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 산유국 꿈꾸는 소말리아와 튀르키예의 야심

딸기21 2026. 4. 17. 15:07

소말리아. 아마도 한국에서 이 단어의 연관검색어는 여전히 ‘해적’일 것 같다. 내전과 극단주의에 시달리던 이 나라, 아직 완전히 평화가 안착되고 개발 궤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정부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요즘 유가 때문에 난리다. 미-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다시피 했는데, 또 다른 세계 경제의 길목인 홍해 아덴만 일대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 아덴만, 수에즈로 올라가는 홍해 길목에 있는 소말리아가 이 복잡한 정세 속에 사상 첫 석유 해양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차으로베이 호.

 
기술도 돈도 없어서 실제 시추작업은 튀르키예가 맡았다. 시추선 차으르 베이호가 10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항구에 입항했다. 이달 말부터 해안에서 약 370km 떨어진 쿠라드-1 유정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두 나라는 2024년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석유·가스 탐사협정을 맺었고 튀르키예 지질 조사선이 3개 해역에서 아홉 달 동안 조사를 했다. 시추를 앞두고 소말리아 석유광물자원부 장관 다히르 시레 모하메드는 튀르키예 언론 TRT 인터뷰에서 “소말리아가 탐사 단계에서 본격적인 시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며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시추선 입항을 맞아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국가적인 축하 행사를 열었고, 튀르키예 측에서도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소말리아 언론 히라안온라인뉴스는 “수십 년의 갈등과 불안정 이후에, 국가 수입을 늘리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며 경제 발전을 가속화할 기회”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세계 물류에 기여하기보다 리스크가 된 적이 많았지만, 세계적인 운송로의 길목에 있다는 것은 무시 못할 강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동아프리카의 에너지 수요도 늘고 있다. 돈 될 정도로 매장량이 충분한 게 판명된다면 소말리아가 새로운 에너지 공급국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튀르키예일까. 튀르키예가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고, 바꿔 말하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고 천연가스와 석유 등 해양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일차적인 요인이다. 그동안 자기네 바다에서 성과를 얻더니 이제 소말리아를 발판 삼아 해외로도 진출하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띄는 것은, 튀르키예가 가진 시추선 6척이 모두 한국산이라는 점이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에너지 생산시설인 사카리아 가스전 개발에 쓰인 파티흐 시추선이 ‘1호’다. 한국 기업이 만들어 2017년 튀르키예 국영석유공사(TPAO)에 넘겼다. 5호, 6호인 을드름 호와 차으르베이 호는 ‘7세대 초심해 시추선’이라고 불리는데 해저 1만2000~1만4000m까지 내려가 드릴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소말리아 유정은 해저 7500m 쯤에서 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차으르베이를 보냈다. 첫 해외 심해 시추 임무라 관심이 많았고, 출항 전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원들과 통화해 격려했다고 한다.
 
보통 배라면 이집트 수에즈를 지나 홍해로 내려갔겠지만 이 배는 그럴 수가 없었다. 길이 228m, 폭 42m의 큰 배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크기가 아닌 높이였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는 높이가 68m를 넘으면 안 된다. 차으르베이는 시추타워 높이가 해수면에서 110~115m에 이른다. 그래서 멀리 아프리카 대륙을 빙 둘러 갔다. 튀르키예의 타슈주 항구를 출발해서 지중해를 가로질러 지브롤터 해협을 거쳐 대서양으로 나간 뒤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희망봉을 돌아서 다시 인도양을 지나 아덴만의 모가디슈에 닿는 데 45일이 걸렸다. 
 
오일프라이스닷컴 분석을 보니, 협정에 따른 수익배분 구조는 튀르키예에 유리하다. 초기 단계에서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수익의 최대 90%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튀르키예가 자국 군대를 동원해 사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약에 명시했다. 그래서 불공정한 ‘신식민주의적’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어쩔 수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리스크는 큰데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투자자인 튀르키예 측이 재정적 위험을 모두 떠안았다. 튀르키예가 비용을 회수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소말리아가 최대 70%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단다.
 

 
튀르키예는 동아프리카와 경제적, 정치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특히 군사 분야에서 에르도안의 야심이 집중된 곳이 소말리아다. 인도양과 아덴만이 만나는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와 지부티 등이 있는 곳을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흔히 부른다. 작은 나라 지부티는 미국과 중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이 기지를 두고 있는 아프리카의 군사 거점이다.
그런데 소말리아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지부티에 숟가락을 얹지 못한 나라들이 소말리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기지를 만들었고 카타르, 이란, 이집트도 소말리아군을 돕는다며 정찰과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기지까지 뒀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튀르키예의 군사적 야심이 크다는 뜻이다. 2017년 모가디슈에 군사기지 겸 소말리아군 훈련 시설인 ‘캠프 튀르크-소말리아(Camp TURKSOM)’가 설치됐다. 면적 400헥타르로 튀르키예의 해외 기지 가운데 가장 크다. 명분은 이슬람극단조직 알샤바브 소탕작전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연합(AU)이 이미 병력을 보내 소말리아군을 훈련시키는 중인데, 중복된 임무를 내세워 파병한 것은 군사적 영향력을 노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아프리카디펜스포럼 등에 따르면 소말리아의 튀르키예군은 300명 규모였는데 지난해 대테러작전을 지원한다면서 550명을 더 늘렸다. 양국 협정에 따르면, 올해까지 한시적인 것이긴 하지만 튀르키예는 주둔군을 최대 2500명까지 둘 수 있다.
 
