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업 캐피털리즘 CRACK-UP CAPITALISM
퀸 슬로보디언. 김승우 옮김. arte. 4/14

한국어판 서문
-크랙업 캐피털리즘: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 계급의 요구에 따라 기존 국가를 분절하고 구획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11쪽) 자본주의.
-구역(zone): 크랙업 캐피털리즘이 작동하는 지리적 공간, 탈영토화된 지구적 자본주의의 전위 공간.
-한국과 크랙업 캐피털리즘: 수출경제구역, 면세구역, 투자유치를 위한 강력한 노동 통제에 기반을 둔 모델. 현재의 대표적인 ‘구역’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송도 국제도시.
* 북한의 나진-선봉 특수경제구역, 남북한 합작 개성공단
⇒ 민족국가를 준거로 삼을 때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줌(13쪽)
서론: 지도 찢기
-국가들 속에 재현된 피터 틸의 구상
2009년 피터 틸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17쪽) 국가의 힘이 극도로 약화되는 수천 개의 국가로 이뤄진 세계를 구상. 국가 틀은 남아 있지만 그 안에 “비정상적인 법률적 공간, 변칙적인 영토, 특이한 관할구역이 존재”함으로써 사실상 틸의 구상이 현실화. 도시국가, 도피처, 거주지(gated communities), 자유항, 첨단기술단지, 면세구역, 혁신 허브 등 “국가에서 도려낸, 전반적인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장소”(18~19쪽).
세계에 틸의 상상보다 많은 5400여개 구역이 존재. 10년 새 1000여개가 증가. 대표적인 곳이 한국의 송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일본의 후지사와, 두바이의 제벨알리 자유구역 등은 자본의 구역이자 국가의 영토에 뚫린 구멍(perforation). 점점이 구멍 뚫린 지금의 자본주의 지리공간의 특징은 ‘비워진 정형화(voided patterning)’라 할 수 있으며, 오늘날 세계경제를 이해하려면 이 빈 공간들을 파악해야만 한다(21쪽). 즉 크랙업 캐피털리즘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 특정인들이 세상에 대해 바라는 방식, 연결성이 늘어나면서도 더욱 해체되는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을 가리킨다(22쪽)
-항의에서 탈퇴로: 크랙업 캐피털리즘의 정치적 함의(26쪽)
1) 자본의 도피라는 위협은 유럽과 북미의 사회적 국가 모델을 협박하는 유용한 도구
2) 민주주의 없이도 자본주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
제 1부 섬들 (‘구역’의 대표적인 사례인 홍콩, 런던, 싱가포르)
1장 둘, 셋, 수많은 홍콩
-홍콩에서 미래를 본 밀턴 프리드먼과, 바다에 자본주의의 섬을 만들자는 그의 손자 패트리
영국 치하 홍콩은 민주주의 부재 속에 국가라기보다 합자회사처럼 운영. 프리드먼, 라부슈카와 몽펠르랭협회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자본주의를 민주주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43쪽)을 공유. 그들에게 홍콩은 자본주의의 미래로 인식됨.
-중국에게도 홍콩은 같은 의미. 덩샤오핑은 홍콩을 본떠 주장 삼각주에 특수경제구역들을 설치. 선전의 노동자 계약제도는 평생고용 철밥통을 없앴고 구역 열풍이 중국을 강타. 중국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은 1) 홍콩을 통한 해외투자 유치 2) 향진기업의 시장경제 합류 3) 농촌의 탈집산화를 통한 이주민 노동예비군 형성을 통해 이뤄졌다(56쪽). ⇒ 그 모델이 바로 홍콩.
-Yuan Geng과 덩샤오핑과 프리드먼과 라부슈카의 홍콩은
1) 동유럽에 권장됐던 것 같은 15% 일률과세
2) 케인스주의 재정지출과 국가 투자를 막는 균형예산 헌법 조항
3) 정치적 자유 없는 경제적 자유, 즉 자유주의적 권위주의(59쪽)
-이러한 홍콩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과거에 대한 세 가지 서사의 허상
1) 민주화 물결은 당연하고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 제국의 세계에서 민족국가 세계로 넘어왔다
3) 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긴 해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들을 생산한다
⇒ 하지만 실제로는 홍콩처럼 민주주의 없는 국가자본주의가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며 국가의 국경 안에서는 균열과 분리가 일어나고 있고, 부는 비이성적으로 집중돼 있다.
