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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수출길 연 일본...중국은 반발, 필리핀 환영, 인도는 기대

딸기21 2026. 5. 1. 18:29

중국은 반발, 필리핀은 환영, 인도는 내심 기대. 일본이 살상무기 수출을 전면 허용한 데 대한 반응들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4월 21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했고, 이어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이 ‘원칙’의 운용지침도 고쳤다. 운용지침은 무기를 외국에 팔 수 있는 경우를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 5개 유형으로 한정해왔다. 이 ‘5개 유형’을 없애서 전투기, 호위함, 잠수함 같이 살상 능력을 가진 무기도 수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장 일본이 전 세계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수출 대상은 일본과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맺은 17개국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캐나다·스페인·핀란드와도 곧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나갈 게 뻔하다. 다카이치는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와 기본 이념을 지키는 데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전후 평화주의에 기반해 무기수출을 제한해온 정책의 틀은 이제 완전히 깨졌다. 

 

세계 곳곳 전쟁으로 탄약이 떨어져가네, 미사일이 부족하네 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또 동중국해 다툼을 비롯한 중국과의 갈등도 여론 조성에 한몫 했을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무기를 보내 ‘동지국’을 돕는다고 강조하는데, 1차적으로 떠오르는 나라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싸우고 있는 필리핀이다. 일본이 해안 감시장비들을 보내며 몇년 째 공들여온 필리핀은 일본이 무기를 허용한다 하자 앞장서 환영했다.

 

1967년 4월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발표한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은 공산권 국가, 국제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 유엔 안보리 결의로 무기수출이 금지된 국가에는 무기를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976년 미키 다케오 내각은 아예 무기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일본 방위산업체들은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방위생산위원회를 통해 이런 규범들을 고쳐달라, 없애달라 집요하게 로비했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이 미국에 무기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그후 ‘예외’를 붙여 허용하는 사례들이 잇따랐다. 2010년에는 다른 나라와 공동 개발·생산한 경우 무기를 팔 수 있도록 했다.

 

2014년에는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없애고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바꿨다. 국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무기를 방위장비, 무기수출을 방위장비 이전으로 표현한 것이다. 평화적 목적으로는 무기를 팔 수 있다면서 당시 아베 정부가 만든 게 5개 유형 조항이었다. 12년만에 이것마저 없앰으로써 다카이치 내각은 본격적으로 무기수출 길을 열었다.

 

작년 8월 미쓰비시중공업은 호주와 공동으로 호위함을 만드는 계약을 했다. NEC의 안테나, 히타치제작소의 센서, 미쓰비시전기의 레이더가 채택되는 등 일본 방위산업의 온 힘을 모은 프로젝트다. 5개 유형 제한 때문에 호주와 공동 개발 형식을 취해야 했다. 이제 규제가 없어졌으니 일본 방산업체들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정권은 집중 투자할 17개 ‘전략 분야’ 중 하나로 방위산업을 꼽고 있고 방위예산도 늘렸다. 그래서 일본 방산업체들은 방위성과의 계약으로 이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방위·우주사업 매출이 처음으로 1조 엔을 넘을 전망이다. 이달 16일에는 자민당의 방위산업진흥 의원연맹이 만들어졌다. 

 

지금 일본에는 군사화로 가는 길에 브레이크가 없다. 3원칙과 운용지침은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심의가 필요 없다. 5개 유형 폐지는 이미 작년 10월 다카이치 정권 출범과 함께 예정된 일이었다. 정권교체가 도통 없는 일본에서 그나마 자민당 정권의 군사화 흐름을 막는 역할을 했던 것이 과거 연정의 한 축이던 공명당이었다. 하지만 공명당은 떨어져나갔고, 다카이치 내각은 우익 정당 일본유신회와 연정을 꾸렸다. 연정 합의문에 이미 5개 유형 폐지를 명시했었다. 공명당은 자민당의 브레이크였는데, 일본유신회는 가속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무기수출을 전면 금지했을 당시 외무상이었던 미야자와 기이치는 “설령 외화를 벌 수 있다 해도, 일본은 무기 수출로 돈을 벌 만큼 타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 3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공명당의 니시다 미치히토 간사장은 이 발언을 인용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다카이치 총리는 “시대가 변했다, 산업과 연결해 수익을 내는 것이 타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일본 공산당은 “헌법 제9조에 기초한 국가적 원칙을 내던진 것, 일본을 ‘국제분쟁 조장 국가’, ‘죽음의 상인’으로 타락시키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국가안보회의가 살상무기 수출 여부를 심사하고, 의회에 사후 통지만 해주면 된다. 의회가 정부를 견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무기 수출을 지지하는 여론이 70%다. 미국 CNN방송이 일본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화주의 캠페인을 보도하자 소셜미디어에는 “시위 참가자들, 딱 보니 중국인이네”라는 댓글들이 붙었다. 거기나 여기나 혐오의 풍경은 참 비슷하다. 

