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How the World Really Works
바츨라프 스밀. 강주헌 옮김. 김영사. 4/15

스밀의 책을 두 번째로 읽는데, 이번 책은 훨씬 대중적이다. 그리고 매우매우 재미있다!
'빌 게이츠 인생 책'이라 띠지에 쓰여 있는데 딱 봐도 알겠다.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과 많이 비슷하다. 내용도 공통점이 많고, 생각을 체계화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게이츠 책도 엄청 잼나게 읽었는데 이 책도 넘 좋았다.
지난 세 세대, 즉 제2차 세 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의 세 세대만큼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사건과 발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제 더 높은 수준의 생활을 즐기고 장수와 건강을 누리게 된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성취라면, 물리적 세계와 온갖 형태의 생 명체에 대한 이해의 폭이 전례 없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그렇게 피상적인 지식만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복잡성이 명확한 설명을 제공한다. 우리는 블랙박스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이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결과는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블랙박스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8-10
대부분의 현대 도시인은 식량을 생산하는 곳뿐만 아니라 기계와 가구를 조립하는 곳과도 떨어져 지낸다.
에너지(식량과 연료)와 내구성을 띤 물질(금속과 비금속, 콘크리트) 이 전달되는 기본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런 현상 이 심화하는 또 하나의 주된 이유는 그 과정이 시대에 뒤떨어지지는 않더라도 구태의연해서 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이미지로 이루어지는 세계에 비교하면 재미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 다.
데이터 숭배자 중에는 전에는 필수적으로 여기던 물질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국에는 지구라는 환경 없이도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른다. 지구처럼 환경을 바꿔놓은 화성에 갈 수 있다면 지구가 왜 필요하겠는가? 이 모든 것은 성급한 예측 수준이 아니다. 가짜 뉴스가 만연하고 현 실과 허구가 뒤섞인 사회가 조장한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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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평생 동안 사용한 일인당 평균 에너지량은 1950~2020년 10기가줄에서 34기가줄로, 3배 이상 증가했다. 34기가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크기로 바꿔 표현하면, 평균적인 지구인이 매년 약 800킬로그램 (약 6배럴)의 원유, 혹은 약 1.5톤의 질 좋은 역청탄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육체노동량으로 표현하면, 60명의 성인이 한 명의 평균적인 사람을 위해 쉬지 않고 밤낮으로 일하는 것과 같고, 부유한 국가의 주민을 위해서는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200~240명의 성인이 위와 같이 일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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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것일지라도, 이런 설명 흥미롭다.
스밀은 암모니아(식량 생산을 위한 질소비료의 원료), 강철, 콘크리트, 플라스틱을 '현대 문명의 네 기둥'으로 꼽으면서 그것들을 이른 시일 내에(이를 테면 2050년까지) '탈탄소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애쓰지 말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제대로 보고,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에너지는 추상적인 것이다. 우리는 여러 공식을 사용해서 움직이는 화살이나 제트여객기의 운동에너지를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다. 또 산꼭대기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돌덩어리의 위치에너지, 어떤 화학반응에서 방출되는 열에너지, 깜빡이는 촛불이나 어떤 지점을 겨냥한 레이저의 빛(혹은 복사)에너지도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에너지들을 이해하기 쉽게 묘사한 단일 독립체로 정리하기란 불가능하다.
인스턴트 전문가들은 에너지의 이런 애매한 특성에 개의치 않는다. 지금도 에너지는 가장 규정하기 힘들고 잘못 이해하는 개념 중 하나이다.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유용하게 만들려면 다른 형태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얼굴을 지닌 추상적인 무언가는 하나의 단일체로 취급하는 게 예부터 규범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힘들이지 않고 서로 치환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한 결과였다.
전기는 여전히 교체하기에 값비싸거나, 가능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비용을 절감하기가 힘들거나, 더구나 적정한 규모로는 더더욱 불가능한 분야가 많다.
전기 자동차는 첫 번째 범주의 대표적인 예이다. 두 번째 범주인,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암모니아합성은 현재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해 수소를 얻고 있다. 수소 산업은 아직 대규모로 활성화되지도 않았다. 마지막 범주의 대표적인 예로는 전기로 움직이는 장거리 상업용 항공기가 있다. 이 범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 전환이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에너지가 전환되는 동안에는 에너지가 전혀 소멸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 전환은 결국 저온 열로 흩어진다. 따라서 에너지는 소멸하지 않지만 에너지의 유용성, 즉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사라진다(열역학 제2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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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식량, 비료, 암모니아 이야기는 특히 재미있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고, 아직은 많은 이들이 더 많이 먹으며 살아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자동차 이야기만 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농업과 농사 이야기는 사라진다. 어찌 보면 그것이 가장 큰 '블랙박스'인 듯.
토마토보다 채소의 놀라울 정도로 높은 에너지 부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수분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체 질량의 95퍼 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거의 탄수화물이고, 약간의 단백질과 눈곱만큼의 지방이 있다. 토마토는 최소 90일 정도의 따뜻한 날씨를 지닌 곳이면 어디에서나 재배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 재배는 다른 문제이다. 온실토마토는 세계에서 비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물에 속한다. 옥수수에 드는 양보다 10배나 많은 질소와 인을 투입한다. 난방은 온실 재배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직접적인 에너지 사용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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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가공과 판매, 포장과 운송, 도매와 소매 서비스, 가정에서의 식품 저장과 조리 준비,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간편하게 제공하는 음식에 드 는 에너지를 모두 더하면, 미국에서 식품과 관련해 사용하는 에 너지 총량은 2007년 국내 에너지 총공급의 16퍼센트에 이르렀고, 지금은 20퍼센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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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알메리아 남단,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비닐하우스 생산단지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다음에 한번 다루도록 하고.
두 핵심 단량체, 즉 에틸렌과 프로필렌이 탄화수소의 증기 분해(750~950도까지 가열)를 통해 생산되고, 탄화수소는 그 이후의 합성에도 동력을 공급한다. 플라스틱에는 깨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 즉 가단성이 있어 액체로 틀에 넣거나 눌러서 여러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플라스틱의 전 세계 생산량은 지금까지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의해 결정되었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가열하면 곧바로 부드러워지고, 식으면 다시 단단해지는 중합체이다. 현재 저밀도와 고밀도 폴리에틸렌PE이 세계 플라스틱 중합체의 20퍼센트, 폴리프로필렌pp이 약 15퍼센트, 폴리염화비닐Pvc이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가열하더라도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폴리우레탄, 폴리이미드, 멜라민, 요소 포름알데히드가 여기에 속한다.
-154
하지만 이런 얘기도.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폐기가 플라스틱의 적절한 사용까지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극세사와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이 주장하듯 난바다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극세사가 마모된 합성섬유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추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바다에서 건진 섬유 표본을 분 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로(90퍼센트 이상)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159쪽)
미세플라스틱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해서 확인해봐야할 듯.
강철은 크게 네 범주로 나뉜다. 탄소강(시장에서 거래되는 강철의 90퍼센트가 0.3~0.95퍼센트의 탄소를 함유한 탄소강이다)은 교량부터 냉장고까지, 또 톱니바퀴에서 큰 가위까지 어디에나 있다. 합금강(혹은 특수강)은 강철의 물리적 속성(경도, 인장강도, 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 이상의 원소(대체로 망간, 니켈, 실리콘, 크롬을 사용하지만 알루미늄, 몰리브덴, 티타늄, 바나듐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를 다양한 비율로 더해 만든다.