2장 파편화된 도시
-런던 금융중심가 ‘시티’의 역사: 통칭 런던회사(Corporation of London), 영국 의회보다 먼저 존재한 정부조직. 선거에서 기업에 투표권이 주어지는 ‘자본주의의 바티칸’(68쪽)
-새로운 시티, 대처의 ‘빅뱅’에서 태어난 카나리워프
1970년대 일본이 뜨고 영국이 지던 시절, ‘아시아의 용들’로 갈 것이냐 고민하던 런던은 홍콩을 모방한 특수경제구역을 구상. “실험실을 운영하려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다. 그냥 옛것에서 도려내면 되니까.” (73쪽)
미국 헤리티지 재단 스튜어트 버틀러가 구상한 기업구역은 “주요 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한 변경(frontier) 공동체.” 이 구상에서 도심 빈곤은 약점이 아닌 강점. 지역에서 정부 개입 줄이고 개발자들에게 직접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74~75쪽). 버틀러식 구상에 홍콩 모델을 덧붙여, 과거 항만 과일창고였던 곳을 특별구역으로 만들기로 한 것
-코인스트리트와 대처의 반격
켄 리빙스턴 시장은 정반대로 사회주의적 전망에 기반을 둔 다른 종류의 도시를 구상. 템스 건너편 코인스트리트에는 공동신탁 토지소유 모델이 존재. 대처는 광역의회 철폐, 지방정부 수입 상한선 도입 등으로 런던의 대안적 전망을 무력화(80쪽).
대처 시기 도입한 구매권 프로그램은 공공주택을 사유화, 21세기가 되자 공공주택 270만 채 중 절반이 팔려나감.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이 자유를 얻었을 때 등장하지 않는다. 국가가 이를 자신의 손으로 이끌 때 나타난다.”(92-93쪽)
-런던그라드, 도피처가 된 카나리워프
2000년 이후 마천루 건설붐, 새 ‘시티’는 금융보다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이 자산을 부동산 형태로 비축한 것을 비롯해, 극소수 부자들의 부동산 피난처가 됨. “구역은 공산품 생산지에서 사무실 공간을 거쳐 부자들을 위한 3차원 은행계좌로 변신했다.”(83쪽) 중국과 카타르가 카나리워프의 사실상의 주인이 됨.
-새로운 금권도시들
홍콩의 경우 정부가 토지 통제권 유지, 장기 임차권 경매로 판매대금과 수수료 수입. 홍콩 정부의 재정은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에 기대고 있음(86쪽). 보리스 존슨은 수퍼리치들을 ‘세금 영웅’이라 불렀고, 트럼프는 세금 혜택 있는 곳에만 건축. 트럼프 1기 집권시기 뉴욕에는 60억달러 상당의 세금 혜택과 정부 지원을 받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다목적 민간 부동산’ 허드슨 야드가 개장(88~89쪽).
-‘민간 치안 체계’와 수직적 분리
카나리워프의 민간 소유 공공부지(privately owned public space, POP)는 집회와 발언 자유를 보장하지 않음. 런던은 2015년 기준 감시카메라 50만개가 설치. 이런 ‘소규모 민간 치안’ 체계에 이어 하늘에도 빗장 공동체가 등장(91쪽). 포디엄 건축양식으로 정원은 2층 안뜰에 배치.
3장 싱가포르라는 해결책
-중국의 또 다른 모델, 싱가포르: 1990년 이후 중국 공무원 2만명 이상이 싱가포르 ‘성지순례’. 시진핑은 10부작 다큐까지 주문. 싱가포르는 세계의 ‘정치경제학적 재발명 프로젝트의 지침’(98쪽)이 됨.