이스라엘이 중동 전쟁에 계속 기름을 붓고 있고 예멘 후티 반군이 개입을 선언해 이 일대는 근래 몹시도 시끄러워졌다. 소말리아 서부에는 독립을 선포하고 연방정부 통치를 거부하는 소말릴란드라는 지역이 있다. 작년 말 느닷없이 이스라엘이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가자지구를 사막처럼 밀어버린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바다 건너 아프리카로 쫓아내고 이스라엘 땅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심이 퍼졌다.
소말리아와 협력관계이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튀르키예는 당연히 반발했다. 이달 초 튀르키예는 모가디슈 인근 공항에 F-16 전투기 편대를 파견했고 전차도 추가로 보냈다. 시추선을 보낼 때에도 군함 3척으로 호위 부대를 꾸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나 후티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튀르키예의 동아프리카 세력 불리기 차원에서 봐야할 듯하다. 
 
지금 소말리아 상황은 어떨까. 면적 약 64만km2, 작년 기준 인구는 약 2000만명이다. 구매력 기준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이다. 하지만 ‘실패한 국가’로 여겨지던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듯하다.
이 지역 역사도 순탄치는 않았다. 이슬람 술탄국(군주국)들이 있던 지역을 19세기에 이탈리아와 영국과 프랑스가 나눠 점령했다. 그중 프랑스령은 지부티로 떨어져나갔고, 영국령과 이탈리아령은 1960년 독립 소말리아공화국으로 출범했다.
1991년 영국령이었던 북부가 소말릴란드로 독립을 선언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권력다툼으로 내전이 시작했다. 미군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거리에서 미군의 주검을 끌고 다니던 소말리아 무장세력, 미국에 두고두고 악몽이 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블랙호크 다운’의 시대가 이 때였다. 
 
2000년 과도정부가 출범했으나 이슬람 극단세력에 무너졌다. 미국 지원 속에 에티오피아 군대가 들어와 이슬람세력을 몰아내고 2006년 과도 연방정부를 출범시켰다. 이 때 흩어진 극단주의 무장세력 중 일부가 악명 높은 알샤바브로 뭉친 것이었다. 알샤바브가 한때 장악했던 지역은 이미 2010년대 초중반에는 정부군과 아프리카연합 군대가 거의 다 탈환했으나 아직 잔당이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자치권 갈등이 좀 있지만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안정을 찾고 국가를 재건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석유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국(ITA) 평가로는, 지질 조사 결과로 봤을 때 소말리아에 적어도 300억 배럴 넘는 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단다. 사실 1990년대 초반 내전 전까지는 서방 에너지회사들이 탐사 활동을 했지만,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자 모두 철수해버렸다.
2020년대 들어와 소말리아 정부는 석유법을 만들고 석유국을 설립했다. 해상 석유와 가스채굴 라이선스 규정도 만들었다. 기업과 정부 간,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수익 배분을 정해서 훗날 석유 이익을 특정 집단이 독식하거나 다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을 정비했다. 하지만 투명성 문제나 만일의 갈등은 나중 일이고, 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게 당장은 제일 큰 문제다.
 
또 남쪽 케냐와의 인도양 영유권 분쟁도 있다. 아프리카 동해안 약 10만km2 면적의 삼각형 해역에 라무 분지라는 해저 지형이 있다. 케냐 쪽에서는 원유와 프랑스 토탈 같은 에너지회사들이 이미 기초 조사를 해서 자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얻었고, 시추와 채굴 계약도 맺었다. 
같은 해저 분지에 있는 소말리아 해역도 자원이 있을 공산이 큰데, 케냐가 자기네 바다를 넓히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땅 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바다의 국경을 정하는 게 아니라, 난데 없이 위도 선을 기준으로 영유권을 정하자고 고집하는 것이다. 소말리아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 2021년 승소했으나 케냐는 남중국해의 중국처럼 판결 내용조차 부정하고 있다.
 
이래저래 갈 길이 먼 소말리아, 시추선이 천릿길의 한 걸음이 되어줄 수 있을까.
 
참고문헌
https://www.hiiraan.com/news4/2026/Apr/204833/somalia_says_historic_oil_exploration_carries_economic_geopolitical_significance.aspx
https://africa.businessinsider.com/local/markets/somalia-launches-historic-first-offshore-oil-mission-with-turkish-government-support/9ksmytf
https://tongsangnews.kr/webzine/202411/2024110180239.html
https://maritime-executive.com/article/turkey-dispatches-new-drillship-to-waters-off-the-coast-of-somalia
https://adf-magazine.com/2025/05/turkey-deploys-more-forces-to-help-in-al-shabaab-fight
https://www.trade.gov/country-commercial-guides/somalia-oil-and-gas
https://oilprice.com/Latest-Energy-News/World-News/Somalia-Set-To-Begin-First-Ever-Offshore-Oil-Drilling-In-April.amp.html
https://www.meforum.org/mef-observer/the-500-billion-maritime-rift-between-kenya-and-somalia
https://www.hiiraan.com/news4/2026/Apr/204819/feature_soaring_fuel_prices_push_somalias_threewheeler_drivers_to_brink.aspx
https://www.hiiraan.com/news4/2026/Apr/204837/southwest_to_hold_direct_parliamentary_and_local_elections_on_april_28_electoral_body_says.aspx
https://www.ftlsomalia.com/transparency-group-issues-warning-on-somalia-s-oil-resources/