스테인리스강(10~20퍼센트가 크롬)은 1912년 부엌용품 재료로 쓰기 위해 처음 만들었지만, 지금은 수술 도구, 엔진, 기계 부품, 건설 자재 등 폭넓게 쓰인다. 공구강의 인장강도는 가장 뛰어난 건설용 철강보다 2~4배 높다. 따라서 강철을 비롯한 금속을 절단해 금형을 만들 때뿐 아니라, 손으로 절삭하고 두드리는 공구를 제작할 때도 공구강을 사용한다. 몇몇 종류의 스테인리스강을 제외하고, 모든 강철은 자성을 띠기 때문에 전기 기계를 제작하는 데도 적합하다.
-161
환경 문제를 비롯해 여러 이슈에서, 근본주의를 경계하려고 애쓰고 있다. 누가 뭐 하자고 하면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얼치기들 얘기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 꽂혀서 나름의 생각을 가진 것까지는 좋은데 남들의 제안에 대해 "그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 얘기다. 근본적이지 않아, 구조적인 해법이 아니야...라는 거 다른 사람들도 안다.
세상 모든 일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법' 같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지혜로 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에서 어떤 문제에든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가능한가? 현실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그런 해법이 존재할 수 있는가?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모든 전쟁은 구체적이고 역사적이다. 다 특수하다. 그래서 추상적인 '전쟁', 원론적인 '평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다보면 결론은 산으로 가게 된다. 그런 주장이 난무하는 와중에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약자들인데... ㅠㅠ)
1980년 현대화를 시작할 당시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은 8,000만 톤에 미치지 않았다. 1985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생산 국이 되었고, 2019년에는 22억 톤을 생산해 세계 총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놀랍게도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중국이 생산한 약 44억 톤의 시멘트는 미국이 20세기를 통틀어 생산한 양(45억 6,000만톤)과 엇비슷하다. 또 하나 놀라운 통계자료는, 현재의 세계는 20세기 전반기 동안 사용한 양보다 더 많은 시멘트를 한 해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176-177
청색 물 blue water에는 강과 지표수 그리고 지하 대수층으로 흘러들어 어떤 상품의 제작에 쓰이거나 증발하는 빗물이 포함된다. 녹색 물 green water은 빗물 중 땅속에 저장되었다가 증발이나 증산 또는 식물에 흡수된 물을 가리킨다. 회색 물 gray water에는 특정한 수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오염 물질을 희석시키는 데 사용하는 모든 물이 포함된다.
(물발자국을 계산하려면) 청색과 녹색과 회색 물뿐 아니라 가상수(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쓰이는 물) 전체를 더하면 된다. 국가별 청색 물 사용량(단위는 연간 일인당 세제곱미터)은 캐나다 29, 미국 23에서부터 프랑스 11, 독일 7, 중국과 인도 5까지 폭이 크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는 1보다 낮다.
국가별 총 물 발자국을 분석하면, 광범위한 관개시설을 사용하는 국가들에서 농업 부문의 물 발자국이 상대적으로 높다. 캐나다, 이탈리아, 이스라엘, 헝가리는 기후대와 분야별 소비가 무척 다른 경제국이지만 총 물 소비량은 비슷하다(연간 일인당 2,300~2,400세제곱미터).
식품에는 상당한 양의 녹색 물이 포함되므로, 수입 식품 의존도가 가장 높은 두 국가, 즉 일본과 한국은 가상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310-311
"매킨지McKinsey가 1995년부터 2017년까지 43개국 23개 산업의 가치 사슬을 분석한 결과…세계 상품 무역의 18퍼센트 만이 노동의 차익 거래를 노린 저임금노동의 산물이었다. 많은 가치 사슬에서 이런 상품의 몫이 2010년대 내내 줄곧 줄어들었으며, 가치 사슬이 세계적으로 점점 지식 집약적으로 변해가면서 고도로 숙련된 노동에 의존하는 추세를 띤다는 결론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가치 사슬의 세계적 확장은 2011년에 멈추었고, 그 이후로는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37쪽)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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