-‘싱가포르 해결책’- 세계시장에서 틈새 찾기
1972년 싱가포르 외교장관 라자라트남은 싱가포르를 다국적기업에 ‘끼워넣어서’ 선진기술을 들여오고, 싱가포르를 배후지가 필요없는 도시국가로 만드는 전략을 제시. “우리의 항만은 세계를 배후지로 만든다.”(99쪽) 외부시장에 대한 의존을 약점이 아닌 기회로 바꾼 것. 자국산으로 국민을 먹이고 입히는 걸 포기하는 대신 세계의 연결고리가 되기로 한 것.
-래플스와 싱가포르의 역사
관세 없는 자유항으로 개발돼 남중국해 중국 상인들을 불러들이면서 번성하기 시작한 싱가포르. 1965년 완전 독립 이후에도 영국 해군을 고용하고, 베트남전에서는 미군을 돕고, 내부적으로 공산주의자 탄압. “아시아의 기적은 아시아의 학살 위에 만들어졌다.”(104쪽)
싱가포르는 푸에르토리코를 모델로 여성 노동에 기반한 직물산업으로 출발했으나, 1980년대 첨단기술로 옮겨가 성공적으로 가치사슬의 상층부로 올라감.
-아시아적 가치?
민권 억압의 명분. 나아가 싱가포르식 좋은 사회의 전망을 설명하기 위한 담론. 1974년 리콴우 “분배 이전에 성장이 먼저다”
중국에는 싱가포르 모델을 받아들인 청두의 하이테크 혁신파크 등 비슷한 구역들이 생겨남. 중국은 ‘유교 자본주의’라는 싱가포르 모델을 차용, “사회주의 포기가 외부로부터 수입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것이라고 교묘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축소판이나 수출가공구의 모방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중국식 마을 지역주의의 일부이자 제국 통치에서 탈중앙집권적 형태로 전해져온 유산으로 제시되었다.”(111쪽)
-nanny state
보건의료의 사회화 대신 싱가포르는 강제 저축계좌를 두고 건보, 퇴직연금, 부동산 구매 등 처리하게 하는 시스템을 채택. 이사야 벌린의 개념을 빌면 규제로부터 탈출하는 ’부정적 자유‘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가가 안보와 의료와 역량을 제공하는 ’긍정적 자유‘를 보장해주는 국가인 것. “대처식 환상과 달리 싱가포르는 중앙의 명령과 통제를 통해 꼼꼼하게 지어졌다. 전시동원령과 전후 국유화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는 독립 첫해에 국토의 거의 모든 곳을 수용해버렸다.”(117쪽)
-그래봤자 지구에 있다
세금, 임금, 규제 ‘바닥치기’ 경쟁과 빈국 모래를 사들여 간척하는 영토확장이 지속가능할까. 기후재난이라는 현실적 위협도. 폴 크루그먼은 싱가포르가 옛 소련처럼 자원을 좀 더 빠른 속도로 투입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
-리틀인디아와 노동자 폭동
싱가포르 번영의 전제는, 필요하면 틀고 필요 없어지면 잠그는 수도꼭지 취급받는(100쪽) 외국인 노동자들. 고령화의 인구학적 덫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자국민 혜택을 지키는 데에만 열중하는 불평등 국가(119쪽). 2013년 인도인 노동자 폭동이 보여주듯 사회적 불안 요인 상존.
제2부 부족들
4장 자유지상주의 반투스탄
-시스케이 자치구역
도시란 광산을 뒤집어놓은 것(150쪽). 1980년대 가치사슬에서 홍콩, 런던, 싱가포르의 대척점에 있는 곳이 남아공. 당시 남아공에선 백인들의 노동력 공급원이지만 시민권은 적용되지 않는 흑인 자치구역들이 만들어짐. 트란스케이공화국, 시스케이 수출가공구(EPZ)등의 분절된 지역들은 백인정권의 반투스탄 구상을 극단화한 신자유주의적 실험들.(128-129쪽)
-시스케이 EPZ의 모델은 1930년대 미국의 해외무역 구역, 아일랜드 섀넌공항 면세구역, 대만 가오슝의 EPZ 등. 실제 시스케이의 공장들에는 대만, 홍콩이 많이 투자. 총 든 방위대와 아파르트헤이트 권력이 EPZ 주력인 여성노동자들을 억압.
-시스케이 경제정책위원장 레온 라우는 자유지상주의자로서 “대의민주주의의 부담을 걷어낸, 조세 징수와 재분배 능력이 없는, 언제나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136쪽) 국가를 희망. 그것이 현실화된 구역은 인종주의적 백인 분리주의 칸톤이 될 것이었으며, 실제로 1990년 아프리카너 단체가 ‘오라니아 보어인 거주지’를 구축.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인종분리’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의 정당성 위기를 피하려는 것(141쪽)이었으나 백인정권은 결국 무너짐.
5장 국가의 훌륭한 죽음
-미국의 우파 동맹
시장급진주의자들과 신남부연합주의자의 동맹. 미국판 반투스탄을 꿈꾼 그들의 단기 목표는 실패했지만 자유방임주의 분리라는 전망은 살아남았다(153쪽).
대표적인 주창자는 ‘무정부 자본주의’라는 급진적 자유지상주의를 정립한 머리 로스바드. 민족자결주의 급진화, 분리독립을 통한 분열의 연쇄반응이 국가의 죽음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음(154쪽). 1976년 찰스 코크와 카토연구소를 만들었고 미제스 이름을 딴 연구소도 설립했으며 일리노이 록퍼드연구소의 극우 집단과도 동맹. “우리는 위대한 사회(린든 존슨의 사회복지정책)의 시계를 망가뜨릴 것이다. 복지국가의 시계를 망가뜨릴 것이다. 20세기를 지워버릴 것이다.”(160쪽)
-‘제거’와 무관용의 정치
로스바드의 동료들로는 트럼프의 비백인 이민자에 대한 배타주의적 언어의 선례를 만들어준 팻 뷰캐넌, 2000년대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우상이 된 한스헤르만 호페, <대안우파>를 창간한 리처드 스펜서 등이 있음. 단순한 배타주의를 넘어 ‘민주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 ‘제거’를 주제로 한 이미지, 피노체트를 우상시하는 헬리콥터, 리 장군 동상 지키기 운동 등으로 상징되는 이들의 극단적 크랙업 캐피털리즘에서 “구역은 인종에 따라 결정되고 공격적인 무관용을 특징으로” 하는 폭력적인 양상을 띔(170-171쪽).
앞부분 스크랩. 흥미로운 분석들이 많았는데, 뒷부분은 극단적 '크랙업주의자'들의 몽상에 관한 것이라 재미없었음.
1. 크랙업 캐피털리즘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1) 단순한 심화인가, 아니면 질적으로 다른 체제인가?
(2) 국가를 핵심 행위자로 보는 이론이나 행위자의 폭을 비국가행위자로 넓힌 IR 이론들과 달리 이 책은 ‘구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 단위 분석을 넘어 구역 단위로 보는 것이 실제로 세계 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는가? 아니면 과도한 일반화인가?
(3) 홍콩 모델이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이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나?
(4) 개성공단이나 나진-선봉을 저자가 책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구역 개념으로 묶는 것은 타당한가? 크랙업 캐피털리즘으로 한국을 설명할 수 있나? (현재까지로선 송도를 과대평가한 듯;;)
2. 크랙업 캐피털리즘과 국가
(1) ‘구역’들은 국가 주권을 약화시키는가, 아니면 국가가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도구인가?
(2) 구역 경제가 확대되면 복지국가 모델은 구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가?
3.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1)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 혹은 이 책의 몇몇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없어야 잘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책에 소개된 싱가포르, 개발독재 시대의 한국과 대만, 현재의 중국처럼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들도 있지만, 20세기 기술혁신과 번영의 역사 자체가 이런 주장에 대한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험적 혹은 규범적 측면을 넘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일반화할 수 있는가?
(2) 싱가포르나 중국의 권위주의형 성장 모델은 지속가능한가?
(3) 자본의 ‘탈출’ 위협은 민주주의를 실제로 약화시키고 있나?
남는 질문들이 꽤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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