 

중국은 일본의 이런 행태가 당연히 불편하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에 의한 무모한 기도를 단호히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신화통신은 최근 몇 년 새 이어진 일본의 군사력 증강 조치들은 “2차 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구성한 포츠담 선언과 일본의 항복문서 같은 국제법 성격을 띈 문서들의 취지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적었다. “패전국이었던 일본은 군국주의를 진정으로 청산한 적이 없다. 역사적 사실은 교과서에서 축소되거나 미화되어 왔다”고도 비판했다.

 

다카이치는 작년 11월 대만 유사시 일본이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말을 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난달 17일에 자위대 함정이 대만해협에 들어가자 중국은 의도적 도발로 규정했다. 고노 요헤이 전 자민당 총재가 6월 말 무역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인데, 일본 내에서는 중국이 이 방문을 허용한 것을 두고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무기 수출 허용 조치로 중국과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군사훈련에 일본이 참관국으로 들어가 있다가 올해엔 공식 참가국으로 참여했는데 그것도 중국의 반발을 샀다.

 

미국은 일본이 아시아 안보질서에서 2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주일 미국 대사는 무기수출을 허용한 일본 조치에 대해 “더욱 안정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속내가 미국과 같지만은 않다. 일본은 늘 ‘미국의 뜻’을 빌어 정당성을 강조하지만, 점점 더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국 외교정책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지를 넓히는 측면이 있다. 이전처럼 무작정 미국을 믿고 안보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을 일으키면서 아시아 쪽에서 안보 우려가 커진 것과 일본의 조치가 맞물려 있다고 해석했다.

 

나토도 일본의 역할 확대를 환영했지만 역시 비슷한 입장에서, 미국만 믿고 있을 수 없으니 나토와 일본이 협력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4월 중순 나토 32개국 중 30개국 대사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움직임을 환영하는 또 다른 국가는 인도다. 오랜 기간 숨죽여 있던 인도는 지난 몇 년 새 인태 지역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하는 4자 안보기구 쿼드였다. 작년에는 일본과 안보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The Times of India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일본 무기수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글로벌 전투기 프로그램(GCAP)’을 벌이고 있다.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제작 프로젝트다. 인도가 여기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또 인도에서는 일본의 US-2 수륙양용기, 항공기 구조물, 레이더 통합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마디로 일본의 무기수출이 확대되면 일본과 협력해서 인도 무기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양산형 무기를 일본과 공동 개발해 인도가 생산해서 제3국에 파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에 따르면 2021~2025년 한국은 무기수출 세계 9위였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한국은 4위이고 일본은 36위다. 일본의 무기수출을 바라보는 셈법은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일본이 100년 전의 제국주의 침략국가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이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관심은 무기 시장에서의 잠재적 경쟁 쪽에 더 쏠려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도 대외무역법과 방위사업법 등을 통해 무기수출을 관리하며, 유엔 결의를 지키고 분쟁 당사국에는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규범을 갖고 있다. 그러나 침략 피해, 전쟁 피해를 입은 나라임에도 국내에서 평화주의의 호소력은 약하다. 이란 전쟁 유탄을 맞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천궁II를 계기로 ‘한국 무기 가성비’를 예찬하는 보도와 영상들이 넘쳐난다. 

 

가쿠슈인대 헌법학 교수 아오이 미호의 도쿄신문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일본이 어떤 역사 위에서 평화를 누려왔는지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피해를 입는 쪽의 시점을 가지고, 무력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그만두자는 것이 출발점이었지 않은가.” 

물론 침략을 당했던 나라와 침략을 자행한 나라가 져야 할 도덕적 책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적 기억 위에서,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안보불안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옆 나라가 나쁜 길로 가지 못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국제법적 관점과 윤리적 기준은 필요하다.

 

참고문헌
https://digital.asahi.com/articles/ASV4N7H8NV4NUTFK005M.html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60421-GYT1T00327/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55167.html
https://www.mod.go.jp/j/press/kisha/2026/0421a.html
https://digital.asahi.com/articles/ASV4N2F53V4NUTFK00JM.html
https://digital.asahi.com/articles/ASV4N7QZXV4NUTFK01YM.html
https://digital.asahi.com/articles/ASV4P106YV4PULFA038M.html
https://www.tokyo-np.co.jp/article/483415
https://newsdig.tbs.co.jp/articles/-/2614965?display=1
https://mainichi.jp/articles/20260422/k00/00m/010/055000c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DK214YF0R20C26A4000000/
https://www.jcp.or.jp/web_policy/18094.html
https://english.news.cn/asiapacific/20260422/207f3f003f7341c1b5f350e218f52387/c.html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350913/japans-new-arms-export-rules-trigger-chinese-warning-against-moves-towards-militarism
https://www.bbc.com/news/articles/clyx4vlqy4vo
https://www.nytimes.com/2026/04/20/world/asia/japan-weapons-arms-sale-nato.html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defence/international/japan-ends-80-year-old-self-imposed-rule-to-sell-weapons-abroad-what-does-it-mean-for-india/articleshow/130418814.cms#
https://www.sipri.org/sites/default/files/2026-03/fs_2603_at_2025.pdf
조장현, “한국의 무기 수출 통제 체계 개선 방향-독립적 규제위원회 도입의 필요성과 방향”, 일감법학 제60호(2025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