 유럽이나 동북아시아, 혹은 페르시아만에 두드러진 패권국이 없다면 미국이 지상군이나 공군을 그 지역에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고, 다른 주요국을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방대한 외교 안보 조직도 거의 필요없다
만약 잠재적 패권국이 등장한다면 미국은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일단 현지 세력에 의존해야 한다. 이 나라들이 먼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세력균형을 유 지하고 스스로 역내 안보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잠재적 패권국을 봉쇄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역내균형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꿔놓기 위해 반드시 이 지역에 충분한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이 전략은 때로는 미국이 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역내 개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미군을 "역외"에 붙들어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역내 동맹국들이 최대한으로 부담을 짊어지게 해야 하며, 위협을 퇴치하고 나면 다시 역외로 빠져나와야 한다.
-329-330
미국은 사활이 걸린 이익이 위태로울 때만 개입해야 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에 의존해야 하며, 사전에 미리 출구전략을 파악하라(240쪽)는 파월 독트린(Powell Doctine)과 같은 맥락.
월트가 외친 대전략과 비교해서 지금 트럼프 정부는 어떻게 거꾸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며 읽으니 재미있었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에 의존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이 주변국들보다 훨씬 더 강력할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그다지 사이도 좋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연합체를 구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국가들 사이에서 조율해줘야 하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할 수도 있다. 몇 년이 지나면 아시아는 미국의 리더십이 "필수불가결한"(자유주의 패권 주창자들이 주장해온 미국의 위상을 비꼰 것) 지역이 될지도 모른다.
페르시아만의 경우, 어떤 역내 국가도 현재 이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은 대부분의 병력을 수평선 너머 역외에 재배치해야 한다. 중동을 상대할 때 국가주권이라는 원칙을 존중해야 하며 정권 교체와 사회공학이라는 그릇된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란과 관계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이란이 현행 핵합의를 폐기하거나, 갱신하지 않거나 아니면 핵개발로 폭주하는 상황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공격할 수도 있다고 두려워한다면 이란이 저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당분간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실제로는 트럼프가 핵합의 파기) 더욱이 중국이 앞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동맹국을 원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이란이 후보국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다.중국과 이란 간의 안보 협력을 좌절시키기 위해서도 이란과의 데탕트가 필요하다. 이란과의 대화는 중동 내 미국의 여타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여러 옵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좋은 수단이 된다.
-337-338
역외균형은 군사력보다 외교를 우선시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거의 모든 나라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유연성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편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민첩해야 한다. 잠재적 패권국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능한 한 많은 역내 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요컨대 역외균형은 일부 국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다른 나라들을 부랑아로 취급하기보다 모두에게 소통채널을 열어놓는다.”